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재고 정상화"와 배치된다는 지적
D램 등 소업체 과점구도 고려했다는 평가도
주주환원책 발표도 내년 이후로 미뤄
"대외 불확실 감안" vs "M&A 실탄 마련 목적"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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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와 업황 부진 이중고에 직면한 삼성전자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투자자 앞에 섰다. 그간 전망과 달리 "인위적인 감산은 없을 것"으로 생산량 조정엔 선을 그었고,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약속했던 주주환원 발표 시기는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원가 경쟁력 등 선두업체의 자신감이란 해석과 동시에 고객들의 '담합' 의혹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란 평가도 나온다. 주주환원 시기를 연기한 점을 두고도 무역분쟁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환경이 반영됐다는 평가와 함께 '대규모 M&A를 위한 현금흐름 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31일 열린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현재로서는 인위적인 웨이퍼 투입 감소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삼성전자가 메모리 생산 감축에 동참해 물량을 줄이고, 가격 상승을 유도할 것이란 업계 전망에 대해 부인한 셈이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감산에 대한 의사를 밝힌 건 이례적이다. 지난 1분기엔 ‘생산라인 최적화’라는 표현을 통해 간접적인 답변에 나섰지만, 생산량과 관련한 공개적인 의사 표명은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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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직후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시장의 의견은 엇갈렸다.
삼성전자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반영해 ‘독보적인 기술 자신감’이 반영된 이벤트로 해석하기도 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달리 웨이퍼 투입량(Wafer Input Capa)에 감산이 없다는 점은 고객들의 주문이 양호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D램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공급조절 노력이 경쟁사들로부터 언급돼 왔으나 삼성전자는 동참을 부인했다"며 "▲회사의 D램 영업이익률이 41%로 여전히 높고 ▲ 경쟁사들과 원가 격차가 지속 확대되고 있으며 ▲여전히 재고는 정상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만큼 ‘판매’ 우선 정책을 유지하는 편이 이익 규모 관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선 공식적인 발언과 별개로 여전히 삼성전자가 감산안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우선 공개적으로 감산 얘기를 꺼낼 수 없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가 거론됐다.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이미 소수업체들의 과점시장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D램 시장의 경우 현재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40%), SK하이닉스(30%), 미국 마이크론(25%)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약 95%에 달한다. 문제는 비슷한 시기 공개적인 실적발표를 3사 중 두 곳이 강력한 ‘감산’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더 강한 수준의 감산 계획을 밝힌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올해 처음으로 감산안을 공식화했다. 재고 소진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반도체 업체에 대한 투자심리도 일부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맏형격인 삼성전자까지 감산 행렬에 동참할 경우 인위적인 가격 조정 행위에 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특히 D램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을 나눠 갖는 3개 업체들이 다같이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올리겠다 발언하면 고객 입장에선 독과점 문제를 들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메모리반도체 3사는 미국·중국·유럽 등에서 담합 의혹을 받아오기도 했다.
또 전세원 삼성전자 부사장이 직접 "(낸드의 경우) 올해 3분기 이후 재고 수준이 정상화 되고 가격과 업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점도 감산을 통한 공급량 조정 없이 수요 회복만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와 D램을 포함한 반도체 재고량은 약 14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6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공급 조정 없이 현재의 재고수준이 연내 정상화 되긴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어디까지나 '인위적인' 방식의 감산을 고려하지 않겠다 밝힌 만큼 시장에선 간접적인 방식의 생산 축소를 고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분기 언급했던 장비 재배치 등과 동시에 물리적인 공간을 이전 대비 많이 차지하는 차기 공정을 이른 시간에 도입해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 기존 D램 장비가 차지할 공간을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장비로 대체하는 방식 등을 고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선 계획된 생산량을 줄일 경우 조단위 손실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사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거나 가격 변동이 적은 시장 상황에서는 감산 결정이 손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지금처럼 업황이 바닥인 상황에선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산과 더불어 회사가 주주환원 시기 조정을 언급한 점도 시장에선 논란이 오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무역 분쟁의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확대해 현시점에서 2020년까지의 잉여현금흐름(FCF)를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2분기 시장에 약속한 주주환원 방안 발표를 내년 이후로 미뤘다. 이를 두고 '불확실성'에 방점을 둔 투자자들과 '현금흐름'에 집중한 투자자들 간 해석이 엇갈렸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일각에선 대형 M&A 추진으로 인한 현금흐름 조정 가능성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50조원이 거론되는 네덜란드 차량 반도체사 NXP, 펩리스 반도체사 자일링스(Xilinx)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지난 3월 삼성전자는 "NXP 인수 검토를 진행한 사실이 없다"라고 국내외 언론에 회사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앨리엇 사태 등을 겪으며 주주관리가 시급한 삼성전자가 환원책을 미루기엔 대외 불확실성만으론 충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대형 M&A를 통한 현금 소진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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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01일 16:4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