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눈에 띄는 실적은 없어
에피스 회계 부정 수사도 악영향
판결 앞둔 이재용 거취의 잣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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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천문학적인 비용만이 투입되는 상황이다. 국내 각 금융기관들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는 것과는 달리, 삼성바이오의 주력인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국내외 시장환경이 예년만 못한게 현실이다.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문제는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길게는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이는 결국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를 좌우할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핵심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다. 에피스는 이제까지 국내외 정부로부터 총 5종류의 바이오시밀러의 허가를 얻었다. 현재까지 판매가 집중되는 곳은 유럽지역이 유일하다.
다행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베네팔리(SB4)와 임랄디(SB5)의 유럽 내 판매는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베네팔리의 유럽내 점유율은 약 40%이고,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를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임랄디의 점유율은 6.6% 수준이다. 여전히 관절염 치료제 플락사비(SB2)의 실적은 유의미하지 않다는 평가다.
베네팔리와 임랄디의 유럽 내 판매가 늘어나는 것과 반대로, 다른 개발 단계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제 1시장인 미국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로 남는다.
에피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베네팔리(에티코보)와 렌플렉시스(유럽명 플릭사비), 온트루잔트 등이다. 베네팔리의 경우 미국 내 출시 일정과 판매사를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플릭사비는 2017년 2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나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온트루잔트는 오리지널 의약품 허셉틴(유방암 치료제)의 제약사 로슈(Roche)와 특허를 둘러싼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판매 시기를 확정할 수 없다.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중 FDA의 허가를 받은 곳은 마일란·바이오콘, 셀트리온, 화이자, 에피스 등 4곳인데 에피스를 제외한 3곳은 허셉틴과 관련해 로슈와 라이선스 제휴 계약을 맺은 상태다.
결국 유럽 내에서 확실한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2~3 종류의 바이오시밀러가 삼성바이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에피스가 현재 개발 단계에 있는 바이오시밀러는 3종류, 신약은 1종류다. 2개의 바이오시밀러가 3상을 완료한 상태지만 각 국가의 판매허가를 받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예상된다.
그동안 에피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매출액은 증가하면서 적자폭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수백억원대 손실을 꾸준히 내는 상황이다. 결국 판매중인 바이오시밀러로부터 현금이 유입되지 못하면서 부채비율은 늘어났고, 이에 따른 차입금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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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는 "창립 이후 그간 당기순손실이었던 것은 맞지만 올 1분기에 유럽지역 매출 확대로 336억원 첫 흑자가 났고 향후에도 제품판매에 따른 실적개선이 가능하다"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매출이 상승해 현재 상황이 반전된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시장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다. 전세계적으로 의약품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에만 집중된 판매만을 갖고 전반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바이오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국 현재 판매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의 마켓쉐어(점유율)가 꾸준히 늘어나고 신약개발 비용을 어느정도 충족시키는 상황이 마련되야하는데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자체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에피스의 실적부진은 위탁생산 전문업체(CMO)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칠 수 있다. 바이오로직스의 1, 2공장의 올 1분기 공장가동률은 각각 30~50% 수준으로 전해진다. 내년부터는 제 3공장의 가동도 본격화하는데, 현재와 같은 가동률로는 고정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사업적인 부분을 차치하고, 에피스의 회계처리 문제는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수직하락 했고,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부진한 주가흐름이 예상된다. 판매중인 제품들의 유럽에서 꾸준히 실적을 내고, 미국 내 허가 문제가 해결돼 가동률이 높아진다는 장밋빛 전제만을 모두 믿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의 회계처리 문제는 곧 삼성그룹의 수뇌부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향하고 있다. 회계 처리 문제와 이에따른 후속조치로 증거인멸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과거 미래전략실, 즉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들이 대거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에피스의 회계처리 문제는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을 재조명할 중요한 잣대로 평가 받는다.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 이었던 바이오사업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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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