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은 통매각…이해관계 맞으면 분리매각 가능성도
올해 내 매각해야 하는 금호그룹
기한 놓치면 채권단에 ‘매각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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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매각이 곧 본격화한다. 국내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인수전 참여를 위한 사전작업이 한창이다. 최근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참여가 예상되는 후보들의 면면이 다양해졌다. 일단 경영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둔 산업은행과 금호그룹, 그리고 매각주관사는 예비입찰 흥행 성공이 1차 목표다.
산업은행과 금호그룹, 매각주관사(크레디트스위스)는 현재 공고 일정을 협의중이다. 이르면 7월 말 공고를 내고 경영권 매각에 착수한다는 목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를 모두 포함해 매각(이하 통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란 입장이다.
산업은행의 매각 결정 이후, 아시아나항공ㆍ에어부산ㆍ아시아나IDT 등 매각 대상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인수후보들은 인수를 위한 검토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다.
애경그룹은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고, 재무적투자자(FI) 유치에 나섰다. 재무여력과 인수 후에 대한 부담을 차치하고, 가장 먼저 적극적 인수 의사를 내비친 탓에 FI들의 관심도가 상당히 높은 후보로 꼽힌다. 애경그룹 단독으로는 사실상 인수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관심을 보이는 PEF들 여러곳을 상대로 조건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굵직한 PEF들이 대다수 접촉하고 협의했지만 아직 최종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많은 FI들이 애경그룹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와 손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GS그룹도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이다. GS그룹은 내부 주력계열사인 정유회사인 GS칼텍스와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국제 유가 추이가 실적에 주요한 변수가 되는 정유회사와 항공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유가 변동에 대한 일정 부분의 헤지(Hedge)를 기대할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이 매각이 공식화 할때부터 내부 TF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GS그룹은 “공식적인 검토는 아니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현재 결정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SK그룹의 참여여부다. 한 때 항공사 인수를 검토 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시작됐을 당시부터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일단 SK그룹은 공식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부인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포기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거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등 기존의 그룹 리더들과 이견조율이 아직 부족하다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다. IB업계와 항공업계 등 복수의 관계자는 “SK그룹 내부에서는 기존 경영진의 의견들도 참고가 되는데 명확한 합의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실무자들 사이에선 내부 검토가 이뤄지고 있고, 국내 PEF나 IB들도 상당히 많은 제안을 하고 있어 최종 참여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K그룹도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바 없다"라는 입장이다.
항공업계의 참여여부도 관심사다. 중소형 항공사들의 참여를 제쳐두고,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참여여부가 화두다.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정리되지 않은 지배구조, 외부 세력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는 와중에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매각주관사와 산업은행, 금호그룹 간 대한항공의 입찰 참여 여부를 두고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진 않았다. 대한항공이 입찰에 참여하게 될 경우, 국내에서 유일한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내부 자료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 입장에서야 일단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입찰 참여를 막을 유인은 없지만 금호그룹 입장에선 굉장히 껄끄러운 일이다”며 “대한항공 또한 FI들과 상당수 접촉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실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주가는 인수후보들에 상당한 부담이다. 특히 최근에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자회사 시가총액은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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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측은 ‘통매각’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인수후보자들이 다수 참여하고, 각 인수자들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면 굳이 분리매각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추가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확보해야하는 부담을 덜 수도 있다.
분리매각이 성사될 경우엔 인수후보군의 면면이 더 넓어진다. 실제로 에어부산의 대주주는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 부산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들 10여곳으로 이뤄져 있는데, 분리매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올라 시가총액이 4000억원에 달하지만, 기존에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들이 인수에 나선다면 부담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에어부산의 경우 부산 주주들의 입김이 상당히 컸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경영권을 갖고 오고 싶어하는 일부 주주들도 있다”고 했다.
인수후보자들의 준비 여부와 무관하게 산은과 금호그룹간의 줄다리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제약 요건은 ‘매각 기한’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매각 구조가 구주매각과 신주발행이 병행되는 구조이다보니 금호그룹 입장에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최대한 비싼 값에 매각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매각기한이 길어지게 되면 채권단이 구주매각에 대한 대리권을 행사 할 수 있게 된다. 현재상황에선 금호그룹이 대주주로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지만, 채권단이 대리권을 행사하게 되면 매각 과정에서 구주 가격을 높일 유인이 사라진다. 채권단이 구주에 대한 차등 감자를 실시하고, 매각 시 유상 신주 비율을 높여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시나리오다.
아시아나항곡 매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주주 입장에선 구주를 너무 욕심을 내면 기한내 매각을 못할 것이고, 그렇다고 눈높이를 낮추기도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올해 내 최대의 가격으로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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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