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유지비율' 없어 유사시 OK캐피탈이 지분 확보 가능
코웨이 매각에 미칠 영향 주목…이해관계 얽힌 '제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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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코웨이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그리고 웅진그룹은 무거운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국 '웅진코웨이를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을까'로 귀결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이 거래에 OK캐피탈의 ㈜웅진 지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OK캐피탈이 소속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내심 코웨이 경영권을 넘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면초가의 웅진그룹의 조력자로 나선 타이밍과 지원 조건,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상황을 고려하면 무시할만한 주장은 아니다.
OK캐피탈, 씽크빅 및 자회사 지분 모두 담보잡아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웅진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져있었다. 코웨이 인수를 위해 조달한 단기 자금 1250억원의 만기가 다가왔는데, 곳간은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현금화 가능한 마지막 자산인 웅진씽크빅 지분으로 자금 조달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려니 코웨이 인수 이후 급락한 주가가 부담이었다. 교환사채(EB) 발행도 물망에 올랐지만, 재무 안정화시 EB 투자자들이 너무 많은 이득을 가져간다는 점 때문에 보류됐다.
이 때 나선 게 OK캐피탈이었다. OK캐피탈은 8월12일 웅진씽크빅 경영권 지분 57.8% 및 웅진북센·웅진플레이도시 주식 지분을 담보로 1350억원을 대출해줬다. 웅진북센은 매각이 진행 중이고 웅진플레이도시는 자본잠식 상태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웅진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주식 자산'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OK캐피탈의 대출에는 두 가지 특이한 점이 관찰된다.
우선 금리다. ㈜웅진 측에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만기가 1년인 이번 대출의 금리는 7.5%로 파악되고 있다.
OK캐피탈은 올 상반기 1조6882억원의 대출자산을 통해 84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계산해도 대출 건당 연 10% 이상의 금리를 부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게다가 ㈜웅진은 현재 신용등급이 없다. 마지막 신용등급인 BBB- 기준 사모사채 시장금리는 1년 만기 기준 5.8%, 3년 만기는 8.2%를 훌쩍 넘는다. ㈜웅진 입장에서 매우 우호적인 금리로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더 특이한 점은 이번 대출엔 '담보유지비율'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주가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대출자가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보전한다. 담보유지비율이 없다는 건 웅진씽크빅 주가가 얼마나 떨어지든 OK캐피탈은 이를 매각하지 않고 끝까지 담보로 들고 있겠다는 뜻이다. 이 역시 웅진씽크빅 주가 추가 하락으로 인한 반대매매를 걱정하던 ㈜웅진에 매우 우호적인 조건으로 분석된다.
OK캐피탈은 대부업으로 시작해 제2금융권에 진입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옛 러시앤캐시) 계열사다. 웅진과는 기존에 거래 관계도 없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도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코웨이 비싸게 못팔면 경영권까지?
그렇다면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왜 웅진그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타이밍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1000억원이 넘는 자금으로 급한 불을 꺼준 것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기업 고객 확보 차원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OK캐피탈은 개인고객에 치우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대출 부문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웅진은 단기적으로 부채 과다 상태다. 올 상반기 ㈜웅진의 이자보상배율은 0.6배로, 버는 돈보다 새는 돈이 더 많다. 올 연말까지 50억여원을 추가로 갚아야 하고, 내년 2월 740억원의 만기가 또 다시 돌아온다.
이 지점에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숨은 포석'이 자리잡고 있을 수 있다. 씽크빅은 코웨이 인수금융 이자비용으로만 연간 600억원 가까운 부담을 안고 있다. 인수금융 계약에 따라 코웨이 주가가 낮아지면 담보비율(LTV) 하락으로 인해 이자비용이 더 늘어나는 구조이기도 하다.
사채 발행이 어렵고 은행들은 손사레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웅진이 기댈 곳은 사실상 OK캐피탈 뿐이라는 얘기다.
물론 코웨이와 북센 지분 매각이 성공리에 끝난다면 다행이다. 웅진은 빚을 모두 갚고 ㈜웅진 및 웅진씽크빅 경영에만 전념하면 된다.
만의 하나 코웨이 매각이 연기되거나,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2조원에 가까운 매몰비용을 전량 회수할 수 없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웅진그룹은 2012년 유동성 위기를 거치며 사실상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모두 내다 팔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일가의 개인 자산도 거의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출로 자회사 지분 역시 거의 전부 외부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갚을 길은 다른 금융기관을 찾아 다시 돈을 빌리거나, OK캐피탈에 씽크빅 등 자회사의 지분을 내주는 방법만 남게 된다. OK캐피탈은 담보유지비율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씽크빅 주가가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이를 매각하지 않고 있다가 담보권을 행사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최윤 회장이 코웨이의 영업 형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OK캐피탈이 ㈜웅진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준 건 크게는 인수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높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코웨이의 렌탈 기반 비즈니스를 '동산(動産) 담보 장기대출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수기·비데 등 전자제품을 선 공급한 뒤, 이를 담보로 잡고 길게는 수 년간 원리금과 비슷한 사용료를 매달 받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대부업에서 출발해 저축은행업·캐피탈업까지 진출했다. 핵심 비즈니스가 신용 기반 장·단기대출업이다. 업태는 비슷하지만 렌탈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고, 아프로파이낸셜그룹엔 여전히 '대부업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OK캐피탈의 대출 조건은 궁지에 몰린 기업에 해준 것 치고는 지나치게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며 "웅진그룹이 부담할 수 있는 선에서 금리 등 조건을 제시한 뒤,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추가 자금을 투입해 코웨이 등의 경영권을 가져오는 포석이라면 이해가 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OK캐피탈을 위시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등장이 코웨이 매각에 미칠 영향이다. 현재 칼라일 등 일부 사모투자펀드(PEF)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상황에서, 비딩엔 참여하지 않았지만 ㈜웅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 3자'가 개입한 것과 다름없는 까닭이다.
다급한 웅진그룹을 상대로 인수 가격을 낮추려면 시간을 끄는 게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다. 과격하지만 이번 매각을 아예 무산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OK캐피탈이 개입하면 그림이 바뀐다. 당장의 자금원을 확보한 웅진그룹은 추가 대출 등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 일각의 전망대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코웨이까지 넘보고 있다면, 웅진그룹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 건 오히려 인수 성사 가능성을 낮추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일단 웅진그룹의 코웨이 매각은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전진하고 있다. 매각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9월 말 본입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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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