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익률 추구 vs. 경영권 확보…펀드 정체성 둔 혼란
경영권 눈앞에 두고 공세 강화…회수안은 스스로 가둬
델타 등장하며 허무한 마무리…"투자보다 10배 더 중요한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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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웅진 그룹 간 코웨이 M&A 논의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자, PEF 업계에선 잡음이 나왔다. 바이아웃(Buy-out) 투자를 ‘비합리적인 경영에 묻힌 '알짜 기업'을 발굴해 가치를 높이고, 이를 되팔아 수익을 얻는다’로 정의한다면, 실패한 경영인을 다시 대면한 MBK파트너스의 행보는 이를 역행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었다.
MBK파트너스도 의도했건 의도치 않건 초기 “윤석금 회장은 안된다”는 자세를 유지했지만, 웅진그룹이 외견상 구속력 있는 투자확약서(LOC)를 끊어와 거래 종결성이 담보되자마자 곧장 다시 협상장에 앉았다. 결과는 투자원금 대비 400%에 달하는 '수익률'이었다.
#2. "제가 감히 그분을 평가할 위치도 아니고…사회에 누군가는 했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국내 PEF A사 대표) "처음 나선 사람이 고달플 수 밖에 없는 순교자…후배들에게 길이 될 것"(글로벌 PEF B사 대표)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 열풍을 불러온 강성부 펀드(KCGI)가 등장했을 때 사모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선 유례없는 극찬 행렬이 이어졌다. '한진그룹 일가의 전횡을 막을 인물'에서부터 ‘투자를 통한 정의 실현’에 이르기까지 해석도 제각각이었다. 주위 운용사가 성과 보수로 1억원만 더 벌어도 곧바로 신경전이 펼쳐지는 업계에선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이미 시장에 알려졌듯 양 사례의 결과는 엇갈렸다. 업계의 찬사가 이어지던 KCGI는 델타항공의 백기사 참전으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되자 이제 운용사의 미래와 존폐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반면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매각은 3개월 이후 벌어진 각종 혼란과 무관하게 홈페이지에 주요 투자 사례 한 자리를 차지할 예정이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결국 양 사의 성공과 실패가 '펀드'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었는지에서 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PEF 관계자는 “결과론적인 해석일 수 있지만 KCGI가 운용사 입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언제 어떻게 수익을 돌려줄지 고민하며 상황을 주도한 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차기 ‘최고 경영자’ 입장에서 한진그룹을 어떻게 경영할지에 몰두하며 갈팡질팡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금융가에선 이와 관련 한 가지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국내 운용사 한 곳이 KCGI의 한진칼 투자에 대한 참여여부를 놓고 실무진들을 포함해 KCGI측과 미팅을 진행했다. KCGI와 업무미팅이 종료된 직후, 이 운용사 대표는 실무진들에 이번 투자에 문제점이 없는지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전투에서 장수가 흥분하면 꼭 큰 실수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래지 않아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 소식이 들려왔고 주가는 급락했다. 해당 운용사는 이때 투자를 재검토한 덕분에 큰 폭의 투자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KCGI가 투자 대상으로 한진칼을 선택한 점과 투자 타이밍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진칼 투자와 동시에 ㈜한진 투자도 병행해 오너일가의 주식스왑 등 탈출구도 철저히 막아뒀고, 오너일가의 무리한 호텔 투자 등을 부각해 명분도 세웠다. 해당 시기에 한진가 일가는 주요 언론의 경제면 보단 사회면에서 찾아보기 더 쉬울 정도로 내분이 벌어졌고 자연스레 여론전에서도 우위를 설 수 있었다.
실제 막대한 상속세 이슈가 본격화 되고 주가가 3만원 후반대에 달했을 무렵엔, KCGI 내부에서도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KCGI가 본격적으로 공세를 쥔 시기도 이무렵이다. 처음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지난해 11월 이후 현재까지 총 19건의 보도자료를 내며 여론전을 폈는 데, 대부분 입장 발표가 이 시기에 집중됐다.
