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무효" 주장하며 계약 부정
FI "신회장에 대한 중재재판관 신뢰 하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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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의 중재재판이 본격화했다. 신 회장은 풋옵션 계약에 따라 지분을 되사가라는 FI의 주장에 “풋옵션 무효”란 답변을 내놨다. 이를 받아든 FI들은 예상된 수순이지만 이런 식의 대응이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반응이다.
3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5월말 신 회장은 중재재판국제상업회의소(ICC)에 FI가 요청한 풋옵션 행사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서에는 풋옵션 계약 자체가 원천 무효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재재판 절차상 재판소의 요청에 따라 이런 식의 서면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재재판 결과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정도에 나올 전망이다.
신 회장은 중재재판 전에 FI들과 만나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금 회수를 해줄테니 굳이 소송전까진 가지 말자는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FI들은 신 회장의 약속에 신빙성이 없다는 판단에 중재재판을 택했다. 중재재판에 들어가자 신 회장 측은 강공으로 돌아섰다. 풋옵션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 계약 자체를 부정하는 스탠스다.
신 회장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너티·IMM PE·베어링·GIC)을 비롯해 SC PE까지 중재재판에 나서면서 풋옵션에 해당하는 원금만 2조원에 육박한다. 풋옵션 계약 자체가 무효로 인정 받지 않으면 사실상 신 회장은 교보생명 경영권을 담보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첫 답변서인 만큼 향후 협상을 위해서라도 신 회장 측은 강공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공방이 진행될수록 좀 더 현실적인 답변이 오고 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답변서를 접한 FI들은 신 회장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계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이런 대응이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영미법을 중시하는 중재재판에선 계약 이행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이 강하다. 풋옵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계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런 태도가 신 회장에 대한 중재재판관의 신뢰도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재판이 진행될수록 신 회장 측이 현실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많다. 중재재판 이전 신 회장은 ▲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FI 지분 제3자 매각 ▲IPO 이후 차익보전 등의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FI들은 이를 모두 거절한 상태다. FI들은 신 회장이 경영권을 담보로하는 수준의 협상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다른 협상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추후 가격 협상을 염두에 두고 강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풋옵션 원금만 2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신 회장으로서도 이를 보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답변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2007년과 2012년 FI를 유치하면서 2015년까지 기업공개를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FI들은 보유한 지분을 신 회장에 되파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소송을 진행한 FI들의 지분은 어피너티 컨소시엄 24%, SC PE 5.33%로 약 30%가량이다. 계속된 IPO 지연에 FI들은 지난해 10월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고, 신 회장이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지난 4월 중재재판을 신청했다. 중재재판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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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31일 10: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