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부진·유동성 영향...발행시장 관심 연장선이란 분석도
주가 급등·합병 실패 등 변동성 있어..목적 알고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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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진한 IPO(기업공개) 시장 상황으로 대체재인 스팩공 상장이 급격히 늘어났다. 여기에 넘치는 유동성이 맞물려 '갈 곳 잃은' 자금들이 스팩에까지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이나 코넥스 상장 기업과 합병해 기업이 코스닥에 우회 상장할 수 있게 하는 특수목적회사다. 3년 내 합병 가능하고, 합병 뒤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는 차익을 얻을 수 있고, 합병이 안될 경우에도 원금 보전이 가능하다.
올해 들어 상장한 스팩은 벌써 10곳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5곳)의 두 배다. 올해 상반기 상장한 총 28(스팩 포함)개 기업 중 스팩이 35%다.증권가에서는 올해 신규 상장 스팩이 전년 대비 50% 증가한 30개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총 스팩 상장 건수는 20건으로, 전년도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스팩 상장이 늘어난 데에는 부진한 IPO 시장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스팩 상장은 소위 IPO 시장 침체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까 연이은 ‘빅 딜’들이 연기되거나 철회되면서 증권사들이 실적을 위해 ‘스팩이라도’ 공모 시장에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시장이 좋을 때는 스팩합병상장이 IPO시장에서 주목 받지 못했다. 당시 상장한 스팩들의 일반 청약은 대부분 미달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증시 불안이 심해지면서 중소형사 뿐만 아니라 대형사인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까지 스팩 상장에 나서고 있다.
늘어난 스팩 상장과 더불어 기관을 비롯한 개인들의 투심도 스팩으로 몰리고 있다. 스팩 투심이 지지부진했던 작년과 달리 일부 스팩들은 상장 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중이다.
페이퍼컴퍼니로 자산 가치만 있는 스팩의 상한가는 분명한 '이상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급등과 다를바 없다는 언급까지 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 일부 스팩의 주가가 단기간 크게 오르며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스팩들은 최근 상장 공모 때부터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스팩5호’의 경우 이번달 10~13일동안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한 결과 최종경쟁률이 무려 654.5대 1에 달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520.9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상장한 ‘유진스팩4호’는 기관수요예측 경쟁률 142.3대 1, 일반최종 청약경쟁률은 300.4대 1을 기록했다. ‘DB금융스팩 7호’도 기관수요예측 109.8대 1, 일반청약 경쟁률이 269대 1이다.
올해 초만 해도 스팩을 향한 투심이 이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3월 21일 상장한 ‘유안타제4호스팩’은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4.5대 1, 최종청약경쟁률은 1.8대 1 수준이었다. 3월 27일 상장한 ‘케이비제17호스팩’도 기관수요예측이 1.95대 1, 최종 청약 경쟁률이 1.5대 1이었다.
증시 변동성 확대 속 스팩이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팩은 공모시 자본의 90% 이상을 한국증권금융과 은행 등에 예치해둔다. 3년 안에 기업과 합병하지 못해 청산해도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가 지급될 수 있는 이유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IPO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이 스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부진한 유통시장과 반대로 발행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유동성은 넘치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스팩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스팩 인기는 메자닌 등 발행시장, IPO시장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이라며 “유통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상장요건 인하 정책 등 발행시장을 향한 기대감은 높아지는데, 공모해서 들어갈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보니 스팩으로 관심이 흘러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된 스팩 투자는 위험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스팩은 시가총액 규모가 작다. 때문에 소위 ‘작전세력’ 혹은 풍문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다. 합병 하기 전의 스팩은 주가가 오르내릴 이유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지난달 상장한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의 경우 한달 내 공모가 대비 400%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일부 세력이 ‘장난’을 치는 등 투기꾼들이 달라붙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공모가와 이자보다 높게 주식을 취득하면 손실 가능성도 있다. 주가가 급등한 스팩은 향후 비상장기업과 합병이 어려워진다. 시총이 커지면서 합병 대상 기업 주주가 받는 합병주식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M&A(인수 합병)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에 스팩이 도입된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합병 성공률은 약 47%정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도 변동성이 높고 완전히 안전한 투자처로는 볼 수 없다”며 “스팩 투자자들은 스팩의 목적부터 생각을 하고 투자해야 하고, 현재 시장의 스팩을 향한 높은 관심이 향후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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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