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 프리미엄 얹어야 가능한 시나리오
신주 발행가 논란도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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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막을 올렸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물밑작업은 치열하다.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은 대기업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고, 자금력을 갖춘 회사들이 거론되다 보니 인수가격이 최소 2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을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기업들 간의 경쟁이 격화하면, 2조원 이상의 금액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후보들 간의 과열 경쟁을 배제한다면 어느덧 기준가격으로 굳어진 2조원의 가격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 매각 대상 지분(33.47%)의 시장가치는 4300억원 수준이다. 그나마 산업은행의 매각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올라 형성된 가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매각은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의 매각과 ‘아직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신주 발행이 병행되는 구조다. 상장회사의 경영권 매각의 경우, 지분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 약 30~50% 얹어 대략적인 인수 가격을 책정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시아나항공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신주발행이 병행되지 않은 거래라면, 구주의 가격은 프리미엄을 최대한 붙여도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지분에 자회사들이 딸려있다는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이보다는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을 수는 있다. 지분 44%에 불과한 에어부산의 시가총액은 3500억원, 아시아나IDT(77%)는 2500억원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자가 추후 자회사 경영권 매각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 평가에 포함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도 아시아나항공의 현재의 시가총액(1조3000억원) 수준을 넘지는 못한다.
국내 증권사 한 항공사 담당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이 당장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로 따지자면 현재 주가는 대한항공보다도 비싸다”며 “시총 기준으로만 보면 구주 매각가치 6000억~7000억원, 시가총액 기준 20~30%의 유상증자를 고려해도 1조원 내외가 적정한 매각가 수준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른 금융회사 한 연구원 또한 “현재 상황에서 기준가격의 적정성을 논하긴 어렵다”며 “자회사 가치를 매길 때 각 회사의 시총과 보유지분을 고려해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한·일 갈등 등 돌발 변수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구주의 기준가를 산정하는데도 불확실성이 커진 게 사실이다”라고 했다.
신주 발행의 근거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이다.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빠르게 정상화하겠다는 게 목표다. 다만 언제까지 얼마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지 또는 현 상황에서 반드시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제시되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산업은행이 긴급자금으로 지원한 영구채 형식의 5000억원의 자금을 빠른 시일 내에 인수자가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전환사채(CB)에 공격적인 금리 조정(스텝업) 조항을 달았다. 첫 2년의 금리는 7.2%이지만, 2021년 5월부터는 기본금리가 9.5%로 오른다. 2022년부터는 국고채 3년 수익률과 2년 수익률 사이의 스프레드(차이)가 조정금리로 추가된다. 2024년 5월부터는 매년 0.5%씩 금리가 가산되는 조건이다. 고금리 CB를 빠르게 상환하지 않는 이상,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산업은행은 CB 조건에 ▲2021년 4월 또는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CB를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인수자가 최대한 빨리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 조건을 달아놓음으로써, 산업은행은 안정적인 투자구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결국 산업은행이 인수한 5000억원의 CB 또한 사실상 이번 인수자금에 포함돼 있다.
결국 인수 후보자들은 1조원이 채 되지 않는 구주를 사는 대신, 산업은행이 지원한 긴급 자금 5000억원을 대갚음하기 위한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신주 발행)을 감내해야만, 2조원 이상의 인수가격을 써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후보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가격대는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긴급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급한 불은 끈 상태로, 추가적인 자본 확충 계획은 인수자가 마련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단은 자의반타의반으로 CB 상환을 위해 5000억원 이상의 증자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행이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을 병행하는 구조를 짠 것은 안정적인 투자회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인수자를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신주 발행에 대한 가점이 상당할 수 있다”고 했다.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의 이해관계는 명확하게 다르다.
올해 내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성사하지 못하면, 구주의 권리는 채권단이 대리 행사하게 된다. 금호그룹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수자를 결정하고, 그룹의 유일한 자산인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최대한으로 받아내는 게 중요하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금호그룹, 즉 박삼구 회장에 안겨줄 수천억원보단 5000억원 CB의 안정적인 회수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확충을 통한 깔끔한 구조조정을 보여주는 게 ‘제1의 목표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매각가 2조원이라는 근거는 어디서도 찾기 어려운데 아마도 산업은행 쪽의 ‘바람’인 듯 하다”며 “1조원 이상 받아냈으면 하는 산업은행의 바람 때문에 매각 금액이 최소 2조원이란 얘기가 도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의 잠재적 뇌관은 결국 ‘신주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이다.
구주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게 된다면, 추후 후보자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매각에 대한 기대감, 이에 따른 프리미엄이 붙어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구주 매각 가격과 동일하거나 더 높은 가격에 신주 발행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매각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다른 IB 관계자는 “매각 측의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거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깊다”며 “평가 방식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얘기가 나올 텐데, 딜 구조 자체가 기준가격이 형성돼 시장에 맡겨진 거래라기보다는 정치적인 거래로 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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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7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