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들 "경쟁력 있는 기업 찾자"
'바이오 옥석 가리기' 시작한 시장...'종목주'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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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분위기가 조심스러워지긴 했지만, 바이오는 결국 계속 가져가야 하는 섹터니까요”(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
국내 바이오 IPO(기업공개) 시장이 하반기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각종 악재를 겪으면서 바이오 역시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그래도 국내 IPO시장의 중추는 아직 바이오라는 평가다. 바이오 섹터에 '종목별 장세'가 펼쳐지며 물 밑에선 기술력 있는 바이오 기업들 찾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여전히 IPO 시장을 이끈건 바이오였다. 올해 상반기 상장한 기업 총 18곳 중 6곳이 바이오 업체였다. 상반기 코스닥 IPO 공모규모(1조1411억원)는 지난해(5376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코스닥 IPO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바이오주의 주가 부진에도 불구, 증권가에서는 본격적으로 하반기 바이오기업 IPO에 시동을 걸고 있다.
상반기 비교적 부진한 IPO 성적을 보였던 미래에셋대우는 올 하반기 올리패스와 보로노이 등 ‘바이오 대어’ 코스닥 상장 주관을 맡았다. 올리패스는 기술성평가에서 모두 ‘A’ 등급을 받고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하반기 상장일 최종 확정만 남겨둔 상태다. 보로노이 또한 지난달 기술성 평가를 신청한 상태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 기업 네오이뮨텍(NIT)은 최근 기술성평가에서 고배를 마시고 상장 준비를 재정비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외에 대표 주관사를 추가로 선정하기 위해 증권사 2~3곳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증권사들의 ‘바이오 사랑’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특히나 기술력 있는 기업들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상장한 6곳의 바이오 업체도 모두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특히 깐깐해진 거래소의 기술성 평가에 ‘옥석’을 가려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했다. 영업상황보다 기술성 위준의 질적 심사로 전환해 바이오 등 혁신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을 촉진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오히려 인보사 사태나 에이치엘비 등 바이오 기업의 ‘기술력’ 이슈가 계속되면서 ‘검증’ 자체는 강화하는 추세다. 당국은 바이오 기업 기술특례 상장 심사조건을 구체화했고, 기술성 평가를 담당하는 전문 외부평가 기관 숫자도 늘릴 계획이다.
한 증권사 IPO담당자는 “바이오 기업들과 주관사가 조심스러워진건 사실이지만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면서 “외부에 알려진 기업들 외에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고, 주관사 입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IPO시장이 ‘옥석 가리기’에 나선건 시장 분위기가 변한 이유도 크다. 주식 시장에서 제약·바이오주는 더 이상 ‘섹터장’이 아닌 ‘종목장’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도 연이은 호재와 악재를 겪으면서 바이오 섹터로 휩쓸리기보다는 개별 리스크 등을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엔 유한양행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체결 등 호재와, 한미약품의 기술반환 등 악재가 혼재했다. 하지만 유한양행의 기술이전과 한미약품의 기술반환 등에 시장이 지난 2015·2016년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2015년엔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성공 소식에 제약바이오 섹터 내 거의 모든 종목들의 주가가 고공행진했다. 2015년 연간 코스피의약품 지수는 88%, 코스닥제약 지수는 75% 상승하기도 했다. 또 2016년 9월에는 한미약품의 기술 반환에 섹터 내 거의 모든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제약바이오 연구원은 “신약개발과 관련된 시장의 이해도가 크게 증가했고, 이젠 단순히 기술이전이라는 이벤트 보다는 해당 약물의 성공가능성 등 시장은 객관적 사실을 요구한다”며 “제약바이오 섹터는 이제 한 기업이 섹터 전체를 움직이기보다 빠르게 ‘종목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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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2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