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ㆍ운용사 투자건, 자금 묶이고 일부 미매각도 발생
투자금은 매년 수십조 몰려...업계서도 "분위기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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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새 3배로 증가한 해외 대체투자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하며 해외 대체투자에 '올인'한 국내 증권사들도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해외 대체투자 시장 동향으로 보면 최근 불거진 몇 가지 사례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순자산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부동산펀드 투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섰다. 특별·혼합자산 등을 포함한 대체투자 총 규모는 104조원으로 역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대비 무려 28조원이나 늘어났다.
직접 투자를 포함한 국내 증권사의 해외 익스포져 총액은 이미 1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저금리와 규제로 인해 국내 투자 및 영업환경이 악화하며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대체투자 관련 조직과 인력을 크게 늘린 결과다.
해외 대체투자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며 일각에서는 연초부터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애초에 세계 금융시장의 변방인 국내 기관들은 좋은 투자 기회를 잡기 어려운데, 이 마저도 국내 기관사이의 경쟁으로 인해 스스로 수익률을 훼손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고는 올해 하반기 들어 실제 손실 우려로 되돌아오고 있다. 당장 최근만 해도 KB증권이 홍역을 겪었다. 지난 3~6월 사이 판매한 호주 부동산 투자 펀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해당 펀드는 JB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아 호주 장애인 주택 임대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개인에게 900억여원 등 총 3260억여원어치가 판매됐다. 사업시행자이자 차주인 현지 운용사가 당초 매입하기로 한 아파트 대신 다른 토지를 매입하며 계약을 위반했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2000억여원의 현금을 회수하고 880억여원의 자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취했지만, 300억여원 안팎의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7월엔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재단 관련 파생결합증권(DLS)이 상환에 실패해 만기를 3개월 연장했다. 이 DLS는 독일 내 기념할 가치가 있는 건물의 매입 및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하고, 이를 파생 수익증권 형태로 전환해 2년 후 총 13%가량의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이 상품은 총 130억여원어치가 팔렸다. 지난 7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현지 개발 인허가가 늦어지며 원금 상환에 실패했다. 10월로 만기를 미뤘지만 그 사이 개발이 속도를 내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지난 3월엔 미국 뉴욕 맨하탄 '20 타임스 스퀘어' 개발사업이 시행사의 공사대금 미납으로 중지됐다. 이 사업의 총 대출 1조5000억원 중 국내 자금만 6000억원에 달한다.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선순위에 2000억여원, 하나대체투자운용 등이 중순위 메자닌에 1700억여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건물과 부동산 소유 회사 지분 등에 담보와 질권을 설정해 원금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해당 사업에 참여한 기관들은 상당 기간 불확실성 속에서 자금이 묶인 상황이다.
앞으로 국내 기관의 해외 대체투자 환경은 더욱 악화될 거라는 게 복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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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와 양적완화 등의 이유로 인해 국내 기관들이 선호하는 주요 선진국의 수익형 부동산 가격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리서치 회사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영국만 해도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이 최근 1년새 11% 올랐다. 미국 5% 등 최근 1년 글로벌 평균 상승률만 6%에 달한다.
이는 부동산 자산의 캡레이트(Cap rate;가격 대비 수익)를 악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대체투자 펀드 연 평균 수익률은 2010년 7%대에서 2018년 초 4.4%대로 떨어졌고, 현재 3%대 후반~4%대 초반을 오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그리 낮아지지 않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목표 수익률은 2~7%가 약 50%, 8~13%가 약 40%에 달한다. 국내 기관들도 글로벌 투자자들과 눈높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는 증권사 등 중개매매사와 기관투자가 사이의 미스매치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해외 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미래에셋대우도 현재 프랑스 마중가타워 4000억원 등 약 1조원의 투자 건 가운데 수익률에 대한 시각차이로 미매각 물량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 기관에 셀다운(sell-down;재매각)을 시도했지만, 기관들이 투자 조건 등을 이유로 물량을 받아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최근 투자위원회에서 논의되는 해외 대체투자 상품 중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어 보류되는 상품이 상당수 있었다"며 "자금은 매년 수십 조원씩 몰려드는데 적당한 투자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금융권의 우려다. 기관의 요구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선 리스크를 더 짊어질 수밖에 없는데, 실사를 꼼꼼히 한다고 해도 해외 자산의 모든 리스크 요인을 점검할 순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 경기침체의 공포가 드리운 상황에서 각종 개발사업이 처음 계획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 낙관하기도 쉽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 관련 부서에서'터지기 전에 성과급 받고 미련없이 사표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심상치 않다"며 "KB증권이 판매한 호주 펀드는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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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