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5G 장비 도입한 LG U+, 장비 변경 고려하지 않아
'가성비' 측면에서 화웨이 압도적, LTE 도입에서도 '쏠쏠'
제재 장기화할 경우 장비 수급 우려도…LG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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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의 중국 화웨이 거래 금지 명령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특히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한 LG유플러스가 공급사 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3위 사업자라는 위치와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선택지인 화웨이를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상반기까지 5만곳가량의 기지국 설치를 목표로 5G망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 LG유플러스가 2만여 곳,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가 3만여 곳 후반 정도의 기지국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기지국 수가 경쟁사 대비 다소 뒤처진 상황에서 악재까지 겹쳤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견제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화웨이를 통한 해킹 문제와 기술 유출 우려는 과거부터 꾸준히 등장했던 논란이었고, LG유플러스도 최근까지 "근거가 없는 우려들"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5G 분야에서 화웨이 장비의 기술력과 점유율은 글로벌 선두 수준이고, 이미 유럽 통신사 등 시장에서도 화웨이 장비가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반론을 폈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 들어 화웨이 거래 중지가 포함된 행정 명령을 내리며 상황은 보다 긴박해졌다.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에 발맞춰 인텔, 퀄컴, 브로드컴, ARM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사들은 화웨이에 대한 거래 중단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화웨이는 현지 언론과 외신 등을 통해 "수년 전부터 이런 비상 상황에 대비해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치가 장기화할수록 추가 생산은 물론 기존 장비의 유지·보수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장비 발주에서 본격적인 생산까지 리드타임(Lead time)을 두고 있어 즉각적으로 문제가 있진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도 미국 제재를 예상하고 대비했다 자신했고, 자체적으로 자회사를 통해 반도체도 만들겠다고 하지만 기술력 측면에선 현격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장기간 대항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화웨이의 장비 공급이 원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본격적으로 5G 기지국 확대에 돌입한 LG유플러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신사들도 일반적으로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해 통상적으로 3~4개월 분량의 장비를 미리 재고로 쌓아두는만큼 지금 당장 즉각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올해 4분기 이후까지 미국의 제재 국면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추가 장비 발주에 나서야 할 LG유플러스 입장에선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 업체가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현재 내부에서 5G장비는 연간 단위로 발주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 공급계획에는 전혀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기존 LTE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기 때문에 보완적인 성격을 지닌 5G망 투자에서 타업체로의 교체는 사실상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을 펴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LTE망을 화웨이 장비로 구축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5G 설비에선 화웨이 사용을 백지화하겠다 밝히면서 대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장비 최적화 측면에서 일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대체가 불가능하진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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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매년 화웨이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지만, 결국 LG유플러스의 사업 전략과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업계에선 화웨이 장비가 기존 장비 대비 약 20~30%가량 비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해 증권가에서도 LG유플러스가 올 한해 연간 설비투자(CAPEX) 비용으로 2조원 후반을 소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1조원 적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이미 KT를 시작으로 각 통신사들이 5G에서도 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결정하면서, 투자 대비 수익 확보에도 상한선이 그어진 상황이다. 특히 통신 3사 중 규모 측면에서 가장 불리한 LG유플러스 입장에선 비용 대비 효과가 뚜렷한 화웨이와 거래를 단절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회사가 유료방송업체 CJ헬로 인수에 약 8000억원을 쓰면서 재무적으로도 운신 폭은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증권사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미 LG유플러스는 지난 2012년 LTE 도입에서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해 통신3사 중 가장 빠르게 전국망을 갖췄고, 이를 바탕으로 점유율과 매출을 끌어올려 ‘도박’에 성공했다"며 "아직까진 화웨이 문제가 회사 실적과 사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 외교 문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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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0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