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브릿지, SK와 돈독한 관계…컨소 참여여부 관심
컨소 구성 기한 미정…”본입찰 전엔 나타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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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4곳의 본입찰 참여 적격자가 확정됐다. 이번 거래에서 인수 주체는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여야 한다. 후보 가운데 KCGI-뱅크스트릿, 그리고 스톤브릿지캐피탈도 거래를 완주하려면 SI를 구해야 한다.
시장에서 관심을 두는 곳은 스톤브릿지캐피탈이다. 스톤브릿지는 그간 SK그룹과의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진 터라 결국 SK가 추후에 컨소시엄에 참여할지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이러다보니 스톤브릿지가 인수전 참여를 고심하는 SI를 위해 대신 대기열에 선 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SK를 대신해 '입장권'을 일단 거머쥔 구도 아니냐는 것. 경쟁 구도를 형성해야 하는 매각자로서도 숨은 SI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적어도 본입찰 전까지는 SI가 직접 참여 의사를 밝혀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10일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을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추석 명절 후 6주간의 실사에 돌입하며, 이르면 10월 말 본입찰이 치러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KCGI나 스톤브릿지는 아직 매각자 측엔 누구와 손을 잡았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KCGI의 경우 예비입찰서 후한 가격을 써내며 숏리스트에 선정됐지만 SI 물색엔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갈등을 빚었던 한진그룹은 KCGI의 공동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다른 대기업이 선뜻 손을 내밀지도 미지수다. 포부에 비해 아직 뚜렷한 경영 역량을 보이지 못한 한계가 있다.
반면 스톤브릿지캐피탈은 SK그룹과 여러 차례 연을 맺은 바 있다. 스톤브릿지는 2008년 김지훈 대표가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분할하며 설립된 운용사로, SK증권 PE와 공동투자한 이력도 있다. 특히 김지훈 대표와 최태원 회장과의 친분 관계도 이미 시장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사모펀드들 가운데 SK그룹과 가장 끈끈한 관계였던 곳은 베넥스인베스트먼트(현 SG PE)였지만 이 회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과 얽히며 존재감이 사라졌다. 지금은 스톤브릿지가 이런 위치인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양측이 협업한 트랙레코드도 많다. 일단 규모가 가장 큰 건은 SK인천석유화학 우선주 투자다. 당초 신한PE(현 신한대체투자운용)가 주도한 거래였으나 SK그룹의 의중이 반영되어 뒤늦게 스톤브릿지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톤브릿지는 인크로스 투자를 통해서도 SK그룹과 연을 맺었다. 2016년 SK그룹 내 광고사업부문이었던 인크로스 경영권을 최태원 회장의 처남인 노재헌씨로부터 인수했고, 같은 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스톤브릿지는 이후 NHN에 인크로스 경영권을 넘겼고, NHN은 올해 다시 SK텔레콤에 회사를 팔았다. 올해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 투자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탓에 스톤브릿지가 SI를 공개한다면 그 대상은 SK그룹이 유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고심했던 SK그룹 입장에서도 고민할 시간을 벌 수 있어 나쁠 것이 없다. 다만 SK의 내부 의사결정이 '참여'로 최종 결정날지, '불참'일지 여부가 관건이다.
문제는 어느 시점까지 컨소시엄 구성원을 밝혀야 하느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선 컨소시엄 구성원 모두 매각자와 비밀유지협약(NDA)를 체결해야 한다. PEF를 앞세운 SI가 컨소시엄 내부에서의 계약만 맺고 인수전을 완주할 순 없다. 자문사를 제외하면 정보 교류도 금지돼 있다. 결국은 SI가 직접 나서야 한다.
매각자 입장에선 유력 후보의 존재 가능성을 부각시켜 긴장감을 유발해야 하지만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SI의 존재가 수면 위로 올라와야 흥행에 도움이 된다. 이번 거래는 사실상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원칙을 정하지 않거나, 그간의 거래 사례에서 크게 벗어난 방식을 택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매각 측은 아직 컨소시엄 참여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늦어도 본입찰 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론 본입찰 2~3주 전까지 밝힐 것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언제까지 컨소시엄 구성원을 밝히라고 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본입찰 전에는 무조건 밝혀야 하기 때문에 인수후보들이 알아서 적절한 시점에 알려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실사를 해가면서 협의할 문제지만 실사 기간 중에는 모습을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10일 간담회에서 “비밀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 이해하지만 얼굴도 못보고 결혼할 순 없지 않느냐”며 조만간 인수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컨소시엄 구성 범위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한을 둔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인수자들이 효율성을 따져 알아서 판단할 문제기 때문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원이 너무 많으면 의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다”며 “많아도 한 컨소시엄 당 3곳 이상의 주체가 참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스톤브릿지캐피탈 측은 "스톤브릿지캐피탈은 SK그룹과 지분이 섞이거나 자금 지원을 받은 적이 전혀 없고, 다른 운용사에 비해 SK그룹과 거래가 많거나 생각보다 끈끈한 관계인 것은 아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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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