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캡 및 블록세일 추진해 투자금 대부분 회수
잔여지분 시가 4000억…‘국가핵심기술’ 지정 변수
경쟁 줄면 프리미엄 요원…블록세일 추진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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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매각이 잠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다만 매각 측인 IMM PE로서는 이미 자본재구조화(리캡) 및 블록세일을 통해 투자 원금을 거의 회수했다. 보유지분을 시장 가격에만 처분해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는 2015년 대한전선의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71.51%를 확보했다. 2호 블라인드펀드 자금 1800억원을 활용했고 나머지는 새마을금고중앙회, 현대해상 등에 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조달했다.
당시 IMM PE의 결정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본업인 전선이 건재하지만 경쟁은 심화하고 있었고, 우발부채 규모도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개월 전 치러진 본입찰엔 한앤컴퍼니만 참여했고, 1250억원(구주 250억원, 신주 1000억원)만 써냈다. 그나마 우발채무를 대비해 500억원을 에스크로(용도제한계좌)에 예치하고 채권단에도 2000억원의 신규 출자전환을 요구하는 등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러다보니 IMM PE가 향후 대한전선 투자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총 3000억원을 대한전선에 투자한 IMM PE는 씨앤앰 투자(국민유선방송투자이호사모투자전문회사, 1000억원), 파인스톤 골프장, 남부터미널 근처 부지 등과 관련한 우발채무에 대비해 650억원을 에스크로계좌에 예치했다. 이 중 씨앤앰 투자 지분은 당시에도 가치가 없었으나 자본잠식을 우려해 감액 처리하지 않던 대상이다. IMM PE가 예치금 전액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실제 투자금은 2350억원인 셈이다.
그리고 대한전선 실적이 개선됐다. 매출액은 크게 늘어났고 부채비율은 소폭 낮아졌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꾸준히 유지됐다. 이에 IMM PE는 리캡을 단행했다. 인수 1년 후 단행한 리캡으로 금리를 대폭 낮췄고, 차입 규모를 늘려 4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어 지난 2018년에도 다시 리캡을 단행, 700억원 규모 지분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투자금의 절반 가량을 다시 회수했다.
이어 두 차례 블록세일도 진행됐다. IMM PE는 작년 5월 대한전선 지분 2.92%(주당 1840원)를 팔아 460억원을 회수했고, 지난 4월엔 5.83%(주당 950원)를 475억원에 팔았다. 결과적으로 투자원금의 80~90%이상을 회수했다. 그러고도 IMM PE는 대한전선 61.30%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하락했다지만 17일 종가(746원)는 인수가(주당 500원)를 웃돈다. IMM PE 보유지분 시가는 4000억원에 달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IMM PE는 우발채무에 대비해 예치했던 자금을 모두 돌려 받았고 리캡과 블록세일도 진행해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한 상황”이라며 “잔여 지분을 시가에만 팔아도 투자 원본 대비 몇 배의 이익을 거두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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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종적인 회수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IMM PE는 올해 들어 국내외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고려하면서 매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특별한 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지만, 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중국 등 해외 업체로의 매각은 쉽지 않아진다.
대한전선은 공식적으로 IMM PE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으며,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것 역시 고려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인수 후보군이 국내로만 한정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블록세일로 지분을 정리하는 것도 부담이 따른다. 2호 블라인드펀드의 청산 기한이 내년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여유를 갖고 지분을 정리하기 쉽지 않다. 블록세일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잠재 물량의 존재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남은 기간동안 목표수익을 어떻게 설정하고 지분 처리를 언제, 누구에게 단행하느냐로 투자결과가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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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17일 17: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