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설비투자 150억원 수준인데 현금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
주주들 GS홈쇼핑 비교하며 배당 높이라고 지속적으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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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쇼핑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회사가 매년 수천억원의 현금을 쌓아놓고만 있고 배당 규모가 극히 작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짠물 배당’을 문제삼은 기관투자자들도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경쟁사인 GS홈쇼핑과 비교하며 회사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기관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올해 3월 미국 투자회사인 돌턴인베스트먼트는 현대홈쇼핑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주주서신 내용은 자사주 매입소각 또는 배당 확대 ▲경영진 총 보수의 약 40~70%를 일정 기간 후 양도 가능한 제한부 주식 형태로 제공 ▲경영진 성과를 경제적 부가가치에 초점을 두고 평가 ▲기업분할 합병 등을 통한 가치 시현과 구조 효율화 등이다. 지난 2017년에는 벨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현대홈쇼핑에 자사주 매입 소각 및 배당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이외에도 다른 운용사들도 현대홈쇼핑에 대한 주주서한ㆍ배당요구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주들이 콕 찍어 현대홈쇼핑에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는 수천억원대의 현금창출능력과 보유량에도 불구, 이를 고스란히 사내에 유보해 놓고 있으면서 이렇다할 투자계획이나 비전도 제사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현대백화점 그룹의 '현금창구'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것.
홈쇼핑 사업은 오프라인 유통업과 달리 신규 점포 설립 등의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 케이블 TV, 모바일 기반으로 영업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른 유통업과 달리 설비투자 비용이 크지 않다. 아울러 최근에는 모바일 및 T커머스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T커머스는 TV와 상거래를 뜻하는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로 TV를 보다가 리모컨을 사용해 상품 정보를 검색해 구매,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경쟁 심화로 인한 방송매출 부진을 이와 같은 새로운 채널이 보강해 주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경기 침체에도 홈쇼핑 사업은 안정적인 이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매해 기록하는 상각전이익(EBITDA)가 연간 1000억원을 넘긴다. 동시에 특별하게 설비투자 비용이 들지 않다 보니 1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차곡 차곡 쌓이는 구조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건자재 업체인 현대L&C(구 한화L&C) 인수비용으로 3666억원을 지불했음에도 불구, 올해 1분기말 쌓아 놓은 현금성 자산만 6000억원 가량이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현대홈쇼핑의 재무 안정성과 현금창출력을 일찌감치 주목해 왔다. 한국신용평가는 “별도기준 연간 약 1000억원 내외로 예상되는 영업창출현금 규모를 감안하면 향후 1년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원천은 5000억원이다”라며 “이러한 유동성 수준은 150억원 내외로 예상되는 설비투자(CAPEX), 222억원의 배당금 지급 등의 자금소요를 크게 상회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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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라보고 있는 주주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한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1000억원을 넘는데 연간 배당금 지급은 고작 2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 처럼 신규투자를 통해 매출 신장을 이루는 사업구조도 아니다. 많을 때는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게 오히려 현대홈쇼핑의 주가를 누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가치 산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현금은 오히려 디스카운트 요인이다”라며 “현대홈쇼핑이 쌓아놓은 현금의 70% 가치만 인정해 목표주가를 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M&A 등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한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은 크다. 이는 홈쇼핑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라기 보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신사업 투자에 현대홈쇼핑이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L&C는 지난 1분기 15억원 적자가 나면 실적마저 신통치 않았다.
한 펀드매니저는 “현대홈쇼핑에 쌓아 놓은 자금이 그룹의 신사업 투자에 쓰이고 있는 점을 주주들이 납득하기는 힘들다”라며 “신사업 투자를 감안하더라도 6000억원의 현금을 쌓아 놓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GS홈쇼핑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GS홈쇼핑은 매년 400억원을 배당에 쓰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증가하며 배당성향이 31% 수준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2014년 이후 통상 40% 수준의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홈쇼핑 산업이 성장산업이 아닌터라 GS홈쇼핑 수준의 배당성향은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기관투자자들의 주주서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를 요구한 돌턴인베스트먼트와 벨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이들과의 연대를 같이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현대백화점 그룹이 현대그린푸드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40%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져가는 상황이라 ‘한진칼 사태’와 같은 주주행동주의의 거센 공경은 받지 않더라도 기관투자자들의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기관투자자는 “현대홈쇼핑은 주주와의 상생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라며 “경영개선을 통해서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홈쇼핑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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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