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액 기존 34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어
불확실성 커진 삼성그룹, 주식시장도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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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에 환송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뇌물 및 청탁 등에 관해 고등법원의 판결을 다시 받아야 한다.
원심의 확정과 이에 따른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 지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였던 삼성그룹 입장에선, 다시금 오너 공백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그룹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고 주식시장도 출렁였다.
대법원은 29일 열린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씨에게 건낸 말 3필에 관해 원심과 같이 ‘뇌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한 삼성그룹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고등법원에선 ‘무죄’로 판단했던 부분을 ‘뇌물’로 추가로 인정했다. 이로써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로 인정된 금액은 기존 34억원에서 5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최근 활발한 경영행보를 보이던 이 부회장의 운신 폭도 다소 줄어들게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시 진행될 고등법원의 최종 판단에선 기존에 확정된 형(징역 2년4개월, 집행유예 4년)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파기환송심은 일반적으로 3~4개월이 걸리고, 재상고로 인한 대법원 판결을 다시 받는 기간을 고려하면 최종 판결까지는 길게는 1년가량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삼성그룹은 그룹의 투자와 임원진들의 대외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삼성전자의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감소했고, 한일 무역갈등과 같은 대외 변수는 더 커진 상황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거취가 확정됐더라면,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삼성그룹의 투자 재개 등을 기대해 볼 수 있었으나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사실 대법원 판결만을 기다리면서 잔뜩 움츠려왔는데,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며 당분간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도 삼성그룹의 전략적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측면에서 그룹 계열사 투자에 대해 신중해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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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법원의 판결이 시작된 오후 2시 이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원심이 파기환송으로 결론 나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부터 주가 하락폭은 더 커졌다. 이번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되면서 향후 ‘증거 인멸 및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라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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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29일 15: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