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속 대규모 인사는 힘들어
금융사 CEO들 부진한 실적에도 유임 가능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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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이후 삼성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재계에서 커지고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 뇌물죄 범위를 확대 인정하면서 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서 이 부회장의 구속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 전체적으로 큰 악재지만 매년 실적을 평가받는 CEO들에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금융사 CEO들에겐 연말인사에 대한 부담이 덜해졌다는 평가다.
이달 초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금융사 CEO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현장경영의 일환이었지만 이를 놓고 내부적으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요지는 이 부회장이 다시금 직접 금융사를 챙기느냐 여부였다.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승계에 관여했다는 비판여론이 일면서 삼성은 그룹차원에의 컨트롤 타워를 없애고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 각자 경영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한 삼성 금융사 관계자는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금융사 사장단을 불러모은데에 대한 궁금증이 내부적으로 컸다”라며 “이 부회장이 직접 금융사를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금융사들의 실적부진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 자리가 실적이 부진한 금융사 CEO를 독려하기 위함이라는 세간의 해석이 나오면서다. 뒤늦게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금융사 임원들은 ‘좌불안석’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 미래전략실이 승계작업에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삼성은 이전과 같은 그룹 경영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별 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다 이 부회장의 부재도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라 실적부진과 별개로 삼성금융사 CEO들의 유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룹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사장단 인사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을 제외하곤 2021년까지 삼성금융사 CEO들의 임기가 남아있기도 하다. 50대 사장단으로 물갈이한지 채 1년밖에 안된지라 실적만 가지고 인사를 단행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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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 대한 CEO들의 변명거리도 존재한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순익이 반토막난 삼성생명(상반기 순익 6566억원)은 실적부진을 CEO 탓으로 돌리기에는 대외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새로운 보험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준비로 순익감소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삼성화재(상반기 순익 4260억원)도 정부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 제한과 문재인 케어 등 외부변수가 실적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카드 모두 증시부진, 카드수수료 인하에 영향을 받았다. 이들 CEO들로서도 해볼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안좋은 점이 삼성금융사 CEO들에겐 면죄부가 될 수 있다”라며 “삼성증권 직원의 유령주식 매도와 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금융사 CEO 유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삼성 금융사의 '보신주의'가 더욱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의 ‘1등 DNA’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된다는 사고가 더욱 팽배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 확대로 삼성생명의 영업력 약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이전과 같은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삼성화재는 경쟁사인 메리츠화재의 추격으로 장기인보험 시장점유율 1위 자리도 위태롭다. 업계 1위가 아닌 삼성증권·카드의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융사는 더 이상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기 보단 문제만 안일으키면 되는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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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