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협업 늘면서 우리카드도 독자 결제망 확보 가능성
우리카드向 BC카드 연간 매출 1兆 추정...자칫 영업기반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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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을 저격하려던 'KT새노조'의 의혹 제기가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매각 불확실성을 우려한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를 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바꿨는데, 이 결정이 오히려 KT 계열사인 BC카드에 중장기적인 손실을 안길 수 있다는 예상 때분이다.
롯데카드 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은 롯데카드 지분 구조를 MBK파트너스 60%, 우리은행(우리카드) 20%, 롯데그룹 20%로 조정할 계획이다.
일단 우리은행은 표면상으로는 우선매수권을 보장받지 않은 재무적 투자자에 그친다. 하지만 어쨌든 지분 20%를 보유한 주요 주주임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는 롯데카드 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우리카드와 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종국적으로는 수년 뒤 MBK파트너스의 투자회수 과정에서 롯데카드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롯데카드와의 시너지 역시 추후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너지 중 하나는 전산망 부분이다. 현재 우리카드는 독자적인 결제 전산망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그간 '플랫폼 카드사'인 BC카드에 결제 서비스 전반을 외주로 맡겨 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당시 카드업무 파트너로 BC카드만 선정하고 주요 주주의 계열사인 우리카드는 배제한 것도 독자적인 전산망 등 업무시스템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롯데카드는 독자 결제망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에게 가장 오래된 신용카드 기업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와 기술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독자 결제망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독자 결제망 확보는 신용카드업계에서 경쟁력을 가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수익성은 물론이거니와 고객 서비스, 유지보수 등 운용 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훨씬 커지는 까닭이다. 2010년 전후만 해도 BC카드에 일정 부분을 의존하던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가 독자 결제망을 완전히 갖추고 난 뒤 재빠르게 자사 전용망 카드 비중을 크게 늘린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시장 점유율도 점유율이지만 독자적인 결제 전산망을 통째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최대의 시너지 요인이 될 것"이라며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협업도 롯데카드 전산망을 활용한 카드 출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KT가 최대주주인 BC카드에 대한 우려는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지금 우리카드는 현재 BC카드의 제1 고객이다. BC카드 연간 영업수익(매출액) 중 무려 30%가량을 우리카드에 의존한다. 지난해 기준 3조5000억원의 영업수익 중 약 1조원 안팎이 우리카드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카드도 이런 협력 관계를 감안, BC카드에 상당 금액을 출자했다. 우리카드의 BC카드 지분율은 7.65%인데, 이는 최대주주인 KT(지분율 69.54%)를 이은 2대 주주다. 우리카드와 같이 BC카드에 전산망을 위탁하고 있는 농협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각각 4.95%, 대구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이 각 1%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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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는 2010년대 들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이탈로 수익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0년만 해도 6000억원 안팎이던 신한카드·KB국민카드·하나카드 대행 영업수익은 2015년 2000억원대로 낮아졌다.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방문 증가에 따라 파트너십을 맺은 중국 은련카드(유니온페이) 취급액이 늘어나며 이를 일부 상쇄했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고객인 우리카드가 장기적으로 롯데카드와 제휴를 늘리고, 추후 롯데카드를 인수해 자체망을 갖추게 되는 건 BC카드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우리카드가 이탈하면 신용카드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갖는 BC카드 고객·회원사는 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씨티은행 및 지방은행 정도만 남는다.
앞서 BC카드는 지난 2016년 회원사 중 하나인 SC제일은행이 삼성카드와 업무제휴를 맺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SC은행의 당시 신용카드시장 점유율은 0.7%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웠지만, 고객·회원사 이탈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던 까닭이다. 우리카드와 BC카드의 연간 거래 규모는 SC제일은행보다 10배 이상 크다.
BC카드는 줄어드는 영업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중국법인인 비씨카드과학기술상해유한공사는 지난해 8800만원의 흑자를 내는 데 그쳤고, 인도네시아 기반의 동남아시아 진출 거점인 피티비씨카드아시아퍼시픽은 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T새노조가 경영진과 날을 세우기 위해 제기한 고발이 결과적으로 계열사의 핵심 영업기반을 깎아먹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며 "여러가지 옵션을 손에 쥐게 된 우리카드 입장에선 손해볼 게 없는 장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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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2일 10:2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