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도이치뱅크 선임해 본입찰 준비
사업 전망 두고 평가 엇갈려…중국과 격차 좁혔다는 평가도
일본 내 화학사, KKR·베인캐피탈 등 PEF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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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8조원까지 거론되는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문사를 꾸려 예비입찰 참여를 마친 데다 경쟁 업체의 동향을 살피는 등 본격적인 입찰 준비에 한창이다.
롯데 입장에선 단 한 번의 M&A로 전자소재분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평가다. 반면 일본 내 경쟁사 및 글로벌 PEF들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예고된 데다, 예정된 대규모 투자 등을 고려할 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히타치케미칼이 꾸려온 주력 기술들이 이미 중국 업체들의 진입 등으로 범용화 돼 인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히타치케미칼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후 다음 단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매각 대상은 히타치제작소가 보유한 지분 약 51% 가량이다. 롯데케미칼은 인수자문사로 도이치뱅크를 선임해 조력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회계자문은 삼일회계법인, 법률자문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고용해 일찌감치 인수 의지를 밝혔다.
아직까지 매각측은 예비입찰 이후 절차 등을 공식적으로 확정해 안내하진 않은 상황이다. 인수 후보들에도 한 장 분량의 기업소개 자료만 제공한 탓에 정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삼성 빅딜 이후 4년만에 전자소재 M&A 도전?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 롯데BP화학을 그룹에 편입했다. 기존 롯데케미칼이 꾸려온 에틸렌, 프로필렌 등 범용 석유화학에서 롯데첨단소재의 고부가 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인조대리석 재료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롯데정밀화학의 가성소다, 첨가재 등 사업도 이 과정에서 편입됐다. 다만 당시 매각 대상이 삼성SDI 내 케미칼사업부문으로 한정되다보니 반도체 소재, 편광 필름, 증착 소재 등을 꾸리는 전자재료사업부는 물적분할 과정에서 삼성SDI에 그대로 남았다.
히타치케미칼은 이때 롯데그룹에 편입되지 못한 전자재료사업부와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반도체칩을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덮는 커버인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 분야에서도 약 30~40% 점유율로 글로벌 2위에 올라 있다.
2018년 회계연도 기준(2018년4월~2019년3월) 매출은 6810억엔(약7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363억엔(약 4026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등 전방산업 호황과 함께 지난해 초까지 빠른 영업이익 상승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매출은 전기차 등 미래산업과 연계돼 매년 꾸준히 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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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입장에선 전자재료 분야로까지 M&A를 통해 단숨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등 사업 대부분이 국내 주력 사업과 연관된 점도 향후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핵심 소재들의 국산화가 정부 차원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반면 회사가 꾸리는 사업군 대부분이 이미 범용 시장에 진입한 데다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EMC의 경우 이미 삼성SDI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꾸려온 데다 국산화에도 일정부분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음극재 역시 중국 업체들이 일찌감치 양산에 뛰어들면서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국내에선 포스코케미칼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히타치케미칼 등 일본업체가 음극재 기술을 사실상 독점해왔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이미 중국 업체로 헤게모니가 많이 이전됐고, 국내 배터리사들도 중국업체들에서 대부분 물량을 받아오는 상황"이라며 "히타치케미칼이 인조흑연 중 분체 인조 분야로 기술 전환을 꾀했는데 정착에 실패하면서 지금은 일본 내수업체 위주로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재무여력 및 예상 거래구조는?
현재 히타치케미칼은 도쿄 현지(Tokyo Stock Exchange) 상장사로 시가총액 규모는 약 7130억엔(약 7조9000억원)수준이다. 처음 매각 소식이 현지에 알려진 4월 대비 주가가 30%가까이 상승했다. 주가수익비율(PER)로 27배에 달한다. 향후 주가 향방에 달렸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할 경우 8조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도 있다.
롯데케미칼 내 연결기준 가용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약 4조5000억원 수준이다. 일부 차입을 활용하거나 PEF 등 재무적투자자(FI)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만 부담이 크다. 여기에 더해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이 향후 4조원 규모 투자 집행을 앞두고 있어 자금 소요도 만만치 않다. 반면 말레이시아의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되면 본업인 NCC 분야에선 모든 투자가 완료되는 만큼, 향후 가용현금을 사용할 곳을 적극적으로 찾을 시기란 평가도 나온다.
거래 대상이 일본 상장사인 만큼 공개매수조항(Tender-offer) 적용 여부도 변수다. 즉 외견상 거래 대상은 히타치공작소가 보유한 지분 51%(약 4조원 수준)이지만 현지 결정에 따라 지분 전체로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17년 KKR도 히타치국제전기(Hitachi Kokusai Electric)의 경영권(지분 51%) 인수 과정에서 잔여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절차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지분을 매집한 후 공개 매수 단가를 올릴 것을 요구했고, KKR이 이를 받아들여 최종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치솟은 사례도 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전략적투자자(SI) 후보들이 일본 내 업체로 한정된 점도 회자하고 있다.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화학 등 고부가 화학 사업을 꾸리는 대부분 업체들이 초청받아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사업을 꾸리는 롯데그룹도 초청을 받은 점이 특징이다. LG화학, 삼성SDI 등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국내업체들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글로벌 PEF들간 인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 M&A 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KKR과 베인캐피탈간 자존심 싸움도 관전거리다. 지난 2017년 히타치국제전기 인수를 두고 KKR과 베인캐피탈간 경쟁 끝에 KKR이 거래를 따냈고, 곧이어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서도 KKR과 베인캐피탈이 막바지 역전극을 벌인 끝에 베인캐피탈이 인수에 성공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앞두고 베인캐피탈 내부에서도 "KKR이 일본에서 5연타석 홈런을 쳤다"며 설욕 의지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글로벌 PEF간 인수전 양상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롯데 입장에선 일본내 이름있는 화학사들이 대거 관심을 보인점이 더 큰 부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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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