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지원 TF 사실상 미래전략실 역할"
삼성물산, 기업가치 핵심인 바이오 사업 관여 못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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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과 관련한 검찰조사가 점점 윗선을 향하는 모양새다. 이제까지 검찰조사를 통해 드러난 정황을 비춰볼 때 분식회계와 증거조작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임직원은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정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 삼성물산은 이번 사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다.
바이오 사업은 '합병'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요소로 작용해 왔다. 다만 이번 사태로 삼성물산은 바이오 사업에 큰 영향력이 없었다는 걸 보여줬다는 평가다. 사업과 관련한 계열사를 관할하겠다고 구성한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는 '사실상 과거 미래전략실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이달 중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김홍경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부사장 ▲삼성전자 박문호 부사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태한 대표는 24일 피의자심문(영장실짐심사)를 거쳐 구속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미 지난 11일엔 ▲백상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상무 ▲서보철 삼성전자 보안선진화 TF 상무도 구속된 상태다.
구속영창이 청구된 인사들은 모두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분식회계를 조사할 당시, 증거인멸 또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이후 전자·제조·금융 계열사별 TF를 구성해 운영해 왔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구성된 TF가 각 계열사를 관할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삼성물산이 아닌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핵심으로 지목 받고 있다.
혐의를 받고 있는 모든 인사들이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 사업지원TF 인사들이 대거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사실상 미전실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업지원TF는 그룹의 비선조직을 해체하고, 관련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하지만 인력 구성에서부터 역할까지 과거 미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전실 해체 이후 각 계열사에 흩어졌던 핵심 인사들은 지난해부터 속속 사업지원TF로 다시 모이고 있다.
삼성그룹과 오랜 관계를 가져온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임원진 구성, 각 계열사의 보고 체계 등을 고려할 때 사업지원 TF의 역할이 사실상 미전실의 역할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물론이고, 내부 임직원들도 사업지원 TF가 그룹 전반을 관할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삼성물산이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 밝혔던 시너지는 사실상 전무하다. 과거에 못 미치는 건설 부문의 위상, 잇따른 패션사업에서의 실패 등 삼성물산이 사업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만한 요인은 많지 않다. 그나마 연결 자회사 가운데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을 내기 시작한 바이오가 희망을 걸어볼 사업이었다. 최근의 삼성물산의 주가는 삼성바이오의 실적과 연동되는 움직임도 보여왔다.
다만 바이오 사업은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컨트롤 할 수 없고, 중요한 결정들은 삼성물산 영향력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일부 나타나면서 실망감을 드러내는 투자자들도 있다.
삼성물산에 투자한 한 기관투자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내세웠지만 이번 사태는 삼성물산이 자기 사업에 대한 주도권이 부족하고 그룹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나타낸 사건으로 본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및 증거인멸 사태와 관련해 법원의 판결이 아직 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그룹 또는 오너의 개입이 있었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억측을 자제해 달라"는 반응을 나타냈고, 삼성물산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이번 사태는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부풀려졌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할 지도 예측할 수 없다. 사업지원 TF의 핵심임원들, 즉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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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