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는 내년 초 자본비율 여유 생긴 후에나
손 회장 임기 9개월 앞으로…하반기 발 빨라질 듯
매물 없고 업황 악화, 내부 여력 부족 등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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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출범 후 발빠른 행보로 지주사의 틀을 갖췄지만 굵직한 계열사를 꾸려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발목을 잡고 있는 자본비율 문제는 내년 초 해소되고 손태승 회장의 임기도 비슷한 때 만료된다. 시기에 맞춰 대형 M&A 소식을 알리기 위해선 올 하반기 부지런히 준비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업 전반의 불황이 가속화하고 마땅한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부담 요소다.
우리금융은 1월 지주회사로 출범했다. 초기엔 필수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최소로 꾸렸지만 이후 본격적인 조직 확대가 이뤄졌다. 3월 IT 컨트롤 역할을 하는 ICT기획단을 신설했고, 5월엔 혁신금융 지원을 맡는 미래금융부와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는 디지털혁신부를 새로 만들었다.
지주 조직 구성은 이달 마무리 단계에 들었다. 우리금융은 WM, 글로벌, CIB, 디지털 등 4대 성장동력에 대한 사업총괄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룹사 별로 운영 중인 사업부문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고 했다. 손태승 회장이 행장 때부터 중요성을 강조했던 영역들이다. 연금기획부, 자금세탁방지팀도 새로 꾸렸다.
비은행 부문 M&A 행보도 분주했다. 4월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 계약을 맺으며 지주 설립 후 첫 M&A에 성공했고, 지난달엔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올해 안에 지주사로 편입된다. 지주사 전환 전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아주캐피탈에 대해선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다.
향후 추가 M&A의 여지도 남겨 뒀다. 롯데카드 M&A에선 우리은행이 인수금융을 주선하며 지분도 20% 취득하기로 했다.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M&A에선 인수금융을 지원했고, MG손해보험 관련 차입금 리파이낸싱 주선도 검토한 바 있다.
지금까진 순조롭지만 지주사 체제의 진정한 완성은 앞으로의 성과에 달렸다. 손태승 회장은 취임 당시 2~3년 안에 1등 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거의 100%에 가까운 은행 의존도는 장기적으로 6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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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사 M&A가 필수적인데 당장 결론을 내긴 어렵다.
금융사 자본비율 계산 방식으로는 표준등급법과 자율등급법이 있는데 우리금융은 표준등급법을 쓰고 있다. 지주사가 내부 상황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자산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위험 가중치를 주는 내부등급법에 비해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의 작년말 BIS자기자본비율은 15.65%였는데,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비율은 11.06%에 그친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사용 전환은 지주 설립 1년 후에 가능한데 실제로는 2019년 실적 정리가 마무리 되는 내년 2~3월께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부등급법 승인은 곧바로 날 것이고 실질적으로도 자본비율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보지만 형식적으로는 그 전까지 대형 M&A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자본비율에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선 1등 금융그룹 계획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 좋은 소식을 알릴 계획이라면 올 하반기부터는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손태승 회장의 연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지금까지는 조직 구성부터 이익 목표 달성, 작은 M&A 등 구상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여기에 ‘핵심 성과’까지 얹어지면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더 힘이 실리게 된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그 안에 결실을 맺으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밝힌대로 M&A 첫해 이익이 온전히 반영되지는 않더라도 인수했다는 이정표는 필요하다.
우리금융이 성과를 내야 내년부터 본격화 할 정부의 민영화 작업 역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작업이 지주회사로서 형태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증권, 보험 등 인수에 힘 써야 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대형 M&A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놔야 내년 초에 좋은 성과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과 조단위 순이익 차이가 나고 있다. 조기에 따라 잡으려면 대규모 이익을 내는 금융사가 필요한데 마땅한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 웬만한 매물은 다른 그룹들이 모두 선점했다. 교보증권은 인수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인수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재무적투자자(FI)와 분쟁 국면에선 결론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금융업은 본격적인 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업종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엇갈렸으나 올해는 전 업권의 이익률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볼만한 매물이 있다 쳐도 시간이 갈수록 매력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이 앞으로 M&A를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만 진행할 수는 없다. 여러 자금 조달 방안을 고려해야 하지만 금융업황이 갈수록 침체하는 상황에선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여유가 많지는 않다. 비은행 M&A 작업은 박경훈 부사장이 이끄는 경영기획본부에서 주도하고 있다. 지주 전환이 오래지 않았고 복잡한 구조가 필요한 거래들도 있었던 만큼 김정록 상무가 이끄는 은행 IB그룹도 손을 거들어 왔다. 그러나 동시다발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른 M&A 자문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벌려 놓은 일들이 다 마무리되지 않았고 M&A 담당 인력들도 허덕이고 있어 새로 큰 일을 벌이기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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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