채용비리에 화재까지 겹치며 KT 의사결정 '마비'
채권단 리파이낸싱 논의 돌입…"싸겐 안팔겠다" 논리 펼 듯
-
딜라이브 대주단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채무 연장 논의를 시작한다. 조단위 차입금 만기가 다가오며 회사는 부도 위기에 처했지만, 마지막 해법인 매각은 답보상태에 처해 있다. KT가 유력한 원매자로 꼽혀 가격 제안까지 앞두고 있었지만, 경영진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단기간 내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판단도 고려됐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채권단은 이르면 내달초 부터 협의를 거쳐 기존 1조4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일부 금융권에서 절차를 마련했고, 대주단 의사를 모으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한 및 세부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만기를 앞둔 현 상황에선 일단은 리파이낸싱 없이는 해법이 없다보니 대주단 내에서도 큰 이견은 없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선 원매자인 KT가 움직이기 만만치 않아 보이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딜라이브(옛 씨엔앰)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MKOF) 등은 2007년 딜라이브 지분 93.8%를 인수하면서 인수금융 및 회사 내 차입금 등을 합해 총 2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기존 만기는 지난 2016년 7월까지였지만,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올해 7월까지 만기를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출자 전환을 거치고 일부 차입금을 상환했지만 약 1조4000억원 규모 채무가 남아있다. 현재 매각 작업은 하나금융·신한금융·KB금융 등 금융사들이 매각협의회를 꾸려 삼일회계법인을 주간사로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고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품는 등 유료방송 재편이 활발히 진행됐지만 딜라이브는 수혜를 보지 못했다. KT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고 내부에선 가격제안 직전까지 돌입했지만, 국회의 합산규제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결단이 늦춰졌다. 통신업계에선 아현동 화재 사건과 정치권 채용 비리 등 KT를 둘러싼 잡음이 쌓이며 단기간내 M&A를 추진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매자가 주춤거린 사이 만기 연장은 다가오는 만큼 채권단에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평가다. 일부 채권은행은 시장에서 거래가 쌓이며 적정 가격이 형성된 만큼, 급하게 팔기보단 매각 가격을 극대화 하는 방향이 나을 것이란 명분을 내세워 대주단을 설득할 예정이다.
삐걱거리는 딜라이브 매각과 별개로 통신업계 일각에선 자회사 IHQ의 매각이 먼저 성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가 유력한 원매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티브로드 합병을 통해 일정정도 가입망을 확보한 만큼, IHQ 및 자회사 큐브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해 자체 콘텐츠 확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1일 15:2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