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도산 절연’ 효과 사라져 선박금융 경색 우려
22일 법원 기각했으나 해외 SPC 관할권도 확인
선사 위기시 해외 SPC 회생 신청 재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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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탱커가 회생절차 과정에서 해외 특수목적회사(SPC)까지 끌어들이면서 선박금융 시장이 경색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채권자들의 반대로 해외 SPC 회생절차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급한 숨은 돌리게 됐지만 일말의 불안감이 남게 됐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해외 SPC에 대한 우리 법원의 관할권은 물론 해운사와 해외 SPC 간의 완전한 절연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앞으로도 경영 위기를 겪는 해운사의 선택에 따라 선박금융 시장이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동아탱커는 지난달 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같은 달 16일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지난해 35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회사의 ‘흑자도산’에 책임 논란까지 불거졌다. 회사는 채권단에 아쉬움을 표했고, 채권단은 회사의 부족한 자구 의지에 손사래를 쳤다.
동아탱커의 회생절차 신청은 회사 자체에 멈추지 않고 선박금융의 근간을 뒤흔들 위기까지 불러왔다.
해운사들은 보통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BBCHP) 방식으로 선박을 보유한다. 해외에 자본금 10달러짜리 SPC를 세우고, 그 SPC가 선사 자금 일부와 국내 금융회사로부터 일으킨 선박금융 등을 활용해 선박을 구매하는 식이다.
SPC를 활용하는 이유는 결국 선박과 선사의 위험을 단절시키기 위함이다. 선사가 위험에 빠지더라도 SPC와 SPC가 소유하는 선박은 별개다. 선박금융 채권단 입장에선 선박을 매각해 채권을 보전할 수 있다. 배를 운용할 선사를 바꾸는 방식도 가능하다.
동아탱커는 파나마 등지에 설립된 SPC 12곳에 대한 회생절차도 신청했다.
채권단은 동아탱커가 원한 금융 조건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채권단의 권리 행사를 막기 위해 감정적으로 SPC에 대한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봤다. SPC로부터 배를 빌리고 용선료를 지급해야 하는 ‘채무자’인 동아탱커가 회생절차를 신청할 권리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SPC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SPC와 선박이 해운사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다. 국내 금융회사들로서는 손실 위험을 무릅쓰고 선박금융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재무 안정성이 떨어지는 중소형 해운사를 시작으로 위기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한국선주협회는 법원에 ‘해외 SPC에 대해선 회생절차를 받아줘선 안된다’는 뜻을 전했다.
법원은 지난 22일 동아탱커의 해외 SPC 회생절차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해운업계에선 일단 급한 불은 꺼졌지만 향후 문제가 다시 불거질 불씨는 남았다는 분위기다.
법원은 국책은행 등 채권단의 해외 SPC 회생절차 반대 의사를 받아들였다. 채무자회생법 42조의 기각 사유 중 ‘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로 봤다. ‘도산 절연’을 위한 BBCHP 계약의 특성도 감안했다.
그러나 해외 SPC에 대한 회생신청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야 채권단이 원하지 않아 회생절차 개시가 이뤄지지 않았다지만, 앞으로 이와 유사한 신청 사례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장담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시가 되더라도 채권단 반대가 있으면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지만 그 때까지의 불확실성은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선박금융 업계에선 해외 SPC에 대해선 ‘관할권이 없다’는 결정이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SPC를 국내 회생절차로 끌어들일 수 없어야 위험 단절, 채권 보전의 안정성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이유다.
법원은 일률적으로 정할 문제는 아니란 입장이다. SPC의 이사, 대출지 및 변제지 등이 한국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관할권도 있다고 본다.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이번에야 채권단이 회사와 SPC를 분리하길 바라지만 반대로 회사가 SPC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해 채권단이 한 꺼번에 다뤄주길 원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며 “해외 여러 나라에 있는 회사마다 따로 따로 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할 때의 비효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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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