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선물 매도에 기관 PR 매도 가세
코스닥은 첩첩산중...ETF 순환매가 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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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기점으로 크게 불어난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수급의 상당 부분을 ETF의 패시브 투자가 맡고 있어, 방향성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속절없이 6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28일 2130.62로 장을 마감했던 코스피는 26일 장중 2054.64선까지 밀렸다. 불과 한 달새 3.6% 떨어졌다. 7월 25, 26일 이틀 동안에만 무려 2.2% 밀렸다. 미국 등 선진 시장이 호황일 땐 함께 오르지 못하다가, 선진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니 함께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최근의 하락세는 내우외환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선 이머징마켓에 대한 외국인들의 기대감이 옅어졌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6.2%로 저조한 모습을 보인데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다시 부채를 크게 늘리기 시작하며 경착륙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304%에 육박해 1년 전의 297%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는 국내 증시에 외국인투자자들의 선물 매도 공세로 나타났다. 23일 이후 이틀간 외국인들은 3만 계약 이상 대규모로 코스피 선물을 매도했다. 여기에 증권과 주요 연기금이 반응해 프로그램 매물을 쏟아내며 증시가 급락한 것이다. 전형적인 웩더독(선물이 현물을 좌우하는 현상) 장세라는 평가다.
그나마 코스피의 경우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전자 등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쏠리며 지수가 버틴 편이었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38% 하락의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다만 삼성전자로 인한 착시라는 지적이다. 지수는 약보합세임에도 코스피 종목 중 불과 153개 종목만 상승했고, 그 4배가 넘는 688개 종목이 하락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개별 종목은 5% 이상 급락하고 삼성전자 매수세로 인해 지수는 버티는 이런 장세에선 롱숏 전략이나 헷지 전략이 불가능하다"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시장이 절망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는 24일 이후 이틀 연속 2% 가까이 하락했고, 26일에도 장이 열리자마자 1% 이상 하락했다. 코스닥의 주축인 바이오주에 대한 투심 악화와 '코스닥 활성화'로 대표되는 정책 오류, 그리고 ETF로 쏠린 기형적 수급이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코스닥 시장의 핵심 수급은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4조원 규모의 ETF로 분석된다. 코스닥150 내 바이오·헬스케어 비중은 40%가량으로,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곧바로 코스닥 전반의 수급에 관여하는 구조다.
티슈진에 이어 에이치엘비 등 바이오 신약의 실패 사례가 급속히 확산하며 24~25일 이틀간 코스닥 지수 추종 ETF의 설정단위(CU)는 총 237CU 줄었다. 이전까지는 순증세를 유지하다 급격히 방향을 돌린 것이다. CU가 줄면 환매가 이뤄져 수급에 실제로 악영향을 미친다.
상승 기대감 자체가 꺾이고 있다는 점도 이슈다. 지난해 5조원 가까이 발행된 사모 전환사채(CU)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도입된 코스닥 벤처펀드와 일부 사모 헤지펀드들이 코스닥 CB를 대거 매수했는데, 최근 증시 약세로 전환가액이 낮아지며 각 종목별로 큰 물량 부담(오버행)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추후 주가 반등에 성공한다 해도 리픽싱(재조정)으로 낮아진 전환가액에 의지해 주식으로 바뀐 CB 물량이 대거 시장에 몰려나오면 주가가 유지될 수 없다"며 "오를 희망은 적고 떨어질 전망은 많아 자칫 2017년 3월 이후 처음으로 600선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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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26일 11:5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