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억측자제, 진실 규명에 힘쓸 것”
오히려 이재용 부회장 ‘주말 행보’에 스포트라이트
“존재감 또는 위기감의 표현” 평가도
-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회계부정 사태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바이오로직스의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던 삼성전자와 달리 바이오로직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의 ‘주말 행보’를 강조하며 존재감과 위기감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계부정 및 증거인멸 혐의의 중심에 있는 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는 14일 “증거인멸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임직원들이 구속되고 경영에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서도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아울러 “진행중인 검찰수사에도 성실한 자세로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말 회계 이슈가 재점화됐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검찰수사와 관련해서 바이오로직스가 처음 밝힌 공식입장이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삼성전자가 공식 창구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과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 및 현재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임직원들이 이번 사태와 연루돼 상당수가 구속되고 일부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달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친 공식입장을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유죄의 심증을 굳히게 하는 억측을 자제해 줄 것’을 각 언론사에 요청했고,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의 회계 처리가 과거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판단과 판가름이 될 전망이다. 이는 곧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확대 과정과도 맞물려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및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굉장히 분주한 모습이다. 이달 초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과 사장단이 화성사업장에 모여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고, 이 부회장이 “180조원의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강조했다. 또 지난 주말에는 삼성전자 수원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을 재조명했다. 이 부회장이 “어느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하라”는 주문을 강조했다.
사실 그 동안 삼성전자는 오너와 관련한 행사 및 그룹의 주요한 사안에 있어 공식 입장을 거의 내지 않아왔다. 이러다보니 최근 바이오 회계부정 사태의 입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주말 행보에 대한 발표부터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또한 최근의 검찰 수사에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며 “삼성전자 자체적으론 대내외적으로 사업적인 위기감을 드러내고, 이재용 부회장 부재시에 대규모 투자 차질 및 이에 따른 여파에 대한 불안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17일 17:1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