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인한 수동적 포트폴리오 전환 시작
연체율 역사적 저점이지만..,경기침체기 우려 여전
'확장보단 관리가 중요한 시점'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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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이 내놓은 성적표는 최근 은행이 당면한 성장성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규제로 사방이 막힌 은행들이 자영업자·소상공인(SOHO) 대신 법인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은행들은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 다만 이런 수동적 대출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다가올 경기침체기에 결국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6월말 기준 중소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은 354조2000억여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말 327조원 대비 27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적게는 5.6%(국민은행)에서 많게는 10.9%(하나은행) 늘어난 규모다.
이 기간 동안 SOHO를 제외한 법인중소기업 대출은 126조원 늘었다. 연간 성장률은 8.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대출금액은 SOHO가 더 많았지만, 성장률은 8.0%에 그쳤다. YoY(연 성장률) 기준 법인중소기업 대출 성장률이 SOHO보다 커진 건 최근 3년 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예금은행 전체 YoY 기준 법인중소기업 대출 성장률은 올해 1분기말까지만 해도 3.0~4.0%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4월 4.7%, 5월 5.3%로 급증했다.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법인중소기업 대출 성장이 시작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배경으로는 정부의 규제가 언급된다. 가계대출을 꽁꽁 옭아맨 정부가 지난해 SOHO대출 관련 규제까지 도입한 이후 시중은행들의 대출 증가율은 눈에 띄게 꺾였다. 여기에 가계대출엔 위험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엔 위험가중치를 15% 낮추는 새 예대율 규제까지 도입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법인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직간접적 고용 창출 결과를 발표하기로 하면서, 고용창출지수가 높은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바닥은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2017년 12월말 0.48%까지 떨어졌던 중소기업 전체 연체율은 올해 5월말 기준 0.65%로 증가 추세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1분기 마이너스(-) 0.34%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도 겨우 1.1% 성장하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성장의 온기가 줄어들면 중소기업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추후 은행의 수익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법인중소기업 대출 경쟁이 본격화하며 경쟁상환능력이 우수한 우량중소기업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라는 평가다. 때문에 최근엔 비(非) 외부감사 대상 중소기업까지 대출 대상이 넓어졌다. 비(非) 외부감사 대상 중소기업은 ▲자산 120억원 미만 ▲매출액 100억원 미만 ▲부채 70억원 미만 ▲종업원 100인 미만 중 3가지를 충족한 회사로, 그만큼 덩치가 작아 상환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지금 연체율, 고정이하여신 규모 등 건전성 지표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실물 경기가 받쳐줘야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며 "불과 3년 전인 2016년만 해도 중소기업 연체율이 1%를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주 주가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몇 년째 여전히 분기마다 사상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막상 주가를 뒷걸음질 중이다. KRX은행지수는 2018년 1월 999.03에서 29일 727.65로 불과 1년 반 사이 27% 내려앉았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최근 주요 금융그룹주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너나할 것 없이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0.5배 안팎으로 밀린 건 주축인 은행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라며 "글로벌·비은행 부문의 가시적인 성장 혹은 주주들의 눈높이에 맞춘 배당 확대 없이는 주가 재평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며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거라는 예상이 아직은 주를 이루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관리에 애를 먹지만, 그만큼 이자부담이 줄어들어 자산건전성 관리는 상대적으로 수월해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는 최근 수년간 은행들이 향유해 온 '수신증가→여신증가→이익증가'의 공식과는 사뭇 궤가 다른 것이다. 정기적금 가입이 급증하며 은행의 핵심 수익기반인 저원가성예금 비중은 감소 추세다. 올해 시중은행들의 원화 대출성장률도 YoY 기준 4%에 미치지 못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 은행은 적극적인 대출 성장보단 마진 및 건전성 관리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며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는 '○○은행,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문장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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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29일 15:4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