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딜 기근'·시장 불확실성 증가 영향
입지 적어진 중소형사들 '스팩이라도'
-
올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 건수가 2015년 이후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불확실성 확대와 더불어 저금리 기조 등이 계속되면서 스팩으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하면서 주관사들은 ‘스팩이라도’ 상장시키는 분위기라는 관측이다.
9월 기준 올해 상장을 완료한 스팩은 14곳이다. 예비심사를 청구했거나 심사 승인이 난 곳도 10곳 안팎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코스닥에 입성하는 스팩이 최소 24곳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스팩 상장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2014년~2015년 이후 최대치다. 스팩 상장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각각 20건을 기록했다.
올해 스팩 상장이 유난히 증가한 이유로는 IPO 시장의 ‘딜(deal) 기근’이 꼽힌다. 올해 IPO로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모두 40곳(스팩·이전상장 제외)이다. 3분기의 끝자락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전체 77곳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스팩의 인기는 저조했다. 유안타제4호스팩, 케이비제17호스팩 등은 청약 경쟁률이 2대 1도 미치지 못했다. 3분기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관계 악화 등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IPO 시장도 좀처럼 활력을 회복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엔 3분기에만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3곳(롯데정보통신, 티웨이항공,우진아이엔에스;신한알파리츠 제외)이다. 올해는 9월 현재까지 지난 3월 드림텍, 현대오토에버 이후 유가증권 신규 상장이 없는 상태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스팩이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고려된 점도 있다. 주관사 입장에선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더라도 스팩 관리비용이 보통 연 1억원 미만인 만큼 위험부담이 적다. 비상장사는 스팩 합병상장 또한 상장심사를 거쳐야 하는 점은 같지만 일단 상장심사가 통과되면 공모가 결정 과정 등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투자자는 합병 뒤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얻을 수 있고, 합병이 안 되더라도 원금을 보장받는다.
이런 배경에서 스팩 청약 경쟁률도 높아졌다. 유진스팩5호는 이달 17~18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778.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달 하나금융13호스팩은 841.9 대 1로 올해 들어 최고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미래에셋대우스팩3호는 793.6 대1, 7월 이베스트이안1호는 708.4 대 1 등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엔 중소형 증권사들도 스팩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IPO가 좀처럼 나오지 않으면서 대형사들도 코스닥의 중소형 기업 주관사 선정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초 ‘유안타스팩4호’ 상장을 완료시킨데 이어 이달 18일 거래소에 ‘유안타스팩5호’의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014년 1호 스팩을 상장시키고, 이후 2015년과 2018년 한 건씩만 상장을 완료시킨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 또한 올해 5월 상장한 ‘유진스팩4호’에 이어 10월 초 ‘유진스팩5호’ 상장을 앞두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014년 ‘유진스팩1호’를 상장한 이후 2015년 ‘유진에이씨피씨스팩2호’,’유진스팩3호’를 상장시킨 후 스팩 상장이 없었다. 3월 상장한 유진스팩 4호는 공모 청약 경쟁률이 300.40 대 1에 달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유동성은 높지만 IPO 시장에 흘러들어갈 곳이 마땅치 않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유통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스팩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며 "비상장사나, 발행사 모두 비교적 쉽게 IPO로 갈 수 있어 스팩을 향한 관심이 커졌지만 스팩도 변동성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안전'하다고만 고려되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9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