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 최근 펀드 갈아끼우기 위해 자금 모집 검토
다른 FI 지분도 염두…”이해관계자 많고 조율 어려워”
회사 “연내 해외 상장 목표”…IPO 가치산정도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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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폴라리스쉬핑 투자 펀드를 교체(리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투자를 회수하고 새로운 자산을 안고 가겠다는 복안인데 복잡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과제다. 현재 진행 중인 기업공개(IPO) 역시 변수가 될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폴라리스쉬핑 투자용 프로젝트펀드 참여 의향을 물었다. 새 사모펀드(PEF)를 결성해 기존에 운용하던 자산을 받아오는 방식으로, 다른 재무적투자자(FI)의 자산까지 포함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아직 초기 제안 단계로 구체적인 구조와 조건은 확정되기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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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인베스트먼트 등은 2012년 폴라리스오션기업재무안정 PEF(1호), 이듬해 파로스기업재무안정 PEF(2호)를 꾸려 폴라리스쉬핑 주식과 선박금융 등에 투자했다. 당초 회사는 2016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해운업황 악화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폴라에너지앤마린은 2017년 이니어스엔에이치 PEF에 폴라리스쉬핑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15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상장전투자(프리 IPO) 성격이었는데 ‘데이지스텔라호’ 침몰 사고 등 악재로 IPO 추진이 쉽지 않았다. 내년 초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FI 회수 문제가 얽혀 있는 터라 폴라리스쉬핑은 일찌감치 M&A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올해만 해도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회사에 접촉했다. 자금 모집도 꾀했지만 상장이 진행되던 상황이라 구체적인 진전은 없이 협상이 종료됐다. 선박금융 만료 후의 선박 잔여 가치가 수익으로 올라오는 형태라 단기 투자자인 PEF가 인수하기 적절하지 않은 대상이란 평가도 있었다.
노재호 폴라리스쉬핑 미래전략실장은 “과거 KKR과 어피너티가 관심이 있다며 한 번 찾아 왔지만 IPO를 추진하던 상황이라 협상은 예전에 중단됐다”며 “올해 말을 목표로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투자 펀드를 교체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러 회수 방안 중 하나란 입장이다. 성사되면 기존 출자자(LP)엔 회수 성과를 주고, 스스로는 또 한번 장기 운용 기회와 보수를 얻게 된다. 주당 32만5000원의 구체적인 가격도 거론됐다. 다른 FI 지분까지 펀드에 담을 수 있다면 성과는 더 커진다.
한수재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시장에 펀드 리캡을 태핑하는 과정에서 32만5000원이면 괜찮겠느냐는 언급이 나온 것”이라며 “이니어스 PEF도 독립된 의사결정 주체이자 제3자이긴 하지만 같이 태핑해달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당장 다양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문제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PEF들은 원금 이상을 회수했다. 회사의 양호한 현금흐름에 연동하는 투자 구조를 짠 덕에 1호 펀드에선 3400억원, 2호 펀드에선 1700억원가량을 거둬들였다. 그러고도 주식과 일반대출, 신주인수권 등이 남아 있다. 추가 이익이 얼마냐만 따지면 된다.
이니어스엔에이치 PEF는 보다 높은 가격에 들어왔고 투자 후 별다른 호재도 없었다. EB 일부를 주식으로 교환했는데, 주당 교환 가격이 30만원이다. 함께 펀드 수요조사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지만, 웬만한 가격으로는 한 펀드에 함께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회사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FI들은 창업주와 최대주주가 보유한 폴라리스쉬핑 지분에 담보권을 설정했는데, 새로운 PEF가 이 권리를 이어받기 위해선 회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사외이사 자리를 유지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고 파는 기관투자가 간 가치산정 역시 중요한 변수다.
한 기관 관계자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펀드를 갈아 끼우는 구조를 생각하는데 가격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대주주의 동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관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선 펀드를 갈아타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겠지만 경영진, 출자자(LP) 등 동의를 받아야 하고 FI간 투자 단가도 다르다 보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노르웨이 오슬로 증권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해운업 상장 자체가 쉽지 않은 국내를 떠나 해외로 갔는데, 얼마나 좋은 가치를 받아드느냐가 중요하다. FI가 만족할만한 숫자를 받아들면 투자 관계가 무난히 정리되겠지만, 상장이 무산되거나 가치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FI들이 보다 강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한 선박금융 업계 전문가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회사에 상장을 재촉했지만 해운 업황 악화로 속도를 내지 못했고 상장지를 유럽으로 옮기게 됐다"며 "다만 유럽도 해운사 가치를 높게 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FI에 별도의 수익 보장이 있다면 오너도 일부 지분을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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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