오히려 초기엔 공식 반박에 나서던 한진그룹이 점차 침묵한 점과 대비됐다. 이로 인해 한진가의 실패를 부각하며 투자자 모집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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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문제는 KCGI가 한진가와 대립하면서 존재감은 키워갈 수록, 본인들의 회수 방안은 좁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투자 당시만해도 KCGI 입장에선 ▲경영권을 빼앗아 회사 운영을 전담하는 방안 ▲분쟁을 유지하며 최대주주 측에 지분을 적정 가격에 되파는 방안 ▲적정 수익률에 도달했을 때 시장에서 블록세일로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적정 수익률을 거두기 위한 투자가 점차 경영권 향방을 둔 구도로 상황이 바뀌면서, 사실상 나머지 두 회수 방안을 스스로 차단했다는 평가다.
국내 지배구조 관련 PEF 대표는 “통상적인 PEF였다면 여론전에 몰입하기보단 주가가 고점인 시기에 회수할 수 있는 방안과 명분도 살려 뒀어야 했다”라며 ”정작 KCGI가 한진그룹을 몰아 붙이는 데 몰두하다보니, 팔고 나갔을 때의 비난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 몰리게 된 점이 패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KCGI가 설립에서부터 단기 차익이 아닌 중·장기 투자를 표방해온 만큼 다른 투자 사례와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만 펀드 투자자 구성을 살펴봤을 때,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동의가 어느정도나 있었는지 문제도 관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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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규모 펀드인 1호 펀드(그레이스홀딩스)는 평균 매입가(약 2만원 중반 추정)를 고려할 때 아직 수익 구간에 위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부 대표가 LK투자파트너스 재직시 두둑한 수익을 안겨줬던 요진건설과 조선내화를 비롯한 SI와 6곳 가량의 헤지펀드 운용사 등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손실 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캐롤라인홀딩스(4호)·베티홀딩스(5호)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KCGI가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세를 강화한 시기에 모집됐다. 시장에선 PB 등을 통해 모집한 개인들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진입과 동시에 30%를 넘나드는 손실이 확정된 신규 진입 투자자들이 KCGI의 ‘장기 투자전략’에 공감해 해당 가격에 투자했는지, 아니면 당시만해도 손앞에 놓였던 경영권 확보 등 ‘단기 이벤트’를 기대해 진입했는지 여부는 물음표다.
KCGI 측은 여전히 주요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아직 승부수가 남아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추가 투자자 유치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들도 나온다. 한 기관투자가는 “신민석 부대표가 기관들을 만나며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 회장 사이가 좋지 않으니 10월까지 지켜봐 달라 ▲델타를 우리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등의 논리를 펴지만 기관들 반응은 싸늘했다"고 밝혔다.
정작 '속수무책'으로 보였던 한진그룹의 대응도 뒤늦게 재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KCGI 측이 검사인 선임 소송을 취하하며 "소송으로 다툴 실익이 사라졌다"고 설명한 점이 대표적이다. 갈등을 일으켜 주가 변동을 꾀하는 게 KCGI의 전략이라면, 오히려 한진은 “2대 주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라며 흡수해버리는 전략으로 일관해온 점이 성과를 본 셈이다. 동시에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을 중심으로 연초부터 델타와 논의를 이어가며 불씨를 살렸다. 항공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그룹 대응책을 총괄한 유능한 전략가의 조언이 있었던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KCGI의 등장에 고무됐던 제 2, 3의 행동주의 펀드들도 이제 한진칼 사례에선 '교훈'을 얻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국민연금(NPS)의 우군 확보와 주가 상승기 KCGI와 강성부 대표에 쏟아진 여론의 관심들이, 백기사 참전과 동시에 시들어해진 점에서 교훈을 얻는 운용사도 보인다.
다른 행동주의 펀드 대표는 “펀드 설립, 투자 시기에서야 이런저런 명분을 내걸며 회사를 홍보할 수 있지만 정작 회수 시기에 고민해야하는 건 단 한가지 수익률 밖에 없다”라며 “투자 시기보다 회수 때 고민은 10배는 더 해야한다는 기본적인 교훈을 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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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