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슈진 상장폐지 우려↑.... 식약처· 거래소 등 책임론도
허가 취소 후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주가 동반 '급락'
-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결국 식약처의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티슈진 상장폐지와 코오롱생명과학 등 관계사에 대한 주주 집단소송 가능성 등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28일 식품의약안전처는 오전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으며,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보사 사태’는 단순 성분 오류가 아니라 허가 절차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이후 오류를 인지했음에도 알리지 않은 고의가 인정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인보사를 개발한 티슈진은 당장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한국거래소는 식약처의 발표가 나오자 즉각 티슈진에 대해 상장 당시 허위로 기재하거나 고의로 누락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에 나섰다. 상장 관련 허위서류 제출은 그 자체로 핵심적인 상장 폐지 사유가 된다.
거래소가 티슈진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하면 변호사·회계사 등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가 구성되고, 15영업일 이내에 실제 상장폐지 여부를 가리게 된다.
티슈진은 지난 2017년 식약처로부터 인보사 출시를 승인받고 그해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티슈진은 당시 임상 3상을 앞둔 인보사의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판매가 2023년 시작될 것으로 보고 당시 7년 후 실적을 바탕으로 상장에 나섰다. 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이 공시대로 인보사 관련 이슈를 2017년 3월~7월 사이 인지했다면, 상장 당시 고의건 과실이건 이를 숨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보사는 현재 티슈진이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파이프라인이다. 다른 파이프라인들은 인보사의 성공을 바탕으로 적응증 확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보사의 판로가 막힌다면 티슈진이라는 기업은 상장 유지 여부 뿐만 아니라 기업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평가다.
티슈진의 생존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무엇보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단이 꼽힌다. FDA는 현재 인보사의 임상 3상 재개 여부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티슈진 역시 2023년 매출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올릴 계획이었다. 이번 국내 식약처의 결정이 FDA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인보사 사태’와 관련된 검증 기관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와 상장 주관사 책임론에도 무게가 실린다. 거래소가 보건 당국에 신고한 것과 다른 원료로 신약을 제조한 업체에게 상장 허가를 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주관사 또한 ‘증권신고서 부실 작성’으로 일정 부분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 주주들이 허위 공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 주주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식약처 역시 검증 부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티슈진은 2017년 3월 미국 위탁생산업체를 통해 인보사의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해 7월 13일 코오롱생명과학에 이 사실을 이메일로 통지했다. 식약처의 인보사 품목허가(7월 12일) 하루 뒤다. 식약처는 "허가 하루 뒤에 알았더라도 밝혀야 했다"는 입장이지만, 당시 ‘허가불가’에서 ‘허가’로 2달만에 결정이 바뀐 중앙약심위 결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 업체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보사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아온 만큼 글로벌에서 국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대표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분식회계 관련 수사가 계속되고 있어 바이오 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가치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허가 취소 결과가 발표된 뒤 코오롱생명과힉과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 거래소는 오전 10시 35분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주권매매 거래정지를 내렸다. 정지 직전인 오전 10시 33분 기준 코오롱생명과학은 전일 대비 9.73% 내린 2만5500원에 거래됐고, 코오롱티슈진도 16.04% 급락한 8010원에 거래됐다.
인보사 논란이 계속되면서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월 14일 9만3500원에 거래됐으나 3월 말 인보사 판매 중지가 결정되면서 4만원대로 급락했고, 이후 2만원대 까지 떨어졌다. 코오롱티슈진 또한 지난 3월 5일 4만2850원에 거래됐으나 3월 말 1만8000원대로 급락했고 지난 23일 9000원 대로 떨어졌다.
모회사인 코오롱 또한 주가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코오롱 주가는 28일 전일 대비 9.7%하락한 1만72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오롱 또한 인보사 논란이 계속되면서 코오롱 생명과학·티슈진과 비슷한 하락세를 보여왔다. 주력 계열사의 사업경쟁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바이오 부문이 유일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8일 15: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