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선 '흔치 않게 방향 잘 잡았다' 좋은 반응
당장 롯데리츠·NH리츠 수혜 기대...내년엔 판 더 커질듯
정책적 집중으로 '거품' 우려...'정부는 판 까는 데 집중해야'
-
"만약 공실률 높기로 유명한 가든파이브에 공모 리츠 자금이 대거 들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정부가 지금처럼 리츠 활성화를 외칠 수 있었을까요? 공모 리츠 활성화는 모처럼 방향을 잘 잡은 정책이지만, 정부 주도 정책의 부작용 중 하나인 거품은 경계해야 합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
정부가 1년 새 두 차례나 부동산투자회사(REIT's) 활성화 정책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책으로 리츠 운용회사 및 공급자 측면에서 걸림돌이 됐던 규제를 걷어냈고, 최근 발표한 정책으로 투자자들이 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할만한 유인을 만들어냈다.
세제혜택까지 포함한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에 금융시장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다만 '2021년까지 지금의 10배인 60조원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구호에는 다소 떨떠름한 표정이다. 정부는 판을 깔아주는 데 집중하고, 금융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리츠 투자시장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리츠 공모·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부동산투자회사 공모·상장 활성화 방안' 발표 이후 9개월만의 추가 육성 정책이었다.
지난해 12월 방안에는 리츠 상장규제 개선, 리츠 자산 보관·운용 재량 확충, 재투자 규제 완화 등 주로 리츠 법인 운용 측면에서의 개선책이 담겨있었다. 확실한 투자 유인책이 담기지 않아 당시 증시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상장 리츠 주가에도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번에 발표한 방안에는 당시 시장에서 원했던 혜택이 대거 반영됐다. 특히 5000만원 한도로 3년 이상 장기 투자시 9% 세율로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은 발표 직전까지 포함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을 정도로 파격적인 혜택으로 꼽힌다. 이 덕분에 공모 리츠는 같은 구조·수익률의 사모 리츠보다 평균적으로 0.3%포인트(p)가량 수익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공모 리츠 및 부동산펀드에 우선적으로 우량한 신규자산을 공급하기로 한 것도 상당한 반향을 얻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주식 중 하나인 신한알파리츠가 판교역 바로 옆 금싸라기 자산을 편입할 수 있었던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리츠 상장 조건부로 신한리츠운용에 자산을 매각한 덕분이었다. 제2, 제3의 신한알파리츠가 좀 더 손쉽게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련의 리츠 관련 정책을 두고 주식시장 주변에서는 '정부가 흔치 않게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리츠 관련 정책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 전시행정 혹은 반(反)시장 정책과는 결이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정책 발표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정책엔 세제 지원 등 리츠에 대한 투자 수요를 늘리는 내용이 없었는데, 이번엔 이런 부분까지 제대로 보완을 했다는 것이다. 시중의 갈 곳 없는 자금의 상당 수가 공모 리츠로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가 대출 규제 등 수요를 틀어막는 것만으로는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드디어 인정하고 상업용 부동산으로 투자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것 같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주주 기준 강화, 일반 배당소득 합산과세 등의 규제는 여전한만큼 상당한 규모의 부동자금이 '증시'가 아니라 '공모 리츠'로 쏠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공모를 앞둔 롯데리츠부터 수혜가 예상된다. 롯데리츠는 리테일(소매) 리츠라는 한계에다, 곧바로 11월 중 오피스 리츠인 NH리츠가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선호도가 상장 추진 초기 대비 낮아진 상태였다. 세제 혜택으로 인해 기대 수익률이 좀 더 높아진만큼, 롯데리츠가 무난히 공모 청약을 끝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더 많아졌다.
NH리츠 역시 '대형 호재'를 만났다는 평가다. NH리츠는 이미 지난해 리츠 상장 규제 완화로 인해 위탁관리회사 설립부터 상장까지의 기간이 상당기간 단축되는 수혜를 입었다. 여기에 세제 혜택이 더해지며 안 그래도 배당주로 쏠린 시장의 투자 수요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현재 유일한 상장 오피스 리츠인 신한알파리츠는 주가 급등으로 인해 시가수익률이 3%대 초반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등 우량 대기업 사옥의 수익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NH리츠가 연 5%대 수익률만 제시하더라도 조 단위 투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을거란 예상이 나온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준비 중인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역시 연말 상장이 무난할 전망이다. 이지스리츠는 제주 중문단지 핵심에 위치한 제주 조선호텔과 옛 삼성생명 사옥인 태평로빌딩을 자산으로 담고 있다. 목표 수익률이 6%대로 비교적 높은 편이고, 오피스와 호텔 자산을 두루 담고 있는데다, 이번 활성화 정책으로 세제 혜택까지 기대할 수 있어 배당주 포트폴리오에 편입할만 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 역시 없지 않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혜택을 집중해 부풀리는 부문은 언제나 예외없이 거품이 일었고, 거품이 깨지며 피해자가 양산됐던 기억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한 개발 사업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2010년 문을 연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가든파이브가 대표적이다. 가든파이브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주도해 2조원의 사업자금을 투입한 프로젝트로, 8호선 장지역 역세권에 위치한 종합상가다.
가든파이브는 한때 일부 동의 공실률이 40%를 넘어 '유령상가'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용재 전문상가인 '툴동'의 경우 여전히 공실률이 30%를 웃돈다.
만약 지금과 같은 공모 리츠 우대정책이 당시 도입돼있었고, 가든파이브 일부 자산에 공모 리츠의 자금이 들어가 있었다면 수익률은 처참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런 '사고'는 해당 상품에 대한 투자 심리를 망가뜨린다. 공모 리츠 육성 정책 역시 시장 규모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이런 잡음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연기금 투자 담당자는 "시장을 2년 새 10배 늘리는 동안 리츠와 펀드들이 편입할 자산중에 부실이 하나라도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정부는 목표 수치 달성을 위해 무리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연스레 경쟁과 평가가 일어나도록 제도적인 판을 깔아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