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림포장·파나스이텍 등 사업 확장 사례
그만큼 인수 의지 높고 공정위 승인도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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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에서 사업 연관성이 없는 기업들이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동종업계 기업들은 기존 사업을 확장하기 부담스럽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기업들은 보다 과감한 투자 의지를 보인다. 경쟁 제한성이 커지지 않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도 수월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태림포장 M&A는 올해 가장 의외의 승자가 나타난 거래로 꼽힌다. 한솔제지,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중국의 샤닝페이퍼 등 국내외 제지사가 대거 참여했으나 세아상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처음부터 별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일찌감치 의류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검토하는 등 인수 의지는 다른 후보에 뒤지지 않았다.
세아상역은 거래 완료 면에서도 유리했다. 소수 과점 업체로 구성된 골판지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동종기업이 1위 업체 태림포장을 가져가면 경쟁 제한성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컸다. 허핀달-허쉬만 지수(HHI)가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어려워진다. 자문사 미래에셋대우가 사업 연관성이 없고 인수 의지가 높은 세아상역을 잘 잡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대형 법무법인 공정거래 담당 변호사는 “HHI지수는 공정위가 첫 손에 꼽는 기준으로 이 지수가 좋지 않으면 정성 평가가 아무리 좋아도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어렵다”며 “시장을 달리 획정해 유리한 지수를 얻으려 할 수도 있지만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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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그룹은 캑터스PE와 컨소시엄을 이뤄 동부제철을 인수했다. 그간 웬만한 대기업들도 난색을 표했던 동부제철이지만, KG그룹은 매각자 측에 여러 차례 강한 인수 의지를 보였다. 자금 모집에도 총력을 다한 끝에 사모펀드(PEF)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었다. 주력이 모호해졌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해 온 KG그룹은 제철업 진출까지 이뤄냈다.
2차전지 전해액 제조업체 파낙스이텍은 건축자재 전문 동화그룹 품에 안겼다. 자동차 관련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아주그룹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길 원했던 동화그룹이 더 높은 가격을 써내며 승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 사업을 하지 않는 기업은 M&A를 하더라도 사업 이해도가 떨어지고 당장 큰 시너지효과도 내기 어렵다. 그러나 그럼에도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의지가 높다고 봐야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치 평가 역시 상대적으로 후하다. 요즘처럼 경제 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동종 기업들이 적극 나서기 어려운 면도 있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M&A 담당 변호사는 “보통 M&A에선 동종 업계가 아닌 기업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완주 의지도 의심받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최근엔 업종 다변화 의지가 큰 기업들이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돈을 과감하게 쓰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사업 영역 구분을 넓혔을 때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M&A도 있었다. 건설·건자재 기업 IS동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건설폐기물 처리 및 자동차 폐기 재활용 사업을 하는 인선이엔티를 인수했고, 수산물 유통 기업인 신라교역은 청과 유통업체인 동화청과를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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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