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영입 파트너들 이탈 움직임
외형성장보단 내실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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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결산이 끝나고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일부 파트너들은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구요.” (한영회계법인 고위관계자)
한영 회계법인 내부분위기가 심상찮다. 사상최대 실적 달성이란 ‘에드벌룬’ 뒤엔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조직 통합은 안돼고, 빅4 체제 안에 들기 위해 저가수주도 마다하지 않다 보니 수익구조가 좋지 않다. 이에 사상최대 매출은 달성했지만, 손익을 계산해보면 실질적으론 손실이란 말도 나오는 판국이다. 배당(성과급)마저 줄어든다는 말들이 나오면서 파트너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한영회계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6.6% 증가한 4300억원을 기록했다. 창립 후 처음으로 연매출이 4000억원을 넘어섰다. 전 사업부문에서 고르게 매출이 증대했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성장가도를 달리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파트너들의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
한영 회계법인은 지난 몇 년간 DAP(Direct Admitted Partner)라 지칭하는 외부영입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뽑았다. 감사부문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 이후 기아자동차와 같은 대형 감사법인이 클라이언트로 들어오면서 삼일회계법인 등 다른 대형 회계법인에 빅 어카운트(대기업 담당)를 맡고 있는 파트너 영입에 공을 들였다. 이처럼 스카우트 된 외부 파트너는 기존의 파트너들보다 더 좋은 연봉 조건으로 이직해 왔다.
한 빅4 회계법인 파트너는 “빅4 회계법인 파트너를 데려오기 위해 기존 급여보다 20% 정도는 더 많은 급여를 주고 데리고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영입 이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외부영입 파트너는 2년간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된다. 이들이 이탈할 경우 이를 영입한 시니어파트너들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한영회계법인 파트너들이 외부에서 데려온 파트너의 성과를 보장하기 위해 자기 일감을 나눠서 주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갑자기 파트너라고 외부에서 영입됐는데, 자기 일감까지 나눠줘야 한다면 기존 파트너들의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영입한 파트너들이라고 마냥 행복한 상황은 아니다. 2년간 자리가 보장은 된다고 하더라도 궁극에는 성과가 안나오면 퇴사해야 할 상황이어서다. 이들에게도 실적 압박은 그만큼 크다.
여기에다 표면상 전체 매출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해 거뒀으나 실질적인 이익규모는 오히려 줄었다는 내부사정도 있다. 이러다보니 외부 파트너들이 이직 당시 약속받았던 연봉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지난해 파트너가 아닌 일반 직원들의 급여를 삼일회계법인에 맞춰 20%가량 높이다 보니 파트너들의 급여가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는 외부 영입 파트너들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파트너들 사이에 동요가 있는 가운데 더 좋은 급여 조건을 보고 옮겨온 파트너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단 감사부문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재무자문 본부도 매출은 많이 늘었지만, 실질적으로 손에 쥔 수익은 크지 않다는 말들이 나온다. 실사업무뿐 아니라 자문역량 강화에 나서곤 있지만, 아직까지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M&A 자문을 하기위해선 세무, 컨설팅 등과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지만 아직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단 평가다. 다른 빅4 회계법인은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실사보다 수익성 좋은 자문업무를 강화하면서 이익을 내고 있다.
한 한영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는 “매출 목표를 맞추다 보니 저가수주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아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자문 업무로의 확장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영이 인건비 증가, 저가수주의 타격이 큰 것은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한영 회계법인은 글로벌 회계법인인 EY(Ernst & Young)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다른 회계법인에 비해 글로벌 파트너의 영향력이 강하다. 일례로 한영회계법인의 비용을 EY APAC본부인 중국 대련에서 정산하는 식이다. 그만큼 EY에 주는 비용이 다른 빅4 회계법인에 비해 크다. 또한 상대적으로 다른 회계법인들이 양보단 질 중심으로 수익구조 개선에 힘을 쓴데 반해 한영은 여전히 빅4에 걸맞는 규모 증대에 집중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 빅4 회계법인 파트너는 “수익구조가 나아지지 않으면 외부에서 데려온 인재들도 나갈 수 밖에 없다”라며 “이게 성장통일지 아님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영회계법인은 “직원들의 급여가 올라가 파트너들의 연봉에 변화가 있는 것은 한영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현재 손실이 나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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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12일 10: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