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상실적 기준 증자 후 ROE는 6%대로 '뚝'
발행어음 급부상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금융위 인가규제 완화로 경쟁자 속속 진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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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를 위한 신한금융지주와 신한금융투자의 경영 효율화 방안 조율이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타 계열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 방안이 핵심 이슈다.
금융그룹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지주의 '깐깐한' 심사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증권업계 수익성 '탈출구'로 떠오른 발행어음업 진출이 늦어져 신한금융투자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지주와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1일 경영 효율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세부 이행 방안에 대한 조율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순엔 협의가 완료돼 예정대로 8월 5일 6600억원 규모의 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지주는 이미 한 차례 2달 연기한 증자 일정을 추가로 연기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모습이다. 이행방안을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ROE다. 신한금융그룹은 조용병 회장 취임 이후 내부적으로 그룹 ROE 10%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인수합병(M&A)의 기준 역시 ROE 10% 이상을 낼 수 있는 매물이 우선순위다. 지난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 역시 리브랜딩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2018년 9.8%, 올해 1분기 10.7%의 ROE를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의 ROE는 2017년 6.7%, 2018년 7.6%, 올해 1분기 8.3%로 그룹 계열사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2월 마무리된 정기 세무조사 추징금 수십억원이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됐음에도 전 분기 대비 성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그룹의 목표치에는 크게 미달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대로 6600억원을 증자하면 올해 신한금융투자의 연간 예상 ROE는 6.9%로 뚝 떨어진다. 이 수치는 심지어 신한금융투자가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지난해보다도 이익이 10% 더 늘어난다는 전제로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 향상을 위해 그룹 차원의 자본재조정(Recapitalization)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신한지주 입장에선 수익성이 낮은 신한금융투자에 굳이 '특혜'를 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16년 과도한 파생상품 판매로 인해 레버리지비율이 위험치까지 치솟으며 이미 지주로부터 '급전'을 지원받은 불편한 이력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예정대로 증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5월 증자 일정이 연기된 당시 신금투 내부에서는 지주를 향한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고, 대외적으로도 이 같은 언급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신금투와 신한금융지주간에도 긴장감이 연출됐다. 칼자루를 쥔 지주가 불편함을 표시하자 이후 신한금융투자 내부의 기류는 가라앉은 모양새다.
다만 신한금융그룹 상황과는 별개로 증권업계는 발행어음업 라이선스를 확보한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발행어음을 발행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ㆍNH투자증권ㆍKB증권은 올해 12조원의 발행어음을 통해 2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56개 증권사 전체 순이익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3사는 발행어음업으로만 ROE가 평균 1.5% 상승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신한금융투자가 증자 완료 후 라이선스를 확보해 향후 3년간 8조원의 발행어음을 발행하고, 매우 보수적으로 발행어음에서 100bp(1%)의 마진만 남긴다고 해도 800억원의 추가 수익이 생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자기자본 4조원 기준 ROE는 9%로 뛰어오른다. 자기자본 4조원을 갖춰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건전성 규제가 완화돼 트레이딩·IB 등 타 부문의 실적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발행어음업 진출이 늦으면 늦을수록 발행어음의 수익성도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단기상품인 발행어음은 은행의 지급준비금처럼 일정 부분 유동성을 남겨둬야 한다. 덩치가 커야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의 절대치가 커진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국내 자본시장의 규모상 투자처는 한정돼있고, 경쟁 강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이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마진율은 200bp(2%)에 육박한다. 후발주자인 NH투자증권은 올해 150bp(1.5%)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최근 라이선스를 받은 KB증권은 올해 100~120bp(1~1.2%)의 마진율이 예상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투자업 인가체계를 개편하며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의 발행어음업 진출도 다시 가시화하고 있다. 금융위는 앞으로 증권사에 신규 라이선스를 부여할 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최소화하고, 그간 제한이 없던 심사 중단 기간도 최대 6개월의 한도를 두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삼성증권은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탁 관련 재판으로 인해 발행어음업 인가가 지연돼왔다. 라이선스 심사는 금융위 내부 규정에 따른 것으로, 당장 7월부터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하나금융그룹도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4조원 및 발행어음업 진출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이미 1조원 이상을 증자했음에도 불구,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크고 수익성이 좋은 계열사인 까닭이다. 롯데카드 인수를 위해 준비해둔 1조원의 투자 여력을 무수익자산으로 남기느니, 계열사에 지원하는 게 낫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 이런 경쟁자들이 올해 하반기 일거에 시장에 진입한다면 신한금융투자 입장에선 수익 창출은커녕 고객 확보에 진이 빠져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발행어음 금리 경쟁 역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마진 축소로 이어진다.
한 대형증권사 금융담당 연구원은 "시장금리 급락으로 수익성이나 금융상품 공급 면에서 증권 계열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주 입장에서 자본 배분은 미래 수익성을 가를 핵심 요소인만큼 신한금융지주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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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26일 15: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