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은 ‘아직’
기함급 SUV GV80 출시 앞두고 美 제네시스 CEO 새로 영입
정의선 오른팔 피츠제럴드 부사장 ‘재계약 불가’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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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0·G80·G90 등으로 대표되는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판매 시장은 아직 한국과 미국에 국한돼 있고, 최근 들어선 미국 시장 판매량이 꺾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제네시스의 기함급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인 GV80의 출시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는 북미 시장을 총괄할 최고경영자를 새로 영입했다. 글로벌 시장 확장 실패에 대한 책임과 더불어 새로운 제네시스 담당 유력 인사의 영입으로 이제껏 제네시스 브랜드를 이끌어 온 맨프레드 피츠제럴드(Manfred Fitzgerald) 제네시스 사업부장(부사장)의 입지가 한층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임기는 내년까지다. 이미 제네시스 브랜드 수장의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 8월까지 제네시스 세단 3개 차종을 국내에서 약 4만대, 주요 해외 판매처인 미국 시장에선 1만3000여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의 판매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미국 시장에선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한 G70를 제외하면 G80과 G90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1~9월)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2015년 제네시스 단독 브랜드 론칭 이후, 2016년 1년 동안 미국에서만 2만6000여대 이상을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판매량은 예년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내 브랜드 평판 조사 기관에서 제네시스가 매년 수위권을 차지하는 것과 달리, 기함급 프리미엄 세단 G90의 판매가 저조하다는 점은 제네시스가 아직 미국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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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단독 론칭 이후, 2015년 현대차는 람보르기니(Lamborghini)에서 브랜드 총괄을 맡은 피츠제럴드 부사장(당시 전무)을 영입했다.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스페인 명품 브랜드인 로에베(Loewe)에서 마케팅을 총괄했고, 더 브랜드 앤드 디자인 컴퍼니(The Brand and Design Company)의 파트너 경력도 갖고 있다. 피츠제럴드 부사장에겐 제네시스 브랜드의 브랜드 안착과 글로벌 확장의 특명이 주어졌다.
제네시스의 성공 여부를 떠나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지난해 중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와 재계약 기간은 2년으로 전해진다. 승진 인사는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직접 결정해 지시를 내렸다. 다만 일부 외국인 임원들 사이에서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재신임 대한 반대 의견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피츠제럴드 부사장 재신임에 반대했던 대표적인 인사로 꼽히는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사장은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의 R&D를 총괄하는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에서 외국인 인사가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은 것은 비어만 사장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혀가는 비어만 사장과 반대로,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입지는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글로벌 판매처 다변화에 실패했고, 미국 시장에서도 브랜드 안착에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가능한 이른 시일에 중국에 제네시스를 선보이려 한다. 어느 국가에 진출하든 제네시스의 모든 제품군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달 유럽에 제네시스 현지 법인(Genesis Motor Europe)을 설립,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일본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INFINITY)가 판매 부진으로 서유럽 시장 철수를 결정했을 정도로, 벤츠와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유럽 시장의 진출은 미국에 비해 훨씬 어렵다.
피츠제럴드 부사장이 이제껏 정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으로 제네시스를 브랜드를 맡아왔지만, 내년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미 그룹 내에서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재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그룹 내 임원진들 간의 갈등을 제외하고도, 제네시스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문책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V80 출시를 기점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재도약을 꾀하고 있는 현대차는 최근 벤틀리와 아우디 등 럭셔리 브랜드를 이끌어온 마크 델 로소(Mark Del Rosso)를 제네시스 북미담당 최고 경영자(CEO) 및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마크 델 로소 CEO는 아우디 미국법인 COO로 재직할 당시, 77개월 연속 판매 증가 기록을 세우며 연 20만대였던 판매목표를 5년가량 앞당긴 인물이기도 하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마크 델 로소 CEO가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산하의 제네시스 사업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임을 비춰볼 때 추후에 피츠제럴드 부사장에 입지에 충분히 견줄만한 인사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최근의 현대차의 행보를 비춰볼 때 제네시스 사업부의 집중도는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겠다고 선언했고, 미래차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 앱티브(Aptiv)와 손잡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삼성동 한전 부지 인수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다. 최근엔 미국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 기술 개발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박사를 영입했다.
이 때문에 내연 기관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현대차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를 꾀하려던 전략이 그룹의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리게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그룹의 IR 및 대외활동,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제네시스보다는 모빌리티 기술력과 미래차 분야에 더 집중돼 있다”며 “GV80의 성공여부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재도약의 발판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단순히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운 과거의 그룹 브랜드 전략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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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15일 12:01 게재]