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개인대출 제외 투자 제한도 거의 없어
메자닌·벤처투자 시장으로 영향력 확대
'16兆 발행가능' 미래에셋 진입 시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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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투자증권은 연초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에 1조1000억원을 베팅했다. 단독으로 인수금융은 물론 5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매입을 지원했다. 그 대가로 시가 1조5000억원 상당의 코웨이 경영권 지분을 담보로 확보하고, 최대 연 10%의 만기 수익률을 보장받았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5조원대 자금이 없었다면 단독 주선은 불가능했을 거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2. NH투자증권은 미국 아마존닷컴 매트리스 판매 1위업체 지누스에 100억원의 상장전 투자(Pre-IPO)를 집행했다. 일반적인 상장주관사의 사전 투자 규모 대비 10배 이상 큰 규모로, 발행어음 자금이 상당량 들어갔다. 투자 집행 이후 경쟁사의 러브콜이 뚝 끊겼다는 후문이다. 불과 반년 사이 장외 시세 기준 기대수익률도 50%를 넘어섰다.
그간 국내 증권사들의 오랜 고민은 "매매수수료와 시황에 좌우되는 천수답 형태의 이익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였다. 이제 발행어음이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IB)의 오랜 수익성 고민에 대한 '해결사'로 떠올랐다. 인수금융·기업여신은 물론, 지분·메자닌·벤처·부동산 등 대부분의 투자영역에 발행어음 자금이 흘러 들어가며 적지 않은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 발행어음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와 없는 증권사간 영업력·수익성의 간극은 점점 더 크게 벌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국내 투자 시장에서 증권사의 존재감이 그 어느때보다 점차 커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발행어음 라이선스를 갖춘 초대형IB 3개사는 연말까지 발행어음 잔고를 총 12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발행어음 운용 마진을 통해 예상되는 수익은 21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들 3개사의 지난해 별도기준 연간 당기순이익 합계(1조650억원)의 20%에 육박한다.
시장 선점에 성공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 관련 마진이 200bp(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점차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 부문 투자 비중을 20% 안팎으로 유지하며 인수금융·여신·벤처투자 등 기업부문 비중을 60% 이상 공격적으로 가져간 덕분이다. 지난해 결성한 1100억원 규모 프리IPO 펀드에도 발행어음 자금이 들어갔다. IPO 시장 영업 경쟁력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 역시 기업금융 비중을 70% 가까이 가져가며 160bp(1.6%) 이상의 마진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하우스(in-house) 운용 역량이 업계 최고 수준인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운용에도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일단 발행어음은 증권사의 태생적 한계로 꼽혔던 '자금 동원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줬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자체가 적었던데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레버리지비율 규제 등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았다.
반면 발행어음 조달자금은 레버리지비율 규제를 받지 않는다. 만기보다는 투자의 위험도를 따지는 별도의 NCR 규제가 마련돼 기존엔 사실상 불가능하던 만기 3개월 이상 사모사채, 만기 1년 이상 기업대출 실행에도 큰 부담이 없어졌다. 파생상품·개인대출 외에는 투자 제한도 거의 없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주로 제조업에서 단기 유동성 위험에 처한 중견기업에 대한 여신 시장을 집중공략해 상당한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손 대기 힘든 전략이다. NH투자증권은 1분기말 기준 3000억원에 달하는 외화표시 발행어음 자금을 진행 중인 해외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 3.2%의 금리를 제공하고도 기대 마진이 연 400~500bp에 달한다.
발행어음 규모가 10조원 가까이로 불어나며 메자닌 시장으로도 자금이 몰려가고 있다. 메자닌 투자는 증권사가 고유계정투자(PI)를 집행할 때에도 선호하던 상품으로, 발행어음 자금이 섞여 보다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유상증자가 부담스러운 중소·중견 상장사가 주요 타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설비투자가 필요한 성장 기업을 대상으로 메자닌 투자를 집행하고 일부는 상환, 일부는 추후 지분전환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도록 구조를 짜면 발행사와 증권사가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며 "발행어음 시장이 커질수록 대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대형 공모 메자닌 발행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발행어음을 등에 업은 증권사가 벤처투자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일부 벤처펀드에 자금을 집행했고, NH투자증권도 벤처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올 초 성장·벤처투자 자금은 발행어음 발행한도에서 차감해주기로 방침을 세우며 초대형IB의 벤처투자 수요는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직접 투자 부문에서 증권사가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중소형 사모펀드 등 기존 사업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2017년 증권사에게 창업·벤처기업 투융자 및 경영지도가 가능한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선스 발급을 허용했다. 지난해 말까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을 비롯해 19개 증권사가 이 라이선스를 발급받았다. 이들은 창업·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조합 결성은 물론, 직접 투자도 가능하다. 여기에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력이 더해지면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금융가에서는 자기자본 8조원, 발행어음 발행한도 16조원의 미래에셋대우가 시장에 진입할 내년 초를 주목하고 있다.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받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8~9월경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이상을 받지 않는다면 발행어음업 신청이 가능해진다.
다른 증권사 전략담당 임원은 "발행어음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의연한 듯 하던 미래에셋대우가 최근 타사의 성과를 보며 초조해하는 기류가 느껴진다"며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에 대한 고민이 큰 미래에셋대우는 라이선스를 받자마자 공격적으로 어음을 발행하고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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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