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커진 제약·바이오사(社) 기관자금 유입도 ‘쑥’
정보 접근 제한 섹터…리포트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전문성 제고와 신뢰 회복 시급”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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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주식시장의 화두는 단연 제약·바이오 기업들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한미약품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계약파기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에 대한 이슈가 끊이질 않으면서 승승장구하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바이오 섹터 기업들의 주가가 주춤이란 표현을 넘어서 폭락할 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최소한의 '경고' 신호도 보내지 못했다. 주식 투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에 있는게 사실이지만, ‘매수(BUY)’ 리포트로 일관한 증권사들의 제약·바이오 분야의 전문성과 신뢰성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상반기 제약·바이오 섹터의 상장회사 주가와 연동된 ‘KRX헬스케어300’ 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1월2일)에 3500포인트로 출발했으나 7월 현재, 2800선에 간신히 걸쳐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의 대외 악재가 겹쳐 국내 주식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KRX300’ 지수는 연초 대비 소폭 상승(1197P→1253P) 했고, 제약·바이오 섹터의 낙폭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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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는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가 커버리지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 이슈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 회사의 주가는 약 55만원대 형성돼 있었다. 다만 분식회계와 관련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그룹 핵심 인사들이 구속되면서 삼성바이오의 주가는 현재 30만원대 이하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나고 주가 하락이 시작된 11월14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 총 53건, 이중 ‘중립(IBK투자증권)’ 또는 ‘홀드(KB증권)’ 의견을 낸 리포트는 단 3건에 불과했다. 나머진 모두 매수(BUY) 의견이었는데, 목표주가 최대치는 66만원, 전일 종가와 목표주가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곳도 적지않았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리자, 각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한미약품은 2015~2016년 다수의 기술수출 계약체결로 매출과 이익규모가 크게 확대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45만원대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올해 일라이릴리의 HM71224, 얀센의 HM12525A 등 주요 기술수출 건에 대한 계약 취소가 이어지며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대규모 시설투자와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으로 차입규모는 증가했고, R&D 투자를 통한 수익창출 구조의 지속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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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술수출 계약 취소 발표 이전까지 상반기 발표된 한미약품 리포트 중 중립(HOLD) 의견은 5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리포트는 모두 매수(BUY)의견을 냈다. ‘실패를 속단하긴 이르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 ‘저점매수를 고려해야 할 때’ 등 장밋빛 전망 리포트들도 여전히 눈에 띈다. 회사의 주가는 연초와 비교해 30% 이상 하락했고, 각 증권사의 목표주가와 현재주가의 괴리율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주가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메디톡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상반기까지 발간된 리포트 모두 ‘매수(BUY)’ 의견을 제시했다. 회사는 중국 내 보톡스 제품 무허가 유통 의혹을 받았고, 지난해 7월 75만원에 달하던 주가는 현재 40만원 초반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5일 중국 국영방송인 CCTV가 메디톡스를 둘러싼 의혹을 보도하면서 중국 허가 건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황이지만, 증권사 한 관계자는 "루머가 아니라 기업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며 "저점매수 기회에 올라타라"고 했다. 아직까지 ‘중립(HOLD)’ 의견이 전무한 상황에서, 각 증권사들의 ‘매수(BUY)’ 의견은 유효하다.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리포트와 현재 주가에 대한 괴리감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각 증권사 의 전문성 제고와 이를 통한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은 지수 또는 섹터 펀드에 편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제약·바이오 섹터의 경우엔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정보접근이 지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소문’에 의존하거나, 각 증권사들의 리포트를 기반으로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사실 제약·바이오 분야의 경우 기업 탐방을 다녀와도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는 회사의 성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각 증권사 별로 운용역보다는 전문적인 제약·바이오 연구원이 있지만, 이들 또한 몇몇 업체에 국한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의견을 내기 때문에 전적으로 믿고 투자에 나서기엔 위험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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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