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생보사 대규모 적자 예상되자
금융당국, LAT제도 추진 유예
금리인상 외 뚜렷한 방안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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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교보생명이 저금리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전에 팔았던 고금리 상품들의 부담이 고스란히 자본확충 부담으로 오고 있다. 감독당국에서도 양사가 처한 상황이 위기라고 인식한다.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은 금리하락이 이어진다면 극단적인 대책마저 새워야 한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증권가에서 올 2분기 한화생명 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별도기준 순익 5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순익이 69.9%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다. 문제는 이 추정치마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상반기 한화·교보생명의 순익이 나오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적자' 의미라고 보고 있다. 2022년 도입되는 새로운 보험사 회계기준인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감독당국이 시행하는 부채적정성평가(LAT) 제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대규모 적자란 분석이다.
LAT제도에 따르면 현재의 시장금리를 반영해 보험사들의 부채(보험계약)를 시가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앞으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주어야 할 금액이 들어올 금액보다 클 경우 이 부분은 적립금 형식으로 쌓도록 규정하고 있다. 쌓은 적립금은 올해부터 손익에 바로 반영토록 했다. 즉 과거에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아 놓은 회사의 경우 현재와 같은 낮은 금리수준에선 운용수익으로 고객에게 주어야 할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로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생명의 보험금적립금 중 금리확정형 비중은 49.4%에 이른다. 이중에서 4% 이상 고금리 확정형 비중이 89.4%에 이른다. 교보생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교보생명 보험금적립금 중 금리확정형 비중은 50.6%고 이 중 77.6%가 5% 이상 고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다. 반면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된 오렌지라이프는 금리확정형 상품 중에서 고금리 상품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부채구조를 감안할 때 감독당국은 현재 시중금리 수준은 사실상 양사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진다. 즉 현재의 시장금리(국고채 5년물 기준 1.5%)에서 10bp(1bp=0.01%) 하락시 이들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적립금 규모가 조단위로 쌓인다는 분석인데, 이미 위험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이런 우려에 대해 한화생명은 당장은 대규모 적자가 날 상황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 일부 제도를 완화해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적자까지 날 정도로 안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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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화생명의 내부 판단과는 달리, 시장에서 제기하고 감독당국도 심각성을 인지하는 정도가 상당하다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두 회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당국으로서도 마땅히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총자산 116조원, 104조원에 빅3 생보사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25%에 이른다. 전속설계사 숫자만도 각각 1만8054명, 1만5426명이다. 두 회사가 흔들리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보험 계약자, 설계사에 돌아온다. 당국이 이런저런 규제 강화로 대응하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크다.
이런 이유로 인해 금융감독원은 기존의 LAT제도 추진 계획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LAT제도는 2017년 이후 단계적으로 규제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올해 적용하기로 한 방안을 일단은 내년까지 유예키로 한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 LAT제도를 추진하면 양사가 감당해야해 할 적립금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마저도 미봉책이란 평가가 많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결국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 생보사들이 쌓아야 할 자본규모만 수십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금리가 오르지 않고선 영업만으론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 뜻이다.
자연스레 IFRS17 도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온다. 새로운 보험회계기준 도입으로 빅3 보험사가 궁지에 몰리게 됐다는 것이 주요 논리다. 도입시기도 계속 늦춰줘 2020년에서 2022년으로 변경된 상태다. 현재와 같은 금리 수준이 장기화한다면 2022년도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 입장도 곤란하다. 양사가 대규모 적자를 낸다면 그 원인은 IFRS17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한 감독당국 때문이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모두 대규모 적자가 난다면 지원에 나설 대주주도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한화생명의 대주주는 한화건설, ㈜한화로 조단위 지원에 나설 여력이 없다. 오히려 한화생명이 그간 그룹의 ‘곳간’으로 계열사 지원에 나섰던 형편이었다.
교보생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개인 대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와 경영권을 놓고 ‘중재소송’을 벌이고 있는 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선 신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지금 교보생명 회사 사정이 어려운게 낫다는 말들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 입장에선 FI들이 제시한 풋옵션 가치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회사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중재소송에선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국 입장에서 양사가 힘들다고 IFRS17 도입을 철회하기도 힘들다. 국제적으로 IFRS17 도입을 밝힌데다, 보험회사 회계 관련 법들을 개정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제도때문으로 현 상황을 이행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회사가 이전에 무분별하게 팔아 놓은 고금리 상품의 민낯이 드러난 탓이 크다. 나아가 모든 생보사들이 IFRS17에 따른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IFRS17 도입을 기회로 보고 준비하는 생보사들도 있는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 등 부채구조가 안정적인 회사는 오히려 IFRS17 도입을 기회로 보고 있다”라며 “ABL생명, 푸르덴셜 같은 생보사는 역마진나는 상품에 대해서 대주주가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제도 변화에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감독당국도, 두 보험사도 이렇다할 대응책 없이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IFRS17 도입을 철회하지 않고선 금리가 올라주는 게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이다. 두 회사는 사실상 할 수 있는게 없는 형편이다. 감독당국도 이들을 궁지로만 몰 수 없으니 금리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후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이 건전한 보험사 지배구조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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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