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유력한 후보…SI-FI 연합 물밑 움직임도
이재용 부회장 대법원 선고 이르면 이달
부회장 거취 확정되면 불확실성 해소
경쟁입찰 보단 수의계약?…깜짝 빅딜 가능성에 촉각
-
삼성카드 매각설이 또 다시 불거졌다. 롯데카드 매각 이후 카드시장에 대한 재편, 삼성그룹의 비주력 금융계열사 정리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커졌다. 최근 카드회사 M&A에서 확인했듯 관심을 보일법한 원매자들은 충분하다. 변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숨죽인 삼성그룹의 결정에 투자자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카드 매각 가능성이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때는 삼성에버랜드(現 삼성물산)와 제일모직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던 삼성카드는 그룹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떨어졌고, 카드업 전반에 걸친 성장 둔화가 계속되다 보니 삼성이 계속 카드사업을 끌고 갈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은 꾸준히 거론돼 왔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엔 KB금융그룹과 카드·증권 패키지 매각이 협상단계까지 진행되기도 했는데,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삼성그룹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모두 언제 등장해도 놀랍지 않은 매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수년 간 삼성카드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장 2위 지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상반기엔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지난해 전체 실적도 전년에 크게 못미쳤다. 주가는 2016년 이후 최저점이다. 조달비용은 늘어났는데 가맹점 수수료율은 크게 떨어졌다. 카드 대출 이익규모도 급감했다. 코스트토 제휴 종료에 따른 취급고 감소와 대손비용의 증가로 올 상반기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 ‘평판 리스크’는 여전하다.
대기업이 카드회사를 이끌어가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롯데카드가 매각에 성공했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맞추기 위해 롯데카드를 매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등 굵직한 전략적투자자(SI)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형 사모펀드(PEF)까지 가세하며 결국 자금력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시장 5위 사업자인 롯데카드 매각과정에서 모습을 나타낸 후보들은 카드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삼성카드 인수전에 또 다시 거론될 원매자들이다.
▲외연 확장에 힘쓰는 우리금융그룹 ▲비은행으로 눈을 돌린 하나금융지주 ▲ING생명보험을 인수한 신한금융그룹의 재부상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KB금융그룹 등 금융지주회사들은 1순위 후보다. 거래를 성사시킬만한 자금력과 자신감, 통크게 베팅할 수 있는 내부 의사결정체계 등을 차치하고 시장 2위 삼성카드 매각은 금융지주회사의 판도를 다시한번 뒤바꿀만한 빅딜로 평가받을 수 있는 거래로 꼽힌다.
자금력 있는 PEF 운용사들도 삼성카드는 눈독을 들이고 있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며 최근 삼성카드와 협력관계를 맺어가는 MBK파트너스, 롯데카드를 눈앞에서 놓친 한앤컴퍼니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언제 매물로 나와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금융지주사들이 포진해 있다보니 PEF 운용사 입장에선 추후 투자금 회수(Exit)에 대한 부담이 덜 한 것도 사실이다.
-
매각이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이미 원매자들 사이에선 발빠른 움직임도 포착된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SI 측에서 삼성카드 인수에 대해 함께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매각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관심은 있지만 쉽게 결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며 “FI 보다는 금융지주회사가 중심이 돼 돌아가는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상황은 나쁘지 않지만 매각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까진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과 맞물린 내부 사정이 걸림돌이다.
국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카드 매각설과 관련해 ▲시가총액이 너무 크고 ▲중복고객으로 인한 효과 반감 등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CEO)의 재판 등 그룹 내부사정 등을 이유로 당분간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최종판결은 이르면 이달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그룹의 모든 의사결정이 이 부회장의 거취와 맞물린 정무적 판단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삼성카드의 매각도 이 부회장의 거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카드의 매각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서 ‘코드’를 맞추기 위한 거래가 될 지, 아니면 금융계열사 매각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거래로 규정할 지는 이 부회장 판단에 달려있다. 삼성그룹의 M&A 전례를 비춰볼 때, 그룹의 속사정을 모두 드러내야 하는 경쟁입찰 대신 궁합이 잘 맞는 후보자 몇몇에 대한 수의계약 형식의 거래, 즉 깜짝 빅딜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평가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