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면 있지만 거래 프로세스 챙기지 못한 셈
무산 후 입단속은 철저…’끝나도 번거롭다…’ 빈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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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는 넥슨 M&A에서 국민연금까지 설득해 최대 15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자금을 모은 직후 거래가 무산되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고, 어렵사리 투자를 결정했던 국민연금도 무색해졌다.
결국 거래 진행 경과조차 살피지 못했다 평가가 나오는데, 반면 MBK파트너스는 사후 단속엔 꼼꼼한 모습을 보였다.
거래를 도운 기관들에 즉각 자료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책임자 명단까지 받아갔다. 당연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이미 거래 무산으로 상실감을 겪은 당사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넥슨(지주사 NXC) M&A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올해 초 공개 매각으로 전환한 후부터는 MBK파트너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일찌감치 전략적투자자인 넷마블과 큰손인 국민연금과 컨소시엄을 꾸릴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넷마블에선 방준혁 의장이 직접 딜을 지휘했고, MBK파트너스에선 올해 승진한 박태현 대표가 주도했다. 이후 주주간계약(SHA) 협상 등에서 갈등을 빚으며 넷마블과 갈라선 후에도 MBK파트너스의 인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넥슨 M&A는 김정주 회장이 가진 NXC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지분을 사면 핵심인 일본 상장사 넥슨 지분 47%(NXC 지분율 28.3%, 벨기에 투자법인 NXMH 18.7%)를 갖는 구조다. 이 지분 가격만 높이 치면 승자가 될 수 있지만, 넥슨 지분 전량을 확보하는 전략이라면 마냥 높은 값을 써내기 어려웠다.
MBK파트너스 역시 NXC M&A 후 넥슨 지분 전량을 사들여 상장폐지 시키고, 게임 산업에 높은 가치를 쳐주는 시장에 상장하는 그림을 그렸다. 당시 넥슨 시가총액이 15조원을 오갔으니 적어도 그 정도는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 열린 구조를 짰지만 MBK파트너스 역시 궁극적으로는 15조원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짐(김병주 회장)이 곧 투심위’라는 MBK파트너스의 내부 승인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거래 규모가 큰 데다 전략적투자자까지 빠진 터라 외부 자금 모집에 총력을 다해야 했다. 일찌감치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과 손잡고 인수금융 조달 논의를 하는 한편, 지분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국내외 큰손 기관투자가를 분주히 찾아다녔다.
국민연금도 빼놓지 않았다. MBK파트너스가 해외 출자자에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국민연금과 연결 고리가 약해졌다. 그러나 자금 조달을 마무리 하기 위해서든, 국내 M&A 사상 최대 거래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든 국민연금의 참여가 필요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넥슨에 대한 투자여부를 두고 상당한 진통을 치러야 했다.
넥슨은 높은 기업가치만큼이나 한계도 명확했다. ‘던전앤파이터’ 한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이후 별다른 성공 사례를 보여주지 못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버전이 외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거래에 참여했던 한 자문사 관계자는 “넥슨 M&A의 최대 현안은 역시 던전앤파이터의 수익성이 얼마나 유지될 것으로 보느냐였다”며 “대세를 따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버전을 내놓는다지만 일부 후보들은 넥슨의 모바일 게임 개발 능력에 의문을 갖거나 자기잠식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막판까지 넥슨 투자 여부와 금액, 방식 등을 두고 격론이 이어졌다. 지난달 24일 투자심의위원회가 열렸고 이때 일부 외부 위원이 강한 반대 의사를 보기도 했다. 어렵사리 투자가 승인됐고 투자 규모는 지분투자 및 대출 등을 포함해 8억달러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 외에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10억달러 투자 의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딱 이틀 뒤 매각 계획이 백지화됐다. 김정주 회장은 지난달 26일 NXC 지분 매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고, 이달 들어 인수후보들에 공식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MBK파트너스는 정보력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투자금은 모아 놓으면서 정작 투자의 전제가 되는 거래 진행 동향은 살피지 못한 꼴이 됐다. 국내외 유수의 큰 손들을 빈 손으로 돌려 보내며 체면을 구겼다. 거래 준비 과정에선 수십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김정주 회장이 전략적 투자자를 더 선호했지만 마땅한 후보가 없었다는 등 여러 언급이 나왔지만 결국은 가격이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늘 ‘위닝 프라이스’를 써내는 데 익숙했던 MBK파트너스지만 이번에는 상대방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애초부터 김정주 회장 마음대로 거래가 진행됐고 주관사의 철저한 정보 통제가 따른 거래였다.
국민연금도 무색해지긴 마찬가지다. 간만에 MBK파트너스를 믿고 내부 반대까지 극복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참여해도 안 될 거래는 안 된다’는 씁쓸한 사례만 더하게 됐다. 유사한 기회가 있을 경우 MBK파트너스는 물론, 다른 운용사에도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파트너는 “애초에 파는 사람 마음대로 진행되는 거래였기 때문에 MBK파트너스 탓을 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다음에 이처럼 큰 거래를 들고 국민연금에 찾아가기는 민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 종료로 MBK파트너스와 함께 반년 가까운 시간을 투입한 자문사, 금융사들도 거래 무산에 허탈해 했다. 성공 보수를 받는 IB나 일 한 만큼은 챙겨가는 자문사보다 직접 투자에 참여하려던 기관들의 상실감이 더 컸다.
MBK파트너스는 거래가 무산되고도 꼼꼼했다. 거래에 조력한 관련 기관들에 그간 검토했던 자료들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자료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 인력 명단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일 정도로 강한 수준의 비밀유지협약(NDA)을 맺었던 거래라 당연한 조치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자들 사이에선 ‘죽은 거래가 끝까지 번거롭게 한다’는 푸념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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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10일 13:4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