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대우조선 인수 사실상 포함
8500억 증자 자금, 일반 주주 부담
주요국 '기업결합' 승인, 인수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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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분할 여부를 결정할 주주총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개편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승계 등 앞으로 이뤄질 대형 변화의 '방아쇠'와도 같은 주총이다.
현대중공업의 분할에 찬성한다는 건 곧 현물출자 방식을 통한 대우조선 인수, 대우조선에 투입할 자금 마련을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도 동의한다는 뜻이다. 대우조선에 증자에 쓰일 1조5000억원 중 8500억원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아닌, 일반 주주들이 부담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상정된 안건은 간단하다. 현대중공업에서 조선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는 안건과,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2명을 새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두 가지가 올라와 있다.
현대중공업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취지'를 통해 물적분할의 배경을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경영효율성 및 투명성을 극대화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물적분할은 이론적으로 매우 단순한 회사 분할 방식이다. 특정 부문을 떼어내 원래 회사의 100% 자회사로 만든다. 이번 분할이 결정되면 코스피 상장사인 현재의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지주회사로 바뀐다. 조선·플랜트 등 기존의 핵심 사업은 비상장사이자 한국조선해양의 100%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이 가져가게 된다.
물적분할은 보통 분할 후에도 핵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보유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제적 실질은 큰 차이가 없다. 모회사-자회사 관계가 형성되고, 각 회사에 별도의 이사회가 꾸려지는 것 정도다.
그렇다면 이번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도 이런 시각으로만 볼 수 있을까. 금융권 전문가들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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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할의 핵심은 분할에 따른 '정관 변경'이다. 분할이 이뤄지면 기존 회사와 신설 회사는 모두 '회사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을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
분할 후 상장회사로 남아있을 한국조선해양의 정관엔 한국산업은행과 대우조선 매매 계약을 체결하며 약속한 내용이 그대로 녹아있다. 애초에 산업은행과의 계약을 이행하려면 정관 변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번 분할이 대우조선 인수의 '방아쇠'라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조선해양의 새 정관 '제8조 5'엔 4종 종류주식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대우조선 지분 55%를 양도받는 대가로 산업은행에 1조2500억원어치 발행해주기로 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발행 근거 조항이다.
이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매년 발행금액의 1%를 최우선 배당받는다. 발행 1년 후부터 보통주로 1대 1 전환할 수 있고, 5년 후엔 자동으로 전량 전환된다. 전부 보통주로 전환됐을 때 발행될 잠재 신주의 수는 912만여주로 현재 현대중공업 발행주식수의 13%에 해당한다. 발행 4년 6개월 뒤부터는 그 후 6개월간 상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의 투자 회수 통로다.
이 우선주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과 조항이 정관 내 '별지1'과 '별지2'에 명문화된다. 자본의 변동에 따라 전환가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별지2'는 한국조선해양의 정관에서 유일하게 '대우조선'을 언급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관 변경안 '제9조'에서는 신주인수권 부여 한도를 발행주식총수의 30%에서 40%로 확대 조정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에 RCPS외에도 8500억원 규모(신주 약 610만여주)의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줄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1조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대규모 신주 발행이 있을 예정인만큼, 이를 충분히 진행하기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대우조선에 지원해줄 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이다. 현대중공업은 '자신의 주주'를 대상으로 증자를 진행하겠다고 산업은행과 계약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현물출자 일정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주주명부 확정일 이후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증자 의무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분율을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1조2500억원의 증자 중 현대중공업지주가 부담할 규모는 4000억원 안팎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1175억여원, 범현대가의 KCC가 850억여원을 책임져야 한다. 기관 및 개인 등 국내 주주들은 3600억여원, 외국인 주주들에겐 1700억원이 배정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에 내부 현금 2500억원을 더해 총 1조5000억원을 대우조선해양에 증자해주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으로 들어가는 자금 중 6500억원은 현대중공업그룹 자금이고 나머지 8500억원은 주주들의 자금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 임시주총에서 현대중공업의 분할에 찬성한다는 건 위에 열거된 모든 거래의 과정을 승인하는 것과 같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취지'에는 담겨있지 않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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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대중공업이 현 시점에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세계 주요 각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독과점 우려가 있는지가 핵심 변수다.
대우조선 인수의 전제조건은 기업결합승인이다. 현대중공업 분할에 이어질 현물출자와 유상증자는 승인 이후에 가능하다. 심사에 얼마나 걸릴지, 실제 증자는 언제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산업은행과의 계약, 그리고 이후 예정된 거래에 대해서는 회사 분할 결정에 대한 '주요사항 보고서'의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에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주요사항보고서의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이번 물적분할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거래 구조의 일부'임이 명시돼있다. 이런 내용이 막상 주총 참고서류에서 빠진 건 주주들과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자체는 현대중공업이 잃을 게 없는 카드다.
일단 조선 관련 법인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합법적으로 세워진다. 이 과정에서 경영 승계의 밑그림도 그릴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기선 대표가 의욕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한국조선해양에 편입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위험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조선 계열사에 대한 정기선 대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회사의 분할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이다. 특수관계인 및 재단을 모두 포함한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현재 34.75%다. 단독으로 특별결의를 통과시키는 건 쉽지 않다. 주총 참석율 85%를 가정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적어도 21.9%의 주주를 추가로 더 설득해야 분할에 성공할 수 있다.
한 대형증권사 투자금융 담당 임원은 "'분할에 찬성하면 당신의 지분은 희석되고 추가로 8500억원의 증자 자금을 대주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 찬성할 소수 주주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은 주총일까지 주주들의 부담이 구체적으로 알려져 반발의 목소리가 생기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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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