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거래 틈새 공략에 염가 봉사
CS, 롯데카드 협상 반전 이끌어
씨티, 지오영 매각으로 큰 이익
주관 따면 성사 위해 온갖 수단
일 맡길 IB 줄었지만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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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올해 들어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래 흥행을 위해 세계 각지의 잠재 후보들을 모아오고 거래가 무산된 틈을 비집고 들어가 승리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더 큰 먹거리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염가 봉사도 감수하는 모습이다.
상반기 M&A 시장의 최대 반전은 롯데카드였다. 한앤컴퍼니가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지만 예기치 못한 논란이 불거지는 사이 협상 기간이 지났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롯데그룹을 찾아갔고 협상 끝에 MBK파트너스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 만족한 MBK파트너스는 CS에 막대한 성과 보수를 지급했다.
CS는 기존 고객을 지키는 데도 분주했다. 작년엔 ADT캡스인수, SK플래닛 11번가 투자유치 등 굵직한 SK그룹 일을 메릴린치에 내줬다. 조찬희 메릴린치 전무가 그 공을 인정받아 작년 말 매니징디렉터로(MD) 승진하기도 했다.
CS는 올해 SK텔레콤의 티브로드 M&A, SKC의 KCFT 인수 등에 관여하며 다시 존재감을 보였다.
산업은행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돈이 되기 어려운 동부제철 매각을 추진하는 사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 자리를 따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작년에 메타넷 매각을 주관했다. 거래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성사 가능성마저 점치기 어려웠다. 보통의 경우라면 IB가 하기 어려운 거래지만 씨티가 장기 포석을 둔 것 아니냔 평가가 나왔다. 난제를 맡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신뢰를 얻고 줄줄이 예고돼 있던 알짜 M&A 자문 기회를 얻으려는 것 아니냔 시선이 있었다.
씨티는 이후 지오영 매각 자문을 따냈고 앵커PE의 성공적인 회수를 이끌었다.
블랙스톤은 처음엔 지오영의 본업인 '의약품 도매업'에만 관심을 가졌다. 기업 가치도 6500억원 수준으로 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투자금을 생각하면 그도 나쁘지 않은 평가지만 앵커PE는 더 큰 성과를 바랐다. 지오영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볼트온 전략을 써온 점을 감안하면 사업부 일부만 떼서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씨티는 시간을 끌며 여러 원매자를 끌어들였다. 사실상 프로그레시브딜이었고, 협상은 블랙스톤만 남을 때까지 진행됐다. '근사한 한국시장 데뷔'를 원한 블랙스톤은 협상장을 떠나기 어려웠다.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 “이미 팔 곳은 정해졌는데 괜히 들러리만 섰다”는 푸념이 나왔다. 앵커PE는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지오영 회수에 성공했다.
IB들의 거래 수임과 성사를 위한 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태림포장 매각 주선을 따내기 위해 IMM PE에 ‘중국 후보의 참여 가능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중 관계가 경색되며 중국 후보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해졌지만 모건스탠리의 원매자 물색 노력은 계속됐다.
골판지 사업은 전세계 시장점유율이 중요한 업이 아니다. 물류 비용을 감안하면 먼 대륙의 후보가 인수해서 얻을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미국과 유럽의 동종 업체는 물론 멀리 아프리카 대륙의 후보자에까지 투자 의향을 물었다.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들의 호응이 크지는 않았지만, 초기 이목을 집중 시키고 흥행을 이끄는 데는 도움이 됐다.
최근 무산된 넥슨 M&A에서도 인수자 찾기는 치열했다. 주로 IB 해외 사무소에서 작업이 이뤄졌는데 거래 규모가 규모인지라 사업 연관성보다는 '그만한 돈이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외 대기업은 물론 미국 야구단 구단주, 유럽의 IT 회사, 미국 케이블 방송사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이 망라됐다. 잠재 후보(long list) 정도가 아니라 long-long list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거래 성사를 위해 갈수록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거래에 나섰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손을 탄 거래'라는 인식이 생긴다. 고객이나 IB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물 밑에서 매각을 준비하는 편이 유리하다.
제한된 후보들을 불러들여 비공개로 데이터룸(VDR)을 열어주는 식이다. 성사되면 좋고 실패하더라도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대한전선이나 잡코리아 등도 사실상 매각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IB들이 날선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실적 때문이다.
몇 년 새 차상급(Second tier) IB의 힘이 빠지는 사이 CS,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메릴린치 등 굵직한 이름만 남았다. 자연히 경쟁률 자체는 낮아졌지만 부담감은 여전하다. 꾸준한 수임과 성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한 두번 실패 사례가 나오면 금세 경쟁 구도에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한 IB 관계자는 “경쟁사가 줄었다지만 거래를 놓쳤을 때의 타격은 더 커졌다”며 “이미 하고 있는 일이 바쁘더라도 거래가 나올 때마다 부지런히 쫓아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다양한 방책을 강구하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영향이 있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PEF)는 포트폴리오 기업을 두고 기업공개(IPO)와 M&A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KCFT 사례에선 IB가 상장전투자유치(Pre-IPO)를 고려하다 M&A까지 뚝딱 끝내는 바람에 국내 IPO 주관 증권사들이 허탈해지기도 했다. 어느 쪽의 자문을 맡든 빨리 해결책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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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