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녹십자웰빙 '초긴장'...공모가 낮추며 '몸사리기'
헬스케어제품·영양제 주사 등 현금 창출력...'흑자'바이오
시장 분위기 관건...'헬릭스미스 사태' 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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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그룹의 여섯번째 상장 계열사가 될 예정이었던 녹십자웰빙이 의외의 복병과 마주했다. 코스닥 '바이오 대장주' 헬릭스미스의 임상3상 사실상 무산으로 '신약 개발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당장 바이오헬스케어에 대한 투자 심리가 흔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그간 녹십자그룹 계열사는 기업공개(IPO) 공모에서 양호한 성과를 거두어왔다. 2014년 상장한 녹십자엠에스, 2016년 상장한 녹십자랩셀은 모두 조 단위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았고, 상장 이후 주가 추이도 좋았다. '형님'들의 후광에 힘 입어 증시 입성을 노리던 녹십자웰빙 입장에선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지난 2004년 설립된 녹십자웰빙은 GC녹십자그룹의 계열사다. 녹십자웰빙은 세계 최초로 암악액질 혁신 신약(GCWB204)을 준비 중인 헬스케어솔루션기업이다. 이번 IPO로 생산능력 확대,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속도를 높여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녹십자웰빙은 이달 수요예측 후 10월 14일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최종 공모희망가 밴드는 9400원~1만1300원으로, 이것도 지난 8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증시 불황을 고려해 당초 계획보다 공모가를 낮춘 수준이다. 동시에 공모 주식수는 450만주로 늘렸다. 신규 설비 구축에 총 600억원 정도가 필요한 상황이라 IPO를 통해 400억원가량을 모집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녹십자웰빙이 내세우는 투자 포인트는 그룹의 건강식품 부문을 담당하며 이미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액 539억원을 기록해 2017년 대비 19.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61.2% 증가한 84억원, 38.3% 증가한 57억원을 기록했다. 영양 주사제 제조와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어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녹십자웰빙의 지난해 기준 전문의약품 매출은 429억원으로, 총매출액의 77.83%를 차지했다.
여기에 '신약 물질' 테마를 얹었다.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신약 암악액질 치료제는 임상 2상 완료 후 독일, 인도, 호주 등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 협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자체 개발한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시스템(PNT)과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제품 등 제약회사이자 헬스케어 전문 회사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분배돼 있다는 평가다.
이달 들어 증시 반등 기미가 보이며 저렴해진 공모가와 더불어 IPO 흥행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었던 것이 사실이다. 큰 변동이 없다면 무난한 상장이 기대되는 바였지만, '하필' 헬릭스미스 이슈가 터지면서 바이오를 향한 투심 저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 그래도 올해 초부터 이어진 바이오 악재에 실제 기관들도 바이오 기업 투자와 관련해 한층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전해지는 상황이다.
한 차례 몸을 낮추기는 했지만, 공모희망가 밴드에 적용된 주가순이익비율(PER)이 시장 기대만큼 충분히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녹십자웰빙은 유사기업 선정을 1차와 2차로 나눠 선정했다. 1차에서는 전문의약품(영양수액) 및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산업을 영위하는 회사들로 유사기업을 선정했다. JW생명과학(PER 15.19배), 쎌바이오텍(19.34배), 휴온스(11.68배), 비피도(33.22배), 에이치엘사이언스(19.06배) 등이 PER배수 산출에 적용돼 평균 PER 19.70배로 산출했다.
2차 선정에서는 천연물의약품 사업부(신약개발)로 유사한 기업들을 선정했다. 이연제약(PER 27.01배), 종근당(18.06배), 동아에스티(12.49배), 메디톡스(43.85배), 대화제약(25.44배) 평균인 25.37배 수준이다.
녹십자웰빙 관계자는 "8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만 해도 증시가 워낙 안좋아 공모가를 낮췄고, 진행중인 2차임상이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며 "제약기업이자 헬스케어 기업이다보니 유사기업 선정도 2차로 나눠 선정하는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꼼꼼하게 밸류를 정했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 상장한 바이오 기업의 상장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지난 20일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올리패스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이 11대 1로 저조했다. 결국 최종 공모가는 밴드(3만7000원~4만5000원) 하단을 밑도는 2만원으로 결정됐고, 공모총액도 269억원에서 140억원으로 줄었다. 증시 입성 3일째인 25일 종가 기준 전날 대비 7.42% 하락 마감했다.
IPO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회복되는가 싶더니 헬릭스미스 같은 악재가 또 터지면서 상장 준비중인 바이오 기업들이 고민이 깊어졌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에서 계속 이런 사건이 벌어지다보니 해외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질문이 나오기도 하는데,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상장 준비중인 바이오 기업들이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상장 시기를 연기하는 옵션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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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