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삼성전자도 최대 10% 감산 행렬 동참 가능성 거론
3심 판결 앞둔 이재용 부회장 "투자 계획대로" 재주문
'나홀로 설비투자?' 회사 이익과 배치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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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좀처럼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며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요 부진과 쌓인 재고를 고려하면 추가 투자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상황이지만, 시장과 정부에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탓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3심 판결이 코앞에 다가오자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이재용 부회장 부재에 대한 위기감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 부회장의 이해관계와 회사의 이익이 서로 상충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 화두 중 하나는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감산’ 여부다. 일각에선 내년에 계획된 평택공장의 증설투자를 2021년으로 미루고, 중국 시안공장 투자 규모도 예상보다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선 ‘내년도 30조원 규모로 예정됐던 반도체 설비투자(CAPEX)를 약 22~23조원까지 축소할 것’이란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투자 계획 변경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치열하게 펼쳐졌던 ‘치킨게임’ 논쟁과는 다른 국면이다. 당시엔 삼성전자가 지금 수준의 산업내 경쟁 구도를 유지해 수익 확보에 집중할 지, 아니면 공격적인 투자 확장을 통해 경쟁사 점유율을 무너뜨릴 치킨게임에 돌입할지 여부가 최대 화두였다. 불과 몇 달만에 논쟁의 양상이 ‘영향력 확대냐 현상 유지냐’에서 ‘얼마나 축소할 지’로 급변한 셈이다.
이처럼 업황을 둔 시각이 변화한 가장 큰 변수는 단연 미·중간 무역 분쟁이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사들의 가장 큰 고객 중 한 곳인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타깃이 되며 수요가 급감했다. 무역분쟁이 돌발적인 변수인 점을 차치하더라도, 지난해까지 고속 성장을 보이며 유례없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뒷받침했던 서버 업체들마저 증설을 늦추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사 중 가장 먼저 하반기 전망을 공식화한 브로드컴도 무역 분쟁과 화웨이 이슈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 밝히고 기존 매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엔 서버 및 클라우드 업체들이 다시 투자를 재개하면서 수요 회복이 있을 것이라 전망했는데, 부진이 내년도까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도 인텔의 신규 CPU 출시 등이 본격화 되야 다시 서버 투자 분위기가 살아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반도체가 팔리지 않다보니 삼성전자의 재고량도 빠른 속도로 늘고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1분기말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14조원 수준으로 반도체사업부의 한 분기 매출액을 상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자산회전일수(DOI), 즉 재고가 기업에 남아있는 일수가 193일 수준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엔 30~40일 가량 재고를 보유했던 점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좀처럼 팔리지 않다보니 가격 하락폭도 어느때보다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4분기 PC용 D램 가격이 고점 대비 6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다보니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거론된 전략은 결국 공급을 줄이는 방법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외 경쟁사들은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공급을 줄여 대응하겠다 밝혔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1분기 생산량의 5% 가량을 줄이겠다 밝혔고, SK하이닉스도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낸드 플래시 웨이퍼 투입을 10%가량 줄이고 M15 신공장 본격 생산 시기를 늦추겠다" 공식화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6월이 지나서도 서버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데다 재고가 부담스런 수준이다보니 각 업체가 쌓아놓은 재고라도 헐값에 털어내자는 기조”라며 “여기에 더해 내년도 공급량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재고를 줄이는 데 고민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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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환경은 어려워지는데, 그룹의 상황은 또 다르다. 결국 이 부회장의 ‘특수’ 상황이 투자 결정에도 반영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삼성바이오를 둘러싼 수사는 이재용 부회장 최측근 인사들까지 좁혀졌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측근들이 대거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번 사태는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까지 재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동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이재용 부회장이 화성사업장을 찾아 사장단과 ‘글로벌 전략 회의’를 개최했다 밝히고 세부 내역을 공개했다. 이어 이 회장이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 밝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부회장도 참석해 "사장들도 공감하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고 홍보했다. 곧이어 참석한 무선사업(IM) 사장단 회의에선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없이 집행할 것"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에 화답하듯 2030년까지 제조업 세계 4강에 오르겠다는 계획이 담긴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헬스, 미래차 등 신산업 분야에 2030년까지 정부가 총 8조 4000억 원을 지원하고 민간에서도 18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내겠다고 했다. 민간부문 투자에서 삼성전자의 역할도 어느곳보다 커진 상황이다.
즉 이 부회장이 약속했던 ‘대규모 투자’, ‘대규모 고용’을 반드시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이는 반대로 “이 부회장의 ‘부재(不在)’시 계획의 이행이 어렵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현재의 업황 부진이 이어진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회사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분쟁과 수요 침체가 단기에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결국 삼성전자도 감산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하지만 회사가 공식적인 발표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올해는 이미 반도체 투자를 최소화해 뒀고, 내년도 이후 투자 계획이 변수기 때문에 서둘러 공개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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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