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이후 박연차 회장의 '뛰어난' 영업력 유지가 관건
PEF서 휴켐스 인수 검토…회사는 "현재 매각 검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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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시장을 뜨겁게 달굴 태광실업이 본격적인 상장(IPO) 준비에 돌입했다. 한때 시장에서는 박연차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태광실업 경영권 자체 매각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현재는 IPO를 통한 구주매출과 자금 확보로 가닥이 잡혔다.
그룹 내 박연차 회장의 존재감은 여전히 막강하다. 시장에 전해지는 박 회장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명확한 후계 구도를 마련하고 향후 지금과 같은 영업력을 유지하는게 시급하다. 그러나 그의 뒤를 이을 박 회장의 장남이자 태광실업 2대 주주인 박주환 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이 박연차 회장만큼의 역량을 발휘할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업계에서는 태광실업의 상장 자회사 휴켐스의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일부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인수가능성을 검토하기도 했다.
다만 회사는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태광실업의 그룹 슬림화를 통한 사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란 차원에서 여지가 남아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즉 점차 어려워지는 한국 내 사업을 유지하기보다는 시너지가 적은 회사는 단계적으로 처분하고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을 내다보는 셈이다.
NIKE 힘입어 3조원대 기업가치…매각 거론 당시 밸류와 유사
태광실업은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상장주관사단을 소집하면서 IPO 작업을 착착 진행 중이다. 국내 증시가 침체한 상황 속에서,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 가운데 태광실업은 IPO는 몇 안되는 조단위 거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지분율은 박연차 회장 55.4% 박주환 실장 39.5% 등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박 회장은 상당부분의 구주 매출 진행, 이후 박 실장이 안정적인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결국 상장 작업이 박주환 실장의 경영권 승계 일환이란 점을 고려함다면, 신주발행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PO 추진 이전에는 태광실업 경영권 매각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나이키로부터 수익성이 높은 피혁제품을 수주 받아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1945년생으로 고령인 박연차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한다면 ‘회사의 지속적인 경영’ 또는 ‘경영권 매각을 통한 현금 마련’에 대한 고민도 컸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로 태광실업과 유사한 사업군을 가진 국내 몇몇 기업과 논의가 있었으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요구된 회사의 기업가치는 3조원가량으로, 현재 IPO 작업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와 유사하다. 최근 공모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상장 과정에서 할인(디스카운트)요인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 회사가 쌓아온 스토리는 탄탄하다. 2007년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긴 후 비용절감에 성공했고 2010년부터 주요고객인 나이키의 매출 증가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회사는 최근 3년간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연 1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중이다.
이 같은 성장세엔 박연차 회장의 사업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나이키의 다른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들과 달리, 박 회장의 '고가제품'의 수주에 집중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이 주효했다.
이와 달리 박주환 실장은 2대 주주지만 아직은 재계에서 또는 회사의 경영자로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사업적 측면에서 최규성 사장(그룹총괄, 휴켐스 부회장)을 비롯한 전문경영인의 영향력도 적지 않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박연차 회장의 부재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자회사 휴켐스 매각 가능성 거론…한국 떠나 ‘신사업 집중’ 해석도
태광실업은 자회사 휴켐스 지분 34.2%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박연차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휴켐스 지분 9.5%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휴켐스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 수준으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 총 44%의 시장가격은 최대 5000억원 수준이다.
복수의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휴켐스 경영권 매각 또는 인수가능성이 비공개로 타진되기도 했다. 국내 한 대형 회계법인이 이에 관여했다. 예상 가능한 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5000~6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됐다.
공식적인 움직임은 아니다. 휴켐스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회사 측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상장 전후의 그룹의 사업재편, 앞으로의 자금소요를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여기는게 사실이다.
태광실업은 지난 2009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화력발전사업권을 취득했다. 2016년에는 베트남 정부에서 남딘(Nam Ðinh) 화력발전소 최종허가서를 확보했다. 오는 2022년까지 총사업비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들여 석탄화력 발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태광실업이 조단위 IPO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오너일가의 구주매출 위주로 진행될 것을 전망하면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올 상반기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530억원, 신사업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투입돼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금 마련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휴켐스는 정유·석유화학 등 기초 화학 기업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자동차·전자·건설·화학 등 전방 산업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중간소재를 생산한다. 원재료인 톨루엔(toluene)과 벤젠(benzene)은 GS칼텍스와 OCI로부터, 암모니아는 남해화학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한국바스프(질산), 금호미쓰이화학(모노니트로벤젠; MNB), 한화케미칼·OCI(티니트로톨루엔; DNT) 등은 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태광실업이 자회사 업황이 호황일 때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고, 발전사업 등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 한 회계법인을 통해 휴켐스와 사업적 연관이 있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시너지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켐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7630억원과 영업이익 14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했다. 다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의 관심도도 상당히 높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실제로 국내 대형 PEF 운용사와 접촉이 있기도 했다. 다만 거래가 현실화되려면 단순히 자회사 처분이 아닌, IPO 대상인 태광실업의 오너 일가 지분과의 연계 등에 대한 복합적인 검토, 그리고 오너 일가의 최종 결정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움직임들을 두고 향후 태광실업의 사업 영역이 앞으로 국내보단 신흥국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미 주요 사업장이 베트남 등 신흥국에 진출해 있고, 해당 국가에서 사업적 입지를 상당히 굳혔다는 점이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자회사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공식화된다면 한국 내 관련사업을 접고, 해외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칠 수 있다”며 “기존 사업의 성장성, 베트남 신사업의 안정성 등 사업적 요소 외에 향후 후계 구도를 고려한 사업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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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