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나서지 않으면 은행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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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인수에 실패한 하나카드가 생존전략 고민에 빠졌다. 계열사들의 지원방안 등을 요구하며 살 길을 모색하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해답이 없는 상황이다. 은행에서 분사한 지 10년을 맞이한 지금 다시금 은행으로 통합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가 생존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계열사들의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롯데카드 인수에 나섰지만 본입찰에서 탈락하면서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해졌다. 카드업계 업황 부진 속에 시장 점유율마저 하위권에 머물다 보니 금융지주 카드사라고 하기엔 초라한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계열사들도 하나카드 지원에 나설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 계열사 직원들이 카드 할당량을 채우는 수준의 도움 말고는 해줄 게 없기 때문이다. 결제시장의 주도권이 핀테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보니, 카드사랑 같이 할 사업적인 부분이 부족한 현실이다.
카드업은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업무 자체가 신용카드 발급, 카드론 등 단순하기 때문에 중소형사 만의 시장을 만들기가 어렵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과거처럼 할인혜택 경쟁을 벌일 여건도 아니다.
현재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신한-삼성-국민카드 3강이 각각 13%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 아직은 먼 얘기지만 어쨌든 이번에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우리금융이 향후 롯데카드 인수를 단행하게되면 여기에 우리ㆍ롯데가 참여한 '빅4'체제로 전환된다. 이때부터 하나카드가 설자리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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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상황에서 M&A 말고는 점유율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우리금융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일부 지분이라도 취득하는 이유는 그만큼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시장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카드업계에선 롯데카드가 시장에 나왔을 때 하나카드를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했다. 인수전 초반 조용하던 롯데카드 매각이 하나카드 유력설을 시작으로 여론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만큼 하나카드 입장에선 이번 롯데카드 인수가 절실했고, 인수 후 카드업계에 미치는 파급이 컸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하나카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추후 전업계 카드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이를 인수하는 것 말고는 없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매물 출현여부부터 시기까지 전부 불확실한데다 이를 하나카드가 인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다 보니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롯데카드 인수 실패 후 하나카드가 굳이 계열사로 독립해 있어야 하냐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진다. 은행의 영업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계열사로 독립해 나와 있을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다시금 은행으로 돌아간다면 비용절감 효과라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하나카드 점유율은 은행의 한 사업부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계열사 사장 숫자 늘려주는 것 말고 굳이 하나카드가 계열사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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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