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우리銀 최근 2년간 관련 수수료 수익 50% 늘어
'신 수익 동력' 필요에 DLS 손 댄 것 아니냐 추측
개인 고객 수천명 손실 기로...대응 따라 향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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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왜 전액 원금손실이 날 수 있는 위험한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를 팔았을까. 결국은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시선이 모인다.
이자수익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는 상황에서, 비이자수익의 핵심인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품 공급에 목을 맨 결과가 결국 최악의 형태로 돌아온 것이다. '체급'의 차이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평가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더 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이런 상품까지 팔 필요는 없다'며 해당 DLS를 취급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취급했다.
현재 집계된 영국-미국 CMS(파운드 스왑) 연계 DLS 및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 DLS의 발행 잔액은 8224억원이다. 이 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판매된 상품이 7888억원으로 96%를 차지한다. 두 은행의 개인고객 2461명이 해당 상품에 투자했다. 상품에 투자한 법인 수는 184곳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국민은행은 두 DLS 중 상대적으로 예상 손실률이 낮은 영국 CMS 연계 DLS만 판매했다. 규모는 262억원, 상품에 투자한 고객 수는 166명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신한은행은 아예 해당 상품을 취급하지 않았다.
영국 CMS 연계 DLS는 지난해 흔했던 형식의 금리 연동형 상품이다. 단일·복수 합쳐 지난해 총 9310억여원 규모의 DLS가 해당 금리와 연계되는 구조로 발행됐다. 2018년 총 40조원 규모의 DLS 중 10번째로 많은 수치다.
국민은행은 그 중 '유명한 상품'만 일부 취급했고, 신한은행은 아예 다루지 않은 셈이다. 두 은행 모두 증권·운용업계로부터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형 DLS·DLF 판매를 요청받았지만, 내부 검토 후 공급하지 않기로 결론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신한은행과 하나은행·우리은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결국 다변화된 수익원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내부 리스크 관리 정책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가 드러난 것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최근 국내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비이자 수익을 늘려왔다. 각종 대출규제로 인해 이전같은 이자이익 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까지 연 10%씩 늘어나던 국내 은행 이자이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 상반기 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기별로 따지면 지난해 하반기 대비 2000억여원이 오히려 감소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였다. 두 은행이 최근 2년간 거의 매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온 건 이자이익이 꾸준히 늘어난 것도 있지만, 비이자이익이 그 이상 성장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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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융상품 판매와 연계된 자산관리부문 실적이 큰 영향을 줬다. 2016년 2500억여원이었던 하나은행 자산관리부문 수수료 수익은 불과 2년 뒤인 2018년 3590억여원으로 44%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2310억여원에서 3490억여원으로 51% 늘었다.
2017년 이후 저금리가 본격화되며 주요 은행 PB 채널에는 예적금 플러스 알파에 리스크는 낮은 금융상품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일부는 주식연계증권(ELS)이 흡수했지만, ELS 쏠림이 심해지며 투자처 다변화 차원에서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도 생겨났다. 그 중 대표적인 상품이 DLS였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가 DLS 발행 부문 국내 1위 증권사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F 역시 하나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에서 공급한 DLS를 자산운용사가 펀드에 담은 것이다. 우리은행도 지주 출범 후 수익성 강화가 지상과제가 된 상황에서 PB 채널의 요구에 맞춰 중수익상품인 해당 DLF를 공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부인하고 있지만,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4~6개월 만기의 초단기·초고위험 DLS를 우리은행 측에서 주문해 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이는 자본시장법상 불법이다. 실제로는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다는 증언이 없지 않다.
우리은행은 올해 다른 경쟁 은행보다 더욱 실적에 목말라 있는 상태다. 지주사 전환 후 종합 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재원은 결국 은행이 뽑아내야 한다. 좀 더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선 정부 지분의 추가 민간 매각이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주가와 연결된다. 주가를 견인하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이다.
하나은행 역시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지주의 필요 재원 상당부분을 거의 혼자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과의 순이익 3위 다툼에서도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하나은행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3% 역성장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PB채널을 통해 1억원 이상의 사모상품에 가입한 개인 고객이라면 상당한 자산가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며 "두 은행의 대응에 따라 향후 자산관리(WM) 부문의 신뢰도가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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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