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컨츠·SK실트론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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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올해 SK바이오팜, 내년 SK매직의 상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올해 상장 '순번'이었던 SK건설은 라오스댐 사태, 실적 등을 고려해 일러야 2020년 하반기 이후 다시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SK그룹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이 같이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하고 계열사와 주요 증권사들에게 전달했다. 계열사 기업공개(IPO)가 대부분 조 단위 대형 거래인만큼, 일정이 겹쳐 투자 수요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교통정리' 조치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지난해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철회하고 SK건설이 주관사 선정 절차를 연기하며 계열사 상장 일정이 꼬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1년에 1곳'이라는 계열사 상장 원칙은 일단 지켜나가기로 했다.
올 하반기 가장 먼저 공모주 시장에 나올 계열사는 SK바이오팜이다.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 지정감사를 받고, 8~9월 중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방침이다.
오는 11월2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에 대해 신약판매 허가를 내리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세노바메이트는 파이프라인 가치가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최근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 등을 감안해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판매 허가가 확정된 후 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공모로 조달한 자금을 세노바메이트 적응증 확대 임상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11월 기대되는 판매 허가는 뇌전증 부분발작 치료 허가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세노바메이트의 전신발작에 대한 치료 효과 입증을 위한 글로벌 임상3상에 착수했다. 이르면 오는 2023년 전신발작에 대한 임상이 완료된다. 전세계적으로 뇌전증 부분발작과 전신발작 환자 수 비율은 대략 6대 4로, 추가 허가를 받으면 판매 시장이 70%가량 넓어진다.
올해 말부턴 SK매직의 상장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SK매직은 지난해 말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상장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SK매직 역시 일단 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지정감사를 받은 후 상장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현 시점에선 SK바이오팜이 공모 청약 절차를 진행할 올해 4분기 유가증권(코스피)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상장을 완료할 수 있다.
SK매직은 2016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사업 규모가 2배 가량 커졌다. 지난해 말 누적 기준 160만 계정을 확보하며 렌탈업계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렌탈업계 총 계정 수는 1200만 계정이다. 점유율이 두 자릿 수로 올라가며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SK매직 연결기준 매출액은 6591억원으로 2017년 대비 24%, 영업이익은 501억원으로 같은 기간 58%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 156억원으로 2017년 1분기 대비 260% 성장했다.
렌탈업종은 제품을 미리 구입한 후 고객 렌탈을 통해 장기간 현금흐름을 회수하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자본력이 중요하다. SK매직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2조원, 공모 규모는 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공모 후 SK매직의 예상 자기자본 규모는 최대 7000억원 안팎으로, 1조원의 자본을 갖춘 업계 1위 웅진코웨이와 겨뤄볼만한 덩치로 커진다.
SK건설은 라오스댐 조사 결과가 인재(人災)로 결론나며 당분간 평판 리스크 관리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상 문제가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는 이상 상장공모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SK건설은 지난해 라오스댐 관련 추가 비용으로 560억원을 추산해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했다.
SK건설 상장은 SK디스커버리그룹의 계열분리를 목적으로 추진되던 거래였다. 공정거래법상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를 위해 SK건설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하는 시한이 올해 12월이다. 다만 비상장사인데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상장이 미뤄진만큼, 공정거래위원회 매각 시한 연장을 신청하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가 연내 지분 매각을 위해 외부 투자자들과 접촉했다가 최근엔 시한 연장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2021년 12월까지 매각 시한이 미뤄지면 SK건설이 재정비 후 상장을 추진할 수 있을만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남은 상장 가능 계열사로는 SK루브리컨츠와 SK실트론이 꼽힌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단기간 내 상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에도 사업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SK루브리컨츠가 집중하고 있는 전기차용 윤활유 연구개발(R&D)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야 상장 재추진이 가능할거란 지적이다.
SK실트론의 경우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자금 부당지원 이슈로 인해 여론의 주목을 크게 받은데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로 돌아서며 상당기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과 이익이 성장했지만, 전방산업의 현황이 반 년 가량 늦게 반영되는 업종 특성상 올 하반기엔 실적이 꺾일 거라는 관측이 많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SK실트론은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다시 상승을 시작하는 다음 싸이클에나 상장 공모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SK루브리컨츠는 2012년, SK실트론은 2017년이 상장 적기였는데 그룹의 사정으로 시점을 놓친 게 SK 입장에선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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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