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사장 자격론, 금호석화 형평성 도마위
흥행 유도 전략으로 풀이…”매각에 도움 될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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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로에서 관심 기업 얘기를 들었고, 사적으로 연락 온 곳도 있다”
“일괄매각이 가장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금호석유화학의 동일인, 그룹의 특수관계인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박세창 사장, 정확하게 말하면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언급한 ‘원칙’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주체는 명목상 금호산업이지만, 실질적으론 산업은행(채권단)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끊어 내기 위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에서 박 사장이 과연 매각의 원칙을 세울 자격이 있는지, 이와는 별개로 ‘박씨 일가’란 이유만으로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의 입찰을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박 사장의 원칙론은 아시아나항공의 입찰 과정에서 흥행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여 매각 가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침과 동시에, 오너일가의 재인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박 사장이 앞장서 원칙을 주장했지만, 채권단 재가(裁可)없이 박 사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이 단독으로 매각에 대해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산업은행의 의중이 대거 반영된 것이란 평가도 있다.
그룹의 회장직을 내려놓은 박삼구 전 회장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긴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이 오너 일가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박세창 사장의 입지도 크게 다르진 않다. 아시아나항공과 그룹의 경영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는 있지만, 박세창 사장은 아시아나IDT 사장직 외에 매각을 앞장 서 주도할만한 직책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박세창 사장이 원칙론을 발표한 것은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배제돼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들과 금호그룹의 투자자들이 오너일가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한데, 박 사장이 앞장서 매각의 원칙을 발표하는게 과연 이번 매각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발표한 원칙 중, ‘금호석화의 입찰 참여 제한’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12%)다. 계열분리가 이뤄지긴 했지만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박삼구 회장과의 특수 관계(박삼구 회장의 동생)임이 명확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다만 ‘형제의 난’을 수차례 겪으며 틀어진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관계를 고려할 때, 오너 일가로 통칭하기엔 사실상 애매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껄끄러운 존재는 금호석화이다.
금호석화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회사의 존재감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도, 금호석화는 2대 주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추후 인수자가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증자를 고려한다면, 지분율 희석을 감수하거나 대규모 출자를 감내해야 하는 금호석화의 동의도 필요하다. 금호석화가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박삼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엮여 애초부터 입찰 참여자격 자체를 부여받지 못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항공·운송업계 한 연구원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가족이긴 하지만, 사실상 남보다 못한 관계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원칙론을 내세워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추후 형평성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부분으로 본다”며 “금호석화와 엮인 대형 전략적투자자(SI)들의 면면을 고려할 때 오히려 매각 작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발언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호석화는 SKC와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대림산업과 조인트벤처(JV) 형식으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박 사장의 발언 이후, 실제로 각 그룹사들의 입찰 자격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사장이 재차 확인한 ‘통매각’ 원칙이 끝까지 지켜질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표면적으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33.5%)의 매각이지만,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지분에는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등 5개의 자회사가 포함돼 있다. 거론되는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6개 회사의 ‘통매각’ 원칙이 오히려 후보들의 면면을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내로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금호그룹과 달리 채권단은 급할 게 없다. 매각 작업이 올해를 넘긴다면 채권단에 구주 권리 행사를 포함한 모든 주도권이 넘어간다. 채권단, 즉 산업은행이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 구조에 손을 댄다면 인수 후보들의 부담도 크게 덜어줄 방안이 마련될 수도 있다.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박 사장의 원칙론이 금호그룹과 채권단, 어느 쪽에 득(得)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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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01일 16: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