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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부정적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차입금은 늘고 실적은 둔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0일 ‘When The Cycle Turns: Korean Corporate Credit Quality Feels The Squeeze (높아지는 신용 위험에 직면한 한국 기업들)’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험난한 영업환경, 공격적인 재무정책, 규제 리스크 등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 부담이 향후 12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준홍 S&P 이사는 “S&P의 중국, 미국, 유로존, 한국의 2019년 경제성장 전망을 고려했을 때 거시경제 지표의 둔화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수요 둔화와 무역분쟁 심화는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나타났으며 향후 12개월 동안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19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와 69% 감소했다. S&P는 수출의존형 산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를 비롯해 정유 및 화학 산업의 경우 향후 1~2년 동안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영업현금흐름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자본투자와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공격적인 재무정책을 도입하고 있어 재무지표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향후 2~3년에 걸쳐 차입을 통한 생산설비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S&P는 이러한 신용도 흐름을 반영해 2018년 말부터 몇몇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하향조정 했다. SK하이닉스(BBB-/안정적), 이마트(BBB/부정적), SK텔레콤(A-/부정적), LG화학(A-/부정적), SK이노베이션(BBB+/부정적), SK E&S(BBB/부정적)은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됐고 KCC(BBB-/안정적)와 현대차그룹(BBB+/안정적)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 하향조정이 상향조정보다 많은 부정적인 흐름으로 전환됐다. 올해 들어 한국 기업들 중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이 상향조정 된 기업은 없다. S&P는 어려운 영업환경과 기업들의 공격적인 재무정책을 고려할 때, 부정적인 신용도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세현 S&P 이사는 “하지만 여러가지 하방압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양호한 운영효율성과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업체들보다 유리한 시장지위를 점하고 있어 신용등급이 급격히 변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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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10일 11:20 게재]
입력 2019.07.10 11:22|수정 2019.07.10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