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타델·르네상스테크놀로지 해외에선 대세 헤지펀드로
국내 증권사들 퀀트 팀 꾸리면서 관심 증폭
카카오· 네이버 등 IT 기업도 투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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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초단타 매매 전략을 구사한 미국 시타델 증권을 코스닥 교란 행위로 제제에 나서면서 오히려 알고리즘 퀀트 헤지펀드의 투자전략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투자전략을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이미 해외에선 주요한 헤지펀드의 투자전략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알고리즘 헤지펀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인재 및 프로그램 유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거래소는 시세조종혐의로 메릴린치에 대한 규제를 정하기 위해 시장감시위원회를 열었으나 최종 결정을 미루고 다음달 속개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혐의 입증을 위해 수개월 동안 고빈도매매 패턴을 분석했지만 시타델의 매매 알고리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제가 되고 있는 헤지펀드 시타델이 사용한 전략은 '고빈도 매매 전략'이다.
고빈도 매매 전략이란 특정한 거래 기회를 매우 빠른 속도로 발견하고 주문을 넣는 전략으로 광범위한 차익 거래를 위해 사용된다. 고빈도 매매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들이 늘어나면서 더 신속하게 주문을 넣기 위해 운용사와 거래소 사이에 전용 회선을 설치하여 주문 속도를 최적화하고, 초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계산 속도를 줄인다. 속도 경쟁을 이기기 위해 전선 속에 컴퓨터를 탑재하여 전선 내에서 거래 기회를 찾는 계산을 하면서 동시에 주문을 넣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선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지만, 이미 해외에선 알고리즘을 이용한 투자방식은 헤지펀드의 대세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시타델의 경우는 한화 약 25조원 이상을 운용하고 있으며, 유사한 알고리즘 트레이딩 트레이딩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또한 약 22조원을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헤지펀드가 초대형화 되면서 알고리즘 트레이딩 시장도 성숙해졌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단계 수준이다.
대형사 중에선 NH투자증권이 퀀트팀을 운용하는 등 증권사들이 활발하게 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해외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금융권의 관심도가 높아지다 보니 덩달아 알고리즘 트레이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시중은행에 알고리즘 트레이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크래프트테크놀러지스는 미래에셋그룹으로부터 투자유치를 받기도 했다. 당국의 규제와 별도로 안정적인 수익률 추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전략을 벤치마크 하려는 시도다.
그간 논란이 되었던 메릴린치 창구를 통한 단타 매매의 주역이 시타델로 드러났을 때 금융권에선 이런 전략을 쓸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이 있다는 점에서 부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알고리즘 퀀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주로 컴퓨터공학이나 수학, 물리, 전기공학 박사급 인재들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미래의 주요 성장 분야로 떠오르면서 역량있는 석사급, 학부생 들도 채용이 되는 분위기다. 다만 이들을 뽑을 때 단순하게 전공자를 뽑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가 컴퓨터나 수학 시험을 통해서 직원을 선발한다. 그만큼 퀀트에 대한 이해도가 검증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비단 증권사, 자산운용사에서만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게 아니다.
최근 공격적으로 금융 사업을 확장하는 네이버, 카카오도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 계열의 VC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스프링캠프, 김정주 넥슨 회장이 출자한 VIP자산운용은 알고리즘 트레이딩 운용회사인 하이퍼리즘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서울대학교 출신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되어 2018년 초부터 고빈도 매매를 비롯한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략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알고리즘 트레이딩 기법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카카오는 이 회사 설립 초기부터 운용 자금을 위한 투자를 단행하는 등 알고리즘 트레이딩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선 IT 경쟁사가 같은 회사에 지분투자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받아 들인다. 그만큼 이 분야 기술 및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단 뜻이다.
업계에선 한 IT 업계 관계자는 “시타델, 르네상스테크놀로지 같은 헤지펀드 전략을 사용하는 분야는 IT 기업들도 기존의 금융사보다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라며 “사람이 분석하고 투자하던 40년간의 자산운용 방식도 기계가 판단하는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고 IT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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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