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주식 가진 네이버-미래에셋, 소득금액 계산이 핵심
과세당국, 특수관계간 부당한 세금 감소 행위 부인 가능
비상장사 주식 평가 부담…양사 입장 차이도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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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페이'를 제공하는 네이버파이낸셜 설립의 핵심은 서비스의 가치 산정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서로 지분을 갖는 특수관계다 보니 적정한 가치를 산정하지 않고 거래를 진행할 경우 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업 운영자와 투자자로서 서로 생각하는 수익 전망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달 네이버페이 서비스 사업부문(전자지급결제대행업,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결제대금예치업 등)을 물적분할해 새 회사(가칭 네이버파이낸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엔 미래에셋대우와 계열사가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금액이나 시점 등은 유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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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부분은 양사가 네이버페이 사업을 어느 정도 가치로 평가하느냐다.
분할법인이 물적분할을 통해 분할신설법인에 자산을 이전하는 것은 '양도'에 해당한다. 반대 급부로는 신설법인의 주식을 받게 되는데 여기서 양도손익이 발생한다. 주식 가치가 이전하는 사업부의 순자산 장부가액보다 크다면 그 차이만큼이 양도차익이 되고, 과세 대상이 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NHN페이코(0.18배)와 11번가(0.32배)의 쇼핑검색거래액(GMV) 대비 기업가치(EV/GMV)를 감안해 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를 약 2조5000억원(월간 GMV 1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NHN페이코는 지난 1년 거래대금(4조8400억원) 대비로는 0.15배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KTB투자증권은 이를 네이버파이낸셜(거래대금 13조6358억원)에 적용해 2조707억원의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324억원이다. 네이버가 받아오는 네이버파이낸셜 주식이 2조원 이상이라면 미래에셋대우가 받아갈 지분을 제외한다 해도 조단위 양도차익이 발생하게 된다.
독립 사업부문 분할, 자산 및 부채의 포괄적 승계 등 적격분할 요건을 갖추면 과세 시점이 늦춰질 수 있지만 과세의 대상은 분할 시점에 정해진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 자체로 바로 납세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향후 배당을 받거나 지분을 매각할 때는 그 이익에 대한 세금 부담이 생긴다.
문제는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서로 주식을 가지고 있는 상호주주이자 특수관계라는 점이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자사주를 서로 맞바꾸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6월말 기준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 지분 7.11%,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지분 1.71%를 보유한 상호 주주다.
법인세법은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일정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내국법인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인해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과세당국은 그 법인의 계산과 관계없이 소득금액을 계산(부당행위계산의 부인)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의 투자에 앞서 네이버파이낸셜 가치를 낮춘다면 양도차액은 줄어든다. 과대대상이 줄어드는 만큼 세금도 적게 낼 수 있다. 이 과정이 부당했다면 과세 당국은 덜 낸 세금을 부과한다.
별도의 처벌이 따르는 것은 아니고, 이만한 거래가 세금 때문에 무산될 리도 없다. 그러나 각 부문 1위 사업자가 손을 잡으면서 세금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달갑지 않다. 가뜩이나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 모두 이번 정부와 관계가 부드럽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법무법인 세무 담당 변호사는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은 시가와 거래가의 차액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일 뿐 형사 처벌과는 무관하다”면서도 “회사의 판단과 국세청의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특수관계인간 거래에선 항상 시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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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한 가치를 도출해야 하는데 네이버파이낸셜이 비상장사라는 점이 부담스럽다. 상장사라면 시가가 있지만 비상장사는 보충적 평가 방법을 써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비상장사 주식 가치는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대 2의 비율로 가중평균해 산정한다. 순손익가치는 1주당 최근 3년간의 순손익액의 가중평균액을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이자율로 나눠 정한다. 내부 사업부가 비상장사로 설립되는 방식이라 딱 떨어지는 가치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서로 미래 가치를 보고 손잡은 만큼 어느 한 쪽이 과도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볼 수 있는 사업 구조가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한 쪽은 사업 운영 주체고, 다른 쪽은 ‘전략적 파트너’라는 차이는 크다. 네이버는 사업 존속에 대한 자신감이 크겠지만, 미래에셋대우는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하고 수익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페이 사업은 앞으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의 사업 전망과 기대 수익이 다르다는 점은 투자 협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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